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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하루소식

자민련·한나라, 국보법 억지

인권침해 애써 외면…존치 입장 거듭 밝혀


김대중 대통령이 연일 국가보안법 개정이 필요하다고 언급하자 조선일보를 필두로 자민련, 한나라당 이회창 총재 등이 국가보안법 '그대로 두기'를 주장하고 나섰다. 또 일부 개정을 주장하는 세력도 국가보안법의 본질적인 인권침해 조항을 피하고 '일부 개정'이라는 생색만 내려고 한다.

자민련은 15일 "국보법은 상호주의에 입각, 북한 노동당 규약과 형법이 고쳐지지 않는 한 손댈 수 없다는 당론을 재확인했다"고 밝혔다. 조선일보도 같은 날 '국보법이 인권과 무슨 관계가 있나'라는 제목의 사설을 통해 일부 법조항의 「과잉」이 있지만 자유민주체제를 수호할 최후의 보루로 국가보안법을 그대로 두어야 한다고 떠들었다. 예비역 장성모임인 성우회(회장 정승화)는 김 대통령과의 청와대 오찬 모임에서 "국보법이 자유민주체제 수호를 위해 일부 오용이 있었으나 일반 시민에는 불편을 주지 않는다"고 개정 우려의 입장을 전달하기도 했다. 한 술 더 떠 한나라당 이회창 총재는 16일 신년 기자회견에서 "지금 국보법 개정 논의를 하는 것은 좌우논쟁을 촉발해 국론 분열을 낳을 우려가 있"다며 사실상 국보법 존치 입장을 재확인했다.


국보법은 인권의 문제

그러나 이들은 한결같이 국가보안법이 인권과 민주주의를 억압하는 법이라는 사실을 애써 외면하고 있다. 이런 견해는 16일 한국일보의 '민주발전을 위한 개혁입법'이라는 제목의 사설에서 통렬히 비판되고 있다. 한국일보는 "국가보안법 개정을 북한 형법 등과 결부시켜 상호주의를 논하는 것은 우리의 인권보호 수준을 북한에 맞춰야 한다는 망발"이라면서 "국가보안법 개정은 북한 간첩을 위해서가 아니라 우리 자신의 인권과 민주 발전을 위해서"라고 못 박았다. '일부 인권침해 소지가 있다'는 사실은 모두 인정하면서도 노동당 규약 운운하며, 말로는 민주주의를 떠들면서 행동으로는 국민의 민주적 기본권 보장을 외면한다는 사실을 지적한 것이다. 한국일보는 또 국가보안법을 손대지 말 것을 강변하는 세력들이 인용하는 "독일의 사례도 왜곡된 것"이라고 일침을 놓았다.

일제시대의 치안유지법을 그대로 이어받아 이승만 정권이 '정권비판세력'을 제거하기 위해 제정한 것에서 알 수 있듯이 국가보안법은 '내부의 적'을 억압하기 위해 만들어진 것이다. 김대중 대통령도 '남북관계의 진전에 비춰' 개정을 주장한다. 대통령의 개정론도 국가보안법의 인권침해를 눈감고 '현실'만 언급하고 있다. 핵심조항인 제7조 완전 삭제는 언급하지 않는다. 제7조3항(이적단체 구성·가입) 삭제는 안중에도 없다. 민주당 '3대 개혁입법 추진의원모임'(총무 김민석)도 제7조 찬양·고무 조항에 대해서는 "형량을 감경하는 수준의 개정"만을 언급하며 그 한계를 드러냈다. 이는 국보법 사범 중 제7조로 유죄 선고를 받는 사람들이 90%가 넘는 현 상황에서 생색내기용이라는 비판을 피하기 힘들다.


7조 삭제없는 개정은 생색내기

참여연대 의정감시센터는 16일 논평을 통해 "국민의 민주적 기본권 보장을 최우선으로 하는 정당이라면 보수·진보의 이념을 떠나 독소조항의 개정에는 반드시 합의해야 할 것"이라고 한나라당과 자민련에 촉구했다. 또 앰네스티 한국지부도 같은 날 성명을 통해 국보법을 반드시 개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지부는 또 대통령에게 "반 인권세력의 논리에 밀리지 않는 결연한 실천을 할 것"을 촉구했고, 한나라당과 자민련에게는 "국민의 인권을 정치적 목적에 이용하지 말고 국보법 개정 논의에 임할 것"을 함께 권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