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이버시 운동을 해온 정보인권운동활동가들이 지난 23일부터 25일까지 대전에서 '프라이버시'를 주제로 전국정보운동포럼을 열었다. 정보화시대에서 민주주의와 인권을 존중하는 사회를 만들어나가야 한다는 취지로 해마다 열리고 있다. 지난 포럼들은 자기정보통제권, 표현의 자유, 정보공유의 권리 등 정보운동의 여러 주제에 대해 폭넓게 다루었지만 매년 하나의 주제에 집중하여 토론하자는 평가에 따라 올해에는 프라이버시를 주제로 선정했다.
특히 올해는 네이스, 장기미아 유전자정보 데이터베이스 등으로 인권운동진영 전반에 정보인권에 대한 인식이 높아지면서 많은 인권단체활동가들이 참석했다.
정보운동포럼에서는 프라이버시 일반 및 RFID(radio frequency Identification:무선전자태그)에 대한 강연과 △데이터베이스와 차별 △생체정보를 통한 감시 △국가신분등록제도의 현황과 대안, △ERP(enterprise resource planning:전사적 자원관리 시스템)와 노동감시 △CCTV와 감시 △휴대폰, 인터넷의 위치정보와 프라이버시 등 6개 워크샵, 인권교육, 지난해 정보운동평가와 올해 활동의 전망에 대한 토론 등의 행사가 2박3일 내내 진행되었다.
프라이버시의 일반원칙에 대해 강연한 중앙대 이인호 교수는 △익명거래의 원칙 △합법성의 원칙 △분리처리의 원칙 △시스템공개의 원칙 △수집제한의 원칙 △목적구속의 원칙 △제공제한의 원칙 △정보정확성의 원칙 △참여, 보안, 책임, 감독의 원칙 등 프라이버시를 지키기 위한 열 두 가지 원칙에 대해 설명했다.
무선전자태그로 확대되는 감시망
RFID는 교통카드 등에 쓰이는 무선태그로, 특정한 주파수대역을 쓰며 2∼3미터 정도의 근거리에서 통신이 가능하다. 하지만 최근에는 통신거리가 늘어나고 크기도 획기적으로 작아지면서 생산되는 모든 상품에 RFID를 삽입하려는 움직임도 보이고 있다. 강연을 한 피스넷의 전응휘 사무처장은 이런 상황이 가속화하면 상품을 소지하고 있는 개인의 모든 움직임이 RFID에 의해 포착되고 데이터베이스에 저장될 것이라고 지적해 참석자들을 긴장시켰다.
데이터베이스가 차별 불러와
데이터베이스와 차별 워크샵에서는 전사회적으로 구축되고 있는 데이터베이스들이 장기미아 데이터베이스, 노숙인 데이터베이스 등 그 자체로 직접 차별을 유발할 우려가 있는 것은 물론, 왜곡된 사회구조를 수치화하고 객관적인 자료로 활용되어 차별적인 사회 구조를 공고화할 것이라는 지적이 있었다. 생체 정보를 통한 감시 워크샵에서는 국가기관에 의한 신원확인 유전자데이터베이스의 문제점을 다뤘다. 개인의 유전정보가 활용되는 영역이 확대되고 있는데, 이로 인한 차별이 사회 문제가 되고 있으며 유전정보가 하나의 사회 권력으로 자리잡고 있는 상황에 대해 공유했다.
국가신분등록제도 워크샵에서는 자기정보통제권을 지나치게 침해하고 있는 현재 국가신분등록제도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고, 주민등록법과 호적법의 구체적인 개정방안에 대한 토론이 진행되었다. 회사 안의 모든 업무를 정보기술을 이용하여 효율적으로 관리하는 시스템인 ERP는 노동자에게는 보이지 않는 감시카메라이며 노동권을 훼손하는 감시통제시스템이다. ERP 워크샵에서는 이러한 ERP에 저항하는 노동자들의 사례와 대응 원칙, 방안 등이 토의됐다.
위치정보, 프라이버시권 침해
CCTV와 감시 워크샵에서는 무차별적으로 설치되고 있는 CCTV에 대한 규제방안과 반대운동 전반에 대한 토론이 이루어졌다. 위치정보와 프라이버시 워크샵에서 발제자는 정보통신 기술의 발전으로 네트워크화하고 모바일화한 통신으로부터 파생하는 새로운 정보가 증가하고 있는 현실을 지적했다. 이러한 정보 중 중요하게는 위치정보를 들 수 있다. 그런데 위치정보는 개인이 특정 시점에 특정 위치에 있었다는 점을 담고 있는 정보이기 때문에, 위치정보 수집 자체가 프라이버시 침해가 되며 오남용의 위험성도 있고, 국가가 시민을 감시할 수 있는 능력이 커진다. 또한 위치정보는 상업적으로 이용될 위험성이 있고, 노동자에 대한 감시 강화로 이어질 수 있다.
프라이버시 운동의 발전
2003년은 정보인권 운동 중에서도 프라이버시 운동이 비약적으로 성장한 한 해이다. 네이스 반대 투쟁을 통해 많은 사람들이 '정보인권'을 구체적으로 느끼게 되고 사회적으로 확산되었다. 정보운동 평가와 전망을 토론하는 자리에서 발제자인 함께하는시민행동 박준우 씨는 1996년 전자주민카드 반대운동에서 시작한 프라이버시 운동의 첫 단계가 2003년에 매듭지어지고 가시화 되었다고 평가하고, 다음 단계로 이행해야 한다고 전망했다. 또 토론에서는 점차 분화되고 있는 정보인권 운동이 좀 더 나은 답을 얻기 위해 다른 부문 운동들과 연대와 논의가 필요하다는 점, 운동의 확대와 대중화를 위해 적극적이고 폭넓은 구조를 마련해야 한다는 점, 법률 대응 중심에서 벗어나 대중운동과 교육운동을 고민하고 확대해야 한다는 점 등이 제기되었다.
참가자들은 총평을 통해 이번 포럼이 프라이버시와 정보인권의 기본적인 개념교육의 필요성을 일깨웠고, 정보인권을 중심으로 제기된 여러 프라이버시 이슈와 활동들을 공유, 토론하며 2003년의 활동 평가, 2004년 정보인권과 프라이버시권 운동의 전망을 논의하는 자리가 되었다고 평가했다.
인권하루소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