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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하루소식

국보법 이적성 판단에 ‘졸속’ 드러나

이창복 씨 사건 항소심 출석 증인 신문에서


공안당국의 국보법 위반 이적성 감정이 기본적인 요건조차 갖추지 못한 채 부실하게 진행되고 있음이 드러났다. 「민주주의민족통일 전국연합」(전국연합) 상임의장 이창복(58)씨에 대한 국가보안법 위반 사건 항소심 3차 공판에 출석한 서울시경 산하 보안문제연구소 직원 정관영(49)씨에 대한 변호인 증인신문에서 이런 사실이 드러났다.

29일 오전 11시 서울지법 418호 법정(서울형사 합의1부)에서 열린 이 재판에 전국연합 제3기 정기대의원대회 자료집, 제3기 제1차 임시대의원대회 자료집, 제5차 범민족대회 자료집을 직접 감정, 이적성이 있다고 판단한 정씨에 대한 증인신문은 비공개로 진행되었다. 이씨의 변호인 이덕우 변호사는 정기대의원대회 자료집과 임시대의원대회 자료집의 내용이 뒤바뀌어 있고, 정기대의원대회자료집의 쪽번호가 모두 2쪽씩 앞으로 당겨져 있다고 지적, 감정의 기본요건이 갖추어지지 않았음을 강조하였다. 이에 대해 정씨는 “착오에 의한 실수”임을 인정하였다. 또, “자료집 원문에는 ‘미국’으로 되어 있는데 감정서에는 ‘미제’로 표기되어 있는 것은 의도적이 아닌가”라고 묻는 변호인의 질문에 정씨는 “워낙 많은 자료를 감정하다 보니 실수가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또, 정씨는 “전국연합이 북한의 혁명노선인 NLPDR(민족해방민중민주주의혁명)을 고수하고 있다고 본다”고 말했지만, 구체적인 증거는 대지 못했다. 또, “선동은 소극적인 피선동자에 대한 선동자의 적극적인 행동이 전제되어야 한다”며 “전국연합 대의원 대회 자료집은 적극적으로 행동하려는 대의원들을 대상으로 한 것이 아닌가”는 변호인의 질문에 “그렇다”고 대답, 스스로 모순된 답변을 했다. 또, 북한의 혁명노선에 대해 전국연합이 알고 있다고 보는가는 질문에 대해서는 “알고 있었는지도 모른다”는 애매한 답변을 했다.

증인신문에 이어 진행된 검찰논고에서 1심보다 구형량을 절반을 줄여 징역 2년에 자격정지 2년을 구형하였다. 이덕우 변호사는 변론에서 “검찰과 경찰의 잘못된 관행이 바뀌어지기 바란다”며 재판부의 현명한 판단을 요구했다.

이날 재판을 방청한 전국연합의 기동민(28)씨는 “20여년간 군복무를 하면서 주로 대북심리전 등을 담당해왔던 것으로 알려진 정씨가 전문성을 요구하는 이적성 여부에 대한 올바른 판단을 할 수 있었겠느냐”며 의혹을 제기했다. 그는 또, “국가보안법 위반의 유일한 증거인 보안문제연구소의 감정서가 기본적인 요건조차 갖추지 않았다”며 이를 바탕으로 인신구속을 시키는 검찰과 경찰의 태도를 비판했다.

지난 24일 재판 2차 공판에서 리영희 교수(한양대 신방과)는 “검토 결과 이적성을 발견하지 못했다”는 감정서를 제출하였다.

선고공판은 오는 4월6일 오후2시 서울지법 418호에서 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