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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하루소식

악법도, 양심수도 여전

국제앰네스티 97년 인권보고서 발표


국제 앰네스티(엠네스티)는 18일 발표한 ’97 연례보고서를 통해 “한국 정부는 양심수를 석방하고 국제기준에 맞도록 국가보안법과 노동법을 개정할 것”을 촉구했다.

또한 앰네스티는 “지난해 유엔 고문방지위원회에 제출한 보고서를 통해 8월 연세대 사태에서 발생한 경찰의 부당한 대우를 조사하고, 경찰관 교육을 재검토해야 함을 지적했다”고 밝혔으며, “한국 정부는 과거 군사정권에서 진행된 인권침해 사실도 전면적으로 공명정대하게 조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작년 12월 노동법․안기부법 날치기 사건과 8월 연세대 사태 당시의 경찰폭력, 전두환․노태우 대통령에 대한 재판 내용 등을 발표한 이번 보고서는 앰네스티의 1백62개국 지부를 통해 전세계에 알려지게 된다.


날치기법, 경찰폭력 주목

96년 한국의 인권상황과 관련해 특기할 부분은 날치기 파동과 연세대에서의 경찰폭력에 관련된 내용이다.

날치기 파동과 관련해 앰네스티는 “노동법이 교사와 공무원의 노조결성권을 배제하는 등 노동자들의 표현과 결사의 자유에 반하는 내용으로 개정되었다”고 지적했으며, “안기부법의 개정은 안기부 권한의 강화를 가져왔다”고 평가했다.

또한 연세대 사태에서 발생한 광범위한 경찰폭력에 대해서도 앰네스티는 지적했다. 앰네스티는 “5천8백여 명의 대학생들을 체포하는 과정에서 경찰이 부당한 대우를 저질렀다”며 △시위와 무관한 학생들에 대한 구금 및 구타 △가슴을 만지고 성폭언을 퍼붓는 등 여학생들에게 자행된 성추행 △구금된 학생들에게 가혹행위를 하고 자백을 강요한 사실 등을 지적했다.

이밖에도 이번 보고서는 예년과 마찬가지로 △국가보안법과 노동관계법에 의해 구속된 양심수 현황 △열악한 감옥시설과 수형자에 대한 부당한 처우 △수사과정에서 벌어지는 경찰의 부당한 대우 등을 밝히고 있다.


국보법 구속자 450명

앰네스티는 한국의 국가보안법에 따른 양심수가 4백50명 이상인 것으로 파악했다. 특히 국보법 제7조(고무․찬양)에 의한 양심수가 대부분이며, 노래패 ‘꽃다지’ 대표 이은진 씨, 21세기진보학생연합 소속 대학생들, 컴퓨터통신을 통해 강릉잠수함 사건에 대한 의견을 제시한 윤석진 씨 등이 그 범주에 속한다고 밝혔다.

또한 96년 이전에 구속된 양심수 가운데 최소 1백50명이 여전히 수감중이라고 발표했다. 거기엔 남한조선노동당 사건의 김낙중(전 민중당 대표) 씨, 사노맹 사건의 박노해, 백태웅 씨 등이 포함되어 있다. 또 부당한 재판과정을 통해 복역중인 장기수도 20명 이상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재일동포 유정식 씨를 비롯한 장기수들이 장기간의 독방감금, 고문, 강요된 자백 등에 의해 부당한 조사와 재판을 받은 것으로 보고했다.


전향 강요, 열악한 수형 조건

보고서는 또 몇몇 양심수들이 비인간적이고 잔혹한 대우를 받고 있다고 밝혔다. 대전교도소의 장기수들은 다른 수형자들과의 접촉을 차단 당하고 있으며, 영하의 날씨에도 난방시설이 없는 감방에서 생활하는 것으로 보고되었다. 또한 수십 명의 정치범들이 전향을 강요받고 있으며, 이를 거부할 경우엔 다른 수형자보다 가혹한 대우를 받고, 가석방 대상에서도 제외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수형자들에 대한 의료제공 역시 열악한 수준인데, 임신한 상태에서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구속됐던 고애순 씨가 의사의 진료를 제대로 받지 못해 아이를 사산한 사실도 보고서는 지적하고 있다.

앰네스티는 1백62개국 지부를 통해 세계 각 국의 인권상황을 종합하고 있으며, 매년 이에 대한 연례보고서를 작성해 발표해 왔다. 올해 보고서에는 남북한 보고서를 비롯해 1백51개국의 인권상황이 보고되었다.

(문의: 앰네스티 한국지부 053-426-253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