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보법 사건, 국보법 자체를 존속시키는 방편"
인터넷에서 서해교전 관련 논쟁 등을 벌이던 한 회사원이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구속됐다. 지난 25일 밤 9시경 김모 씨는 서울경찰청 보안수사대에 의해 퇴근 후 집에서 연행됐다. 김씨는 27일 영장실질심사를 받았으나 기각 되어, 현재 서울 옥인동 대공분실에서 조사를 받고 있다.
김씨를 면회한 문미정 씨에 따르면, 김씨는 서해교전 당시 '민주노동당 홈페 이지(www.kdlp.org) 실명게시판'에 올린 글에 대해 조사를 받고 있다고 한 다. 그때 김씨는 △53년 유엔군사령관에 의해 일방적으로 선포된 북방한계선 에 대해 비판하고 △이번 서해교전에서 한국군이 선제 공격했을 수도 있다 며, '조선인민군 총참모부 특별보도' 등을 옮겨 왔다. 김씨는 또 9·11 테러 당시 여성문화동인 '살류주' 싸이트(www.salluju.or.kr) 에 올린 게시물도 조사를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때 김씨는 한국군에 비상계엄령이 떨어졌다는 내용의 게시물을 올렸다고 한다. 그 밖에 민주노동 당 홈페이지 기타자료실(지난 5월말 폐쇄)에 연동시킨 웹진 '백두산'도 문제 가 되고 있다.
29일 김씨를 접견한 김정진 변호사는 경찰이 문제삼는 게시물에 대해 김씨는 자신이 올린 사실을 시인했다고 전했다. 접견 당시 김씨는 경찰이 자신의 사 건을 조직사건으로 확대하려는 것 같다는 우려를 했으나, 김 변호사는 "객관 적으로 증거가 부족해 크게 문제될 것 같지는 않다"라고 밝혔다. 이어 "김씨 는 건강하고 심리적으로도 안정되어 있"으며 "오히려 자신의 사상을 당당하 게 수사기관에 진술했다"라고 덧붙였다.
김씨는 평소 주체사상이 옳다고 생각하고 있었다고 한다. 이에 대해 문씨는 "김씨가 조직생활을 한 적이 한번도 없다"라며, 김씨가 옳다고 생각하는 주 체사상을 △북한에 대해서 선입견을 가지고 이야기하지 말라 △남한과 북한 의 입장을 바꿔놓고 생각해 보자 등의 수준으로 이해하고 있다고 답변했다.
결국 경찰은 김씨가 인터넷에서 자신의 주장을 소신있게 펼치기 위해 북한 쪽 관련 자료를 옮기고 연동시켰다는 이유로 김씨에게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 를 적용한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이를 조사하는 과정에서 김씨의 사상문제 를 들추어낸 식이 됐다. 이에 대해 문씨는 "그 사람이 주체사상주의자든 사 회주의자든 그가 그런 말을 토론하면서 할 수 있는 양심·사상·표현의 자유 가 지켜져야 한다"라며, "이는 한 사람의 온전한 양심을 지켜내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민주노동당 문성준 정보통신부장은 "이번 사건은 체제에 대한 위협이 없는 상황에서 인터넷상 토론을 수사대상으로 삼은 것"이라며, "이는 실질적 인 위협을 깊이 있게 고민해 구속한 것이 아니라 국가보안법 자체를 존속시 키는 하나의 방편"이라고 비판했다. 문 정보통신부장은 또 "국가 수사기관이 일상적으로 우리 당과 진보 사이트를 사찰하고 있는 것도 큰 문제"라고 덧붙 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