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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하루소식

◐ 조이여울의 인권이야기 ◑ 동성애자 인권운동 10년 : '무지'와의 싸움

사람이 다른 사람을 '차별'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여기엔 수많은 이유가 있다. 여자여서 차별하고, 못 산다고 차별하고, 피부색이 달라서 차별하고, 다리를 절름거린다고 차별하고, 늙었다고 차별하고, 어리다고 차별하고, 못생겨서 차별하고, 질병이 있다고 차별하고, 대학졸업장이 없다고 차별하고, 같은 지역 출신이 아니라고 차별하고, 엄마가 없다고 차별하고, 이혼을 했다고 차별한다.

그리고 '같은 성의 사람을 사랑한다'는 이유로 차별한다. 그 이유 때문에 사람에게 '혐오스럽다', '미친 것 같다', '재수 없다', '더럽다', '웃긴다' 등등의 말을 내뱉는다. 그 이유 때문에 직장에서 쫓아내고, 정신병원에 집어넣고, 두들겨 패고, 절교를 선언한다. 그 이유 때문에 사람에게서 타인을 사랑할 자격을 뺏는다. 그 이유 때문에 사랑하는 사람과 가족을 이룰 권리, 아이를 입양해 키울 권리를 주지 않는다.

세상의 모든 차별은 어리석다. 사람들은 '편견'과 '무지'로 인해 자신과 '다른' 사람들을 차별한다. 그 중에서도 동성애자에 대한 차별은 너무나 일반화되어 있다. 사람들은 동성애자들이 머리에 뿔이라도 달린 사람인양 신기해한다. 결혼하지 않고, 아이를 낳지 않고 사는 사람들도 많은데 유독 동성애자에게는 "천륜을 어겼다"고 말한다. 에이즈 바이러스는 동성이든 이성이든 성관계를 통해 주로 전염되건만, 동성애자가 감염원이라고 뒤집어씌운다. 타인의 성을 매매하는 성문화를 가진 사람들이, 동성간의 성관계에 대해 '비도덕적'이라고 비난한다.

동성애자 인권운동은 이러한 '편견'과 '무지'와의 싸움이라고 할 수 있다. 동성애자 인권운동가들은 '찍히면 죽는' 세상에서 참으로 어렵게, 그리고 용감하게 활동해왔다. 동성애자 상담과 지지그룹을 만들고, '커밍아웃'(성소수자가 자신의 정체성을 타인에게 드러내는 일)을 하고, 영화제와 문화축제를 열고, 매체를 만들어 동성애자에 대한 정보를 전달하고, 시민사회단체 실무자와 상담원들을 대상으로 '동성애 바로 알기' 교육을 하고, 차별에 대한 법적인 대응과 더불어 제도 개선을 요구해왔다.

그 싸움의 역사가 올해로 10년이다.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는데, 우리 사회 동성애자의 현실은 과연 얼마나 달라졌을까. 이러한 질문은 "동성애자에 대한 편견과 무지가 얼마나 많이 깨졌는가"라는 말로 바꾸어볼 수 있다. 10년 전에 비해 동성애자의 현실은 분명 많이 달라졌지만, 달라지지 않은 부분이 더 많다. 때로 동성애자에 대한 차별은 너무나 깊고 강고해서, 영원히 달라지지 않을 것처럼 보인다.

이 글을 읽는 독자들이 스스로, 동성애자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는지 돌이켜본다면 바로 그것이 우리 사회 동성애자 인권의 현주소일 것이다. 만약 "인정해 줄 테니 조용히 살아라"거나 "그들이 어떻게 살든 관심 없다"고 생각하는 이들이 있다면, 그것이 '차별'이라고 이야기해주고 싶다. '편견'과 '무지'를 깨는 것은 '무관심'을 깨는 것이기도 하다. 끊임없는 관심과 배움, 그리고 노력을 통해서만이 가능한 일이다.

◎조이여울 님은 여성주의 저널 <일다> 편집장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