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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끙] 경찰의 단속 시행보다 선행 되어야 할 것들.

경찰청이 기업형 성매매와 사행성 게임장을 3월부터 10월 말까지 집중적으로 특별 단속하겠다고 발표했다는 기사를 봤습니다. ‘성매매와 도박이 불법이고 이곳의 수익은 지하경제이니까 환수하여 양성화하자!’ 이렇게 창조적인 경제를 이루려는 모양인가 봐요.

[사진설명] 서울 서대문구 미근동 경찰청사<br />

▲ [사진설명] 서울 서대문구 미근동 경찰청사


어쨌든, 이룸이 도박 상담소는 아니니 여기서는 제외로 하고, 거대공룡이인 ‘성산업’을 건드린다는 측면에서 반갑지 않은 것은 아닌데, 쌍수 들어 환영할 수 없는 것은 지금까지 단속의 방식이 참으로 우려스럽기 때문입니다.

성매매 피해여성조차 제대로 된 진술을 하기 힘듭니다.

급작스레 단속 하면 업소 안의 대부분의 사람이 경찰서로 가서 조사를 받게 됩니다. 이때부터 자신에 대해 설명을 경찰에게 해야 할 텐데요, 자신이 성매매를 알선하는 사람인지 구매를 하러 온 사람인지 성판매를 하는 사람인지 조사를 통해 밝혀지게 되는 것이겠지요.

업주나 구매자처럼, 했느냐 아니냐의 기준만 적용하면 간단할 텐데, 성매매 여성의 경우는 어떻게 성매매를 하고 있느냐에 따라 법적 처우가 달라져 문제가 많습니다. 그 순간 업주나 강압에 의한 성매매를 증명해야만 피해자가 되는데, 그렇지 못하면 자발적 행위자로 처벌받게 됩니다. 현재의 법이 피해자가 아니면 행위자로 되어 있기 때문이지요.

물리적인 폭력이나 강제적 방식의 성매매만이 피해자라고 인식하는 경찰도 문제이지만, 진정한(?) 피해자라고 하더라도 그 상황에 제대로 된 진술을 하기 어렵습니다. 당장 이 일을 그만둘 것이 아니면(그럴 상황이 안 되거나, 못 되거나를 포함해서요), 스스로 피해자 진술을 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자신의 진술로 업소에 피해가 간다면 다시는 그곳에서 일하기 어렵게 되고, 그 후 더 큰 피해를 당할 가능성도 없지 않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진술로 나뉘는 피해자-행위자가 과연 어떤 의미인지를 잘 모르겠습니다.

경찰의 성매매여성에 관한 편견이 수사과정에서도 그대로 드러납니다.

이룸은 작년까지 2년에 걸쳐 경찰서 아웃리치(서울 모든 경찰서의 지능수사대, 생활안전과, 아동·청소년과를 순회하며 성매매여성 수사과정에서의 협조를 설명하는 전단지와 홍보물을 나눠주며 경찰을 만났던 것)를 진행했습니다. 이때 만난 경찰 대부분은 성매매 피해자는 없다는 단호한 입장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상담소의 상담원이라고 소개했어도 경찰은 시대가 어떤 시대인데 아직도 감금과 협박에 못 이겨 성매매를 하느냐, 요새 성매매 여성들은 다들 명품 사려고 일하는 것이라고 거리낌 없이 이야기했습니다. ‘성매매 피해지원 상담소’ 상담원에게도 너무도 쉽게 자신의 편견을 드러낼 수 있는 경찰이 정작 당사자들을 수사할 때는 바뀌겠습니까?

물론 모든 경찰이 그러하지 않으리라고 믿고 싶지만, 경찰이라고 해서 사회적 편견이 없을 것을 기대하긴 어려운 것 같습니다. 실제로 성매매 여성들의 조사과정에 이룸 활동가들이 동석을 했을 때도 매우 쉽게 목격해 왔던 것이기도 합니다. 오히려 무작위 단속이 성판매 여성들에게 공권력을 불신하게 하고 성매매피해여성을 보호하겠다는 국가 정책마저 의심하게 만드는 계기가 될 수 있습니다.

특별한 단속보다 필요한 것이 있습니다.


[사진설명] 기업형 성매매업소 사행성 게임장 특별단속 현황. 사진출처:서울지방경찰청

▲ [사진설명] 기업형 성매매업소 사행성 게임장 특별단속 현황. 사진출처:서울지방경찰청


서울지방경찰청에서 작년 한 달 만에 단속한 결과, 성매매로 검거된 인원이 541명입니다. 이 중 성매매 ‘피해자’는 과연 몇 명이 될까 궁금해집니다. 매번 단속의 결과를 볼 때마다 움찔움찔하게 됩니다.

감금, 납치, 폭행에 의한 성매매만이 강요라고 인식하는 경찰에게서,
조사 중 성매매 여성이라는 낙인과 편견의 시선과 처우를 감당해가며,
스스로 피해를 증명하지 못해 자발적 선택인 행위자로 되는 현실.
더군다나
단속을 당했더라도 또다시 성매매 업소를 선택할 수밖에 없는 조건에서,
경찰 단속의 강화는 행위자로 처벌 건을 증가시켜 실적을 올릴 수도 있겠습니다.
상황이 이렇게 되면, 피해자를 보호하겠다는 법 취지마저 퇴색될 수 있지 않을까 걱정입니다.

단속 이전에, 하루빨리 선행되어야 할 것은 (진짜 솔직히 이야기해도 될까요?) 단속을 하는 경찰들이 성매매방지법이 있는지, 왜 있는지, 어떤 조항이 있는지부터 알았으면 좋겠습니다. 성매매여성들에게 존댓말부터 시작해서 기본적인 인권만이라도 지켜 주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조만간, 피해-자발 구분 없이, 성판매자의 비범죄화가 이루어져서, 최소한의 법적 보호라도 받을 수 있게 되길 바라봅니다.

너무 과한 기대는 아니라고 말해주세요~
그것이 선행을 앞당기는 힘입니다.
덧붙임

허허 님은 반성매매인권행동 '이룸' 활동가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