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성여대 이수미 씨 억지수사
김대중 대통령이 "국가보안법을 남용하지 않겠다"고 수차례 강조했음에도 불구하고, 국가보안법을 무리하게 적용하려는 공안당국의 시도는 계속되고 있다.
지난 4월 국가보안법 위반이라는 이유로 경찰에 연행된 덕성여대 총학생회장 이수미 씨에 대해 22일 제출된 검찰의 공소장은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는 빠진 채, 학내 문제에 관련된 사실들로만 구성되어 있다. 이는 검찰 수사과정에서 국보법 위반에 대한 증거가 나타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처음부터 경찰이 '실적올리기'를 위해 무리하게 국보법 혐의를 씌운 게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또한 검찰 쪽에서도 여전히 국보법 적용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전한다. 이번 사건을 계속 취재해 온 한 언론사 기자에 따르면, 사건을 맡은 서울지검 북부지청 이두회 검사는 "피의자가 국보법 위반 사실을 부인하고 있기 때문에 공소장에서 국보법 혐의가 빠졌지만, 앞으로의 수사과정에서 더 밝혀낼 것"이라고 말했다고 한다. 이는 이미 증거불충분과 피의자의 부인에 의해 '혐의 없음'으로 드러난 국가보안법 위반 부분을 끝내 물고 늘어지겠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이 씨는 지난 4월 26일 성명불상의 여자로부터 전국철거민대책위원회에서 서명을 받고자 하니 학교 앞 휴게실로 나와달라는 전화연락을 받고 나간 뒤, 그 여인과 대화중 갑자기 나타난 남대문경찰서 소속의 성명불상 경찰관 3명에 의해 국가보안법 위반이라며 미리 대기된 승용차에 실려 강제 연행됐었다. 그후 검찰은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 대신 덕성여대 한상권 교수 복직 투쟁과 관련해, '업무방해'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위반' 등의 혐의로 이 씨를 기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