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부터 명동성당을 거점으로 시작됐던 한국통신 노조의 파업이 22일 협상 타결로 끝이 났다. 한국통신 노조의 파업투쟁은 그간 구조조정에서 밀리기만 하던 노동자들이 처음 가시적으로 이를 저지했다는 점에서 중대한 의미를 가진다. 정부나 자본의 일방적 구조조정을 저지할 수 있다는 것을 투쟁으로 확인했기 때문이다.
한국통신 노동자들은 성과를 남기고 이제 현업에 복귀했다. 그렇지만, 또 하나의 한국통신 노조인 계약직 노조는 정규직보다 먼저 12월 13일부터 파업에 들어갔음에도 불구하고 협상에는 진전이 없었다. 4만명에 육박하는 정규직 조합원에 비해 1천2백명이라는 숫자가 초라했기 때문일까? 계약직 노조는 세간의 외면 속에 외로운 투쟁을 끌어가고 있다.
안타까운 것은 정규직 노조마저 계약직 노조의 투쟁을 감싸안지 못했다는 점이다. 지난 19일 계약직 노동자들은 한통 정규직 노동자들의 파업에 연대하기 위해 명동성당을 찾아갔다. 하지만 일부 정규직 노조원들과 노조 간부들이 냉대하는 바람에 계약직 노동자들은 발길을 돌려야 했다. 자본의 노동시장 유연화전략이 철회되지 않는 한, 언제고 정규직 또한 비정규직이 될 수 있으며, 따라서 오늘 비정규직의 아픔이 내일 자신의 문제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닫지 못한 비극이었다.
물론 정규직 노동자 중심의 노동운동이 한 순간에 비정규직을 껴안는 운동으로 발전하리라 기대하는 것은 무리겠지만, 같은 노동자로서 연대의식 만큼은 당당히 보여주었어야 했다. 노동자의 권리를 회복하기 위한 투쟁에는 이제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구분이 무의미한 현실이기 때문이다.
연말까지 7천명의 계약직 노동자들을 해고하고, 도급제로 전환하려는 마당에 한국통신 계약직 노조의 파업은 갈수록 힘든 국면으로 치닫고 있다. 정규직 노조가 도급제에 대한 논의를 '추후 협의사항'으로 미뤄놓은 상황에서 계약직 노조 홀로 이에 맞서야 하기 때문이다. 파업을 푼 정규직 노조는 이제라도 계약직 노조와 손을 맞잡아야 한다. 나아가 노동운동 전체가 비정규직 문제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값싼 인력의 저수지를 형성할 비정규직의 확산은 궁극적으로 정규직 노동자의 목을 겨누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다시 한 번 노동자의 단결을 생각해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