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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하루소식

감시로 범죄를 예방한다?

프라이버시 논란 속에 강남구 감시카메라 272개 가동

잇따른 강력 범죄에 대한 시민들의 공포를 인질 삼아 감시카메라(CCTV) 설치가 확대되고 있다.

강남경찰서와 강남구청은 25일 'CCTV 관제 센터'를 열고 감시카메라를 가동하기 시작했다. 272대의 감시카메라는 신사동·논현동·대치동 등 강남구 19개 동의 주요 골목 등에 설치되었으며, 'CCTV 관제 센터'는 이를 24시간 통합 관리하게 된다. 강남구청은 앞으로도 감시카메라 100대를 인근 주민의 동의절차를 거쳐 추가로 설치할 예정이라고 한다.

또한 강남구청이 24일 발표한 보도자료에 의하면 서울시장과 자치구청장들은 지난해 7월 구청장협의회를 통해, 강남구에서 시범운영중인 감시카메라를 서울시 전역에 설치하기로 의견을 모은 바 있다.

그러나 감시카메라에 의한 프라이버시 침해가 심각하다며 감시카메라 설치·확대에 대해 경고하는 목소리가 높다. 대한변호사협회는 지난해 6월 국가인권위원회에 제출한 의견에서 "24시간 감시카메라로 거리를 촬영할 경우 개인들에 대한 무차별한 정보가 수집된다"며 "개인 정보를 해당 개인의 승낙이나 동의 없이 수집·저장하는 것은 명백한 사생활 침해에 해당한다"고 지적했다.

게다가 감시카메라가 범인 검거율을 높이고 범죄를 예방한다는 취지로 설치되지만 실상 그렇지 못하다는 지적도 있다. 프라이버시운동 단체 및 학계에서 발표한 보고서들은 감시카메라가 범죄 예방에 효과가 있음을 주장하는 통계가 신뢰할 만한 것이 못된다고 비판한다. 이를테면, 통계 수치상 감시카메라가 설치된 지역의 범죄율은 감소한 것으로 나타날지라도 범죄가 다른 지역으로 전이되어 사회 전체로 봤을 때는 범죄율에 변화가 없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또 영국 홈오피스(Home Office)가 2002년 발행한 보고서에 따르면, 감시카메라의 효과는 가로등 하나를 추가 설치하는 것에도 미치지 못한다.

인권실천시민연대 오창익 사무국장은 "감시카메라의 범죄 예방 효과는 전혀 검증된 바 없고, 있다 하더라도 장기적일 수 없다"며 "범죄자들이 감시카메라의 소재를 파악하기 때문에 오히려 범죄의 지능화만 낳을 뿐"이라고 꼬집었다. 또 "범죄를 예방하려면 정복을 입은 경찰이 동네를 순회하며 지역 친화적인 분위기를 조성해야지, 감시를 통해서 범죄를 근절할 수 있다고 믿는 것은 전체주의적인 사고"라고 비난했다.

현재 감시카메라는 경찰 혹은 지방자치단체 등이 임의로 필요성을 판단해 설치하고 있다. 이렇듯 현행 법률상 감시카메라를 규제할 수 있는 방법이 없는 상황에서 프라이버시 침해에 따른 우려를 잠재울 대안은 현재로선 없다. 함께하는시민행동은 지난해 11월 「공공기관의 감시카메라 운영실태 보고서」를 발표해 "감시카메라가 지금처럼 원칙 없이 무분별하게 설치, 관리되어서는 안 된다"며 "감시카메라가 설치 목적으로만 제한적으로 사용되고, 개인의 프라이버시를 최대한 보장할 수 있도록 법적 장치를 마련하는 것이 시급한 과제"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