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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하루소식

'그들만의 땅'

상위 5%가 전체 토지가액 절반 차지해

가격기준으로 우리나라의 사유지 절반을 상위 5% 가구가 독점하고 있고, 하위 50%의 가구는 전체 토지의 2.6%만을 소유하고 있다는 연구결과가 발표돼 충격을 주고 있다.

연세대학교 경제연구소가 23일 국회 재정경제위원회에 제출한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상위 5% 가구가 전체 토지가액의 50.6%를 소유하고 상위 50%의 가구는 전체 토지의 97.4%를 가지고 있으며 하위 절반의 가구는 전체 토지의 2.6%를 소유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토지를 단 한 평도 소유하지 못한 가구는 32.5%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불평등 정도를 나타내는 지니계수는 0.8607로 소득 불평등의 0.306보다 약 3배나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 수치는 지난 93년 종합토지세 납부자료를 분석한 결과여서, 10여 년이 지난 지금 불평등 정도는 더욱 심할 것으로 추정된다.

토지의 소유분포가 극단적으로 불평등한 배경은 정부의 토지정책과 떨어져 있지 않다. 주거권실현을위한국민연합 유영우 사무총장은 "정부는 국·공유지 매각과 기업들에 대한 특혜를 통해서 토지를 가진 사람들에게 편중되는 정책을 썼다"며 "노태우 정권 때 토지공개념을 도입했다가 김영삼, 김대중 정권 때 완화하면서 (토지소유 불평등이) 심화됐고 지금껏 토지문제 불평등에 대해 대안이나 정책을 전혀 내놓지 않았다"고 꼬집었다.

문제는 토지가 인간의 모든 활동의 기반이고 그 양이 한정되어 있는 공공의 자원이라는 점이다. 수요가 늘어난다고 해서 공급을 늘릴 수 없기 때문에 시장경제의 원리를 그대로 적용하기보다는 사회 공동체 전체의 이익과 관련해 공적인 규제 아래 두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우리나라에서도 토지의 사유화를 부분적으로 통제하기 위해 1989년 택지의 일정 한도 이상의 소유를 금지하는 '택지소유상한제법'을 제정했다. 그러나 토지소유자들의 저항에 부딪혀 6차례 완화되는 방향으로 개정되다가 재산권에 반한다는 위헌결정으로 1999년 그 명을 다하였다.

이러한 불평등한 토지소유구조 아래서 높은 주거비를 감당할 수 없는 많은 서민들은 비닐하우스와 쪽방에서 살고 지하도에서 노숙하는 한편 철거로 삶의 터전을 빼앗기며 생존권을 위협받고 있다. 반면 토지를 소유한 소수의 사람은 투기수요에 따른 지가 상승을 통해서 불로소득을 얻고 있다. 이 불로소득은 토지에 재투자되어 토지소유 불평등 구조를 심화시키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