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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하루소식

<특집> 겨울잠 깨워야 할 법사위 계류 법안 ① 성매매방지법

'성매매 피해여성'의 눈으로 법 제정 서둘러야


16대 국회의 수명이 얼마 남지 않음에 따라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잠자고 있는 주요 법안들의 시급한 처리가 요구된다. 본지에서는 앞으로 6회에 걸쳐 이 법안들의 내용과 현황을 살펴본다. <편집자주>


지난해 초 성산업이 국내총생산(GDP)의 4.1%나 차지한다는 놀라운 연구결과가 나온 바 있다. 그러나 여성을 '노예'로 옭아맨 채 이윤을 눈덩이처럼 불리고 있는 성 착취산업의 고리를 끊고 피해여성의 탈성매매를 지원할 수 있는 법체계를 마련하려는 노력은 자칫 수포로 돌아갈 위험에 처해 있다.

군산에서의 연이은 화재참사로 촉발된 성매매방지법 제정 노력으로 '성매매알선등행위의처벌및방지에관한법률안'(아래 처벌법안)이 여야의원 86명의 공동 발의로 법사위에 제출된 것은 지난 2002년 9월. 현 윤락행위등방지법을 대체하기 위한 이 처벌법안은 업주와 중간 알선업자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는 한편, 성매매의 강요· 알선 등을 통해 얻은 금품이나 재산상의 이익을 몰수·추징하고 명목을 불문하고 일체의 채권을 무효화함으로써 성매매를 통한 이윤 동기를 차단하는 것을 주요 내용으로 하고 있다. 지난해 7월 법사위 주최의 공청회까지 개최되면서 법안 통과에 파란불이 켜지는 듯 했으나, 법사위는 지금껏 의결을 미루고 있다.

처벌법안과 동시 시행될 예정으로 국회 여성위원회에 제출된 '성매매방지및피해자보호등에관한법률안'의 경우는 다행히 지난 12월 29일 가결돼 법사위 상정을 기다리고 있다. 보호법안은 성매매 피해여성의 탈성매매를 지원하기 위한 지원시설과 상담소 등의 설치·운영을 국가적 책무로 확인하고 있다.

그러나 법사위 위원들의 성매매 문제에 관한 인식이 매우 저급할 뿐 아니라, 두 법안의 대표 발의자였던 민주당 조배숙 의원이 지난해 말 탈당해 의원직을 상실함에 따라 법 제정 추진의 주요 동력마저 사라진 상태이어서 통과를 낙관하기는 힘든 상태다.

한국여성단체연합 조영숙 사무총장은 "법사위가 지금껏 여성위애서 보호법안의 심의가 끝난 뒤 함께 심의해야 한다는 이유로 처벌법안의 심의를 미루어왔지만, 이제는 그 명분도 사라졌다"며 두 법안의 시급한 처리를 주문했다.

하지만, 법사위 심의과정에서 애초 제출된 원안의 내용이 후퇴하고 있어 법안의 시급한 통과만을 촉구하고 있을 수만도 없는 상황이다. 처벌법안은 원안에서부터 이른바 '자발적 성매매행위자'와 강요 등에 의해 '성매매된 자'를 구별하고 후자만을 처벌대상에서 제외하도록 해 자칫 '성매매 피해여성'을 처벌하는 데 악용될 소지를 안고 있었다. 그런데다 법사위 심의과정에서 '불특정인을 상대로 성매매행위를 한 여성'이라는 새로운 개념이 삽입되면서 여성에 대한 처벌을 도리어 강화하는 방향으로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

이에 대해 조 사무총장은 "성매매를 필요악이라 보고 '자발적인 꽃뱀도 많다'라는 의원들의 저급한 인식수준이 반영된 결과"라며 법사위를 비판하면서도 미진한 법안이나마 통과되어야 한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반면 <여성주의저널 일다> 조이여울 편집장은 "성매매된 여성을 피해자로 보지 않고 죄를 묻게 되면 자연히 알선업자의 죄를 제대로 묻지 않게 될 것"이라며 "이 법안이 알선업자에 대한 처벌을 강화한다는 점에서는 유의미하지만, 노예상인이 아니라 노예를 처벌하는 내용을 포함하고 있다면 통과 자체에 반대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되물었다.

'성을 팔고 싶은 사람은 없다'는 인식에 기반해 법사위가 올바른 성매매방지법을 시급히 제정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