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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하루소식

파견제로 차별을 없애?

'정부, 시커먼 속 가리기라도 해라' … 노동계 반발


고용불안, 노동착취의 주역인 '파견노동'을 전 업종으로 확대하겠다는 노동부의 계획에 노동자들이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24일 노동부는 현재 26개 업종에 제한적으로 허용되고 있는 파견노동을 특정한 몇 개 업종만을 제외하고 모두 허용하는 비정규직개선안(아래 개선안)을 발표했다.

죽음으로 외친 비정규직 철폐의 요구를 전체 노동자의 비정규직화로 화답하는 정부의 방침에 노동자들은 할말을 잃고 있다. 전국불안정노동철폐연대 김혜진 집행위원장은 "개선안은 비정규직을 바라보는 인식과 원칙이 변화했다는 데에 심각성이 있다"며 "파견노동을 종래의 예외적인 상황이 아닌 정상적이고 일반적인 고용형태로 선언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직원을 정규직으로 채용한 파견업체에만 파견범위를 확대하겠다는 정부의 주장을 곱씹어 보면 파견노동을 정상적인 고용형태로 정착시키겠다는 의도이다.

그러나 파견업체가 직원을 정규직으로 채용한다고 해도 파견노동자들에 대한 '중간착취'와 '고용불안'은 해소될 수 없다. 오히려 파견업종의 확대는 파견업체의 난립과 경쟁을 부추겨 파견노동자에 대한 저임금 등 열악한 노동조건을 더욱 강화시키게 될 것이다.

파견노동의 확대가 실업해소와 일자리 만들기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김정태 한국경영자총협회 상무의 주장에 대해 김위원장은 "말장난이다"라며 "정규직 1명 쓸걸 파견노동자 2명 쓰느냐? 정규직 노동자가 파견노동자가 될 뿐이지 일자리가 늘어나는 것은 아니다"고 못박았다.

개선안의 또 다른 문제는 사용자가 노동자를 차별을 했을 때 '차별구제위원회'를 두어 조정토록 하고 있지만, '처벌규정'은 두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또 근무기간이 2년을 넘어선 파견직 노동자가 사용자에게 재계약을 요구할 경우, 사용자가 재계약을 거부하지 못하게 한 것은 파견기간을 연장하는 역할만 할 뿐이라는 지적이다.

민주노총은 25일 성명을 통해 "정규직 일자리가 파견직으로 대거 전환될 것이며, 결국 파견업종의 확산은 정규직을 줄이고 파견 비정규직을 더욱 늘려 갈 것"이라고 주장했다. 실제로 지난 98년 파견법이 시행된 이래 정규직이 정리해고 된 자리는 파견직으로 채워졌다. 그 기간 동안 사용업체의 책임회피와 파견업체의 중간착취는 '고용불안과 차별, 노동법상 무권리'로 고스란히 파견노동자들에게 부담되었다. 2년 이상 된 노동자들은 정규직으로 채용되지 못한 채 그 직전에 쫓겨났고, 정규직 노동자들과 같은 일을 하면서도 저임금 등으로 차별을 겪었다. 노동자로서 권리를 보장하기 위해 노동조합을 결성하면 사용업체가 계약을 해지하기 일쑤여서 실질적으로 노조 활동은 불가능한 상황이다.

이러한 합법화된 무권리, 고착화된 차별의 고리를 끊기 위한 대안은 '파견제 확대 속의 차별 금지'가 아니라 '파견제 자체의 폐지'여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