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죄예방을 위해서는 주택가 골목에도 감시카메라를 설치할 수 있나?"
최근 일부 지자체에서 폐쇄회로TV(CCTV)를 도입하다가 인권침해 지적을 받은 가운데 12일 국가인권위가 주최한 '범죄예방을 위한 CCTV와 인권' 토론회를 열었다.
강남구 감시카메라 설치 현황을 설명한 강남녹색어머니회 신동화 회장은 "주부들은 밤낮 가리지 않고 범죄 위험에 처해있어서 대부분 찬성한다"며 확대실시를 주장했다. 이창무 교수(한남대 여성경찰행정학)도 "신체적인 안전을 지키고자 하는 기본적 욕구는 프라이버시 인권보다 우선한다"며 "감시카메라 설치를 무조건 반대하는 것은 문제"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감시카메라가 설치되더라도 범죄율이 떨어지지는 않는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함께하는시민행동 하승창 사무처장은 "통계수치에 속아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카메라를 설치하지 않은 다른 지역도 범죄율이 하락하지는 않았는지, 범죄가 카메라 없는 지역으로 전이되지는 않았는지 확인해야 한다는 것. 지난해 말 골목길에 감시카메라를 시범설치한 강남구의 경우 설치 후 범죄가 42.5% 줄어들었다고 홍보했으나, 올해 서울시 국감 결과 카메라를 설치하지 않은 다른 지역도 범죄율이 감소한 것으로 밝혀지기도 했다. 또 서울경찰청 제출 자료에 따르면 새로 설치한 폐쇄회로 TV를 이용해 현행범을 체포하거나 사건 발생 후 범인을 체포한 사례도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
오히려 사생활 침해로 인한 손해가 더 크다는 지적이다. 임지봉 교수(건국대 법학)는 "설치된 지역에서는 행동에 제약을 받게 되고, 본인도 모르는 사이에 자기 정보가 기록돼 사용중지나 삭제 요구도 할 수 없다"며 "감시카메라는 헌법 제17조가 보장하는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를 침해한다"고 지적했다. 김승환 교수(전북대 법학)도 "행정의 효율성과 주민 삶의 편의성 때문에 인권의 주체들조차도 자신들의 인권이 침해당하는 현실을 보지 못한다"며 안타까워했다.
이에 따라 토론자들은 엄격한 가이드라인을 정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이은우 변호사(법무법인 지평)는 "감시카메라는 거리 불심검문과 비슷하면서도 기록물이 남고 기록되는 정보도 많아 요건이 더 엄격해야 한다"며 "카메라 근처에 촬영 중이라는 표시를 하고 확대·투시 촬영이나 음성녹음을 금지하며 촬영기록도 7일∼15일이 지나면 폐기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국가인권위는 이날 토론 결과를 참고해 폐쇄회로TV 도입에 대한 인권위 정책권고를 낼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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