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 손가락 지문날인 거부한 청소년들, "지문날인 강요는 인권침해"
"지문날인이 불합리하고 반인권적이라는 것은 주위 친구들도 충분히 알고 있는 일이에요. 범죄 수사에 도움이 된다는 이유도 설득력이 부족한 지금, 지문날인은 군사정권의 악습일 뿐인 것 같아요." 고교 3학년 이가빈 씨의 말이다.
이가빈 씨 외 주민등록증 지문날인을 거부한 청소년 3명은 9일 지문날인 제도에 대해 헌법소원을 제기할 예정이다. 이에 지문날인 반대연대가 적극적으로 지원활동에 나섰다.
소송을 맡은 이은우 변호사는 "지문날인은 법률적 근거 없이 시행령과 규칙에 의해서만 집행되고 있는데 이는 국민의 모든 자유와 권리는 법률로써만 제한할 수 있다는 헌법 37조 2항에 위배된다"며 지문날인 제도의 법적 문제를 지적했다. 또한 "동의 없이 개인 정보를 수집하여 국가가 감시, 관리하는 것은 헌법 10조가 보장하는 개인정보의 자기결정권을 침해한다"고 말했다.
이외에도 헌법소원심판청구서에서는 지문날인이 '행복추구권 및 인격권 침해'에 해당되어 위헌이라고 밝히고 있다. '17세 이상의 모든 국민으로부터 열 손가락 지문을 채취하는 국가는 한국뿐'으로 불필요한 정보수집은 국민에게 위압감과 굴욕감을 주고 있다는 것이다. 또 1년간 범죄 150만 건 중 지문정보로 신원을 확인하는 경우는 2천여 건에 불과하며, 이를 위해 전국민 성인의 열 손가락 지문을 채취한다는 것은 '과잉금지 원칙의 위반'에 해당된다는 것.
이번 헌법소원은 주민등록증 발급 대상에 이른 청소년들이 국가에 의해 열 손가락 지문이 수집, 사용되는 지문날인 제도에 대해 근본적으로 문제를 제기한 것에 의의가 있다.
지문날인 제도에 대한 위헌소송은 99년 이후 두 번째다. 당시 경찰청이 법적 근거 없이 지문을 사용, 수사하는 것에 대해 위헌소송을 제기한 바 있다. 이에 대해 헌법재판소는 아직까지 위헌여부 결정을 내리지 않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