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은이: 홍성욱/ 책세상 / 2003년 7월 / 163쪽
네이스(NEIS), 주택가 내 CCTV 설치, 작업장 감시 등 프라이버시를 위협하는 감시기제가 끊임없이 출현하며 그 위용을 뽐내고 있다. 기술의 발전이 인간 삶의 진보로 이어지기보다 새로운 유형의 인권침해를 양산하는 이 때, '전자정보사회'가 가지는 '정보감옥'의 성격을 규명한 책이 나왔다.
'파놉티콘'(panopticon)은 '모두(pan)―본다(opticon)'란 의미로 18세기 영국의 철학자 제러미 벤덤이 만든 말이다. 일종의 원형감옥으로 중앙에서 모든 죄수의 동향을 감시할 수 있게 꾸민 구조를 말한다. 이 책의 저자 홍성욱 씨는 전통적인 감옥이 수인을 통제하고 감시하는 공간이라면, 전자정보사회는 기술로 '정보'를 통제해 모든 사람들의 삶을 감시하는 시스템이라고 주장한다. 이와 함께 저자는 정보사회의 파놉티콘을 다양한 사례를 통해 보여준다. 예를 들어 지하철, 직장, 은행, 관공서 등에 설치된 CCTV는 우리의 모든 행동을 녹화하고, 기업은 할인과 경품, 멤버십 카드, 품질보증서 등의 혜택을 제공하면서 소비자에게 자발적으로 정보를 제공하도록 종용한다.
그렇다면 우리는 파놉티콘에 갇혀 옴짝달싹 할 수 없이 살아가야 하는가? 이에 대해 홍 씨는 권력이 우리를 감시하는 데 사용하고 있는 동일한 기술을 사용하여 우리 역시 권력을 감시할 수 있다고 말한다. 국내에서는 민간단체들이 해왔던 정보공개운동과 인터넷을 통한 언론감시운동에서부터 국제적으로는 멕시코 사파티스타가 인터넷을 통해 벌여온 신자유주의 저항운동에 이르기까지 그 사례는 다양하다. 결국 기술을 어떤 방식으로 활용하느냐는 기술과 다양한 사회세력간의 상호작용의 결과로 나타난다. 그 상호작용의 하나인 '역파놉티콘'은 행정 및 사법 권력에 대한 감시, 대기업의 횡포와 기업의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감시, 의정과 언론에 대한 감시, 정보수집을 제한하는 프라이버시법 제정 등이 결합할 때 가능하다는 것이 저자의 주장이다.
- 2460호
- 최은아
- 2003-11-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