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정잡배들의 추악한 정치 싸움판이 되어 반민주, 반인권 법률을 양산해 온 국회가 드디어 일을 내고 말았다. 부정부패와 당리당략에 매달려 이전투구에 골몰하던 야당이 수적 우위를 앞세워 대통령의 직무를 정지시킨 것이다.
검찰의 불법 대선자금 수사로 궁지에 내몰린 야당들이 도덕성이나 정당성도 갖추지 못했다는 것과 대통령 탄핵이라는 국가의 중대사안도 정치적 기득권을 회복하려는 술수에서 비롯되었다는 것은 재삼 확인할 필요도 없다. 5공 신군부, 냉전수구의식과 지역주의에 뿌리내리고 있는 그들은 그러기에 들끓는 반대 여론도 외면한 채 탄핵을 결행하는 폭거를 저질렀다.
그렇다고 노무현 대통령이나 열린우리당이 작금의 사태를 분노할 자격이라도 있는가! 그들은 이라크 파병, 한-칠레 FTA, 집시법 개악, 인터넷 실명제 등과 같이 기본권을 침해하는 각종 법안과 결의안을 수구보수정당과 한편이 되어 통과시키지 않았던가. 신자유주의 경제강령을 무슨 경전처럼 떠받들고 민중의 생존권을 압살하는 정책 강행을 개혁이라고 호도하던 그들이 지금에 와서 민주투사인 양 치장하는 것도 역겹기만 하다.
이번 사태를 통해 우리가 진정 분노해야 하는 것은 이 나라 주권자들이 정치로부터 배제되어 들러리가 되고 있는 정치현실이다. 대의민주주의에서 국회의원들에게 국회를 이전투구의 전투장으로 삼을 권능을 부여한 것은 참담하게도 주권자들이다. 주권자들은 4년마다 한번 투표로 대표를 뽑을 수 있을 뿐, 그 대표를 소환할 수도, 주권자들이 자신들에게 필요한 법안을 직접 발의할 수도 없다. 더욱이 정당을 만들어 국회에 진출하기도 어렵다. 이런 예들은 이미 다른 정치 선진국들에서는 일반적인 정치제도가 되었음에도 말이다.
그렇지만, 언제까지 가짜 대표들에게 대표성을 위임한 채 국회를 바라보며 분노와 허탈의 종주먹질만 해댈 것인가. 오늘 6월 항쟁을 계승하여 민주주의를 실현하는 양 판치고 있는 가짜 민주주의 정치판을 뒤엎는 것이 진정 6월 항쟁의 계승일 것이다. 그 길은 주권자가 직접 참정할 수 있는 정치제도를 수립해야만 이룰 수 있다. 그것이 가짜 대표들이 저지른 이번 탄핵 사태를 통해 우리가 깨달아야 하는 인권적인 교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