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운동사랑방 후원하기

인권하루소식

<인터넷 기사> 식량은 상품이 아니다!

식량주권 국제 토론회에서 다시금 쐐기를 박다


달러를 벌기 위해 수출용 환금 작물을 재배하면서도, 정작 자신들의 주린 배는 채우지 못하는 가난한 농민들의 한숨 소리, 유전자 조작 식품과 농약에 찌든 수입 과일에게 잠식당하고 있는 밥상의 풍경은 어디서 기인하는 걸까. 지난 14일 '비아 캄페시나(농민의 길)'가 주최한 식량주권 국제토론회에서 참가자들은 세계 곡물시장의 80% 이상을 점유하고 있는 소수의 다국적 기업과 WTO, 세계은행을 위시로 한 국제기구들을 '공공의 적'으로 지목하면서 "식량 주권은 매매의 대상이 아니다"라고 입을 모았다.


다국적 기업, 농민을 볼모로 삼아 이윤 추구

'남반구 포커스' 니콜라 씨는 "지난 30년 동안 농산물의 가격이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있는 상황이 입증해 주듯이, 농산물의 생산과 분배에 이르는 전 과정을 다국적 기업이 통제하면서 농민들은 노동의 대가를 정당하게 누리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또한 태국에서 온 친다 씨는 "태국 정부가 특별법을 제정하여 다국적 기업의 이윤 증식을 위한 인센티브를 제공하는가 하면, 중국과 자유무역협정을 체결하여, 양파와 과일 등을 재배하는 농민들에게 큰 타격을 주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태국 농민들은 실제로 자급자족을 하고도 남을 만큼 농산물을 생산하지만, 일년에 380달러를 밑도는 돈으로 생계를 유지해야 하는 빈곤한 상황에 처해 있다"며 연대를 호소했다.


식량주권, 생산·유통·소비 등 포괄적 개념

이날 토론회에서 식량 주권의 문제는 농민들의 생존권 확보를 위해 중요할 뿐만 아니라 노동자, 빈민을 아우르는 민중들의 건강권, 사회보장권과 직결되는 광범위한 사안이니 만큼 부국과 초국적 자본에 대항하여 식량 '안보'에 방점을 찍는 것을 넘어서, 궁극적으로는 "민중들이 식량 주권을 통제할 수 있어야 한다"는 의견이 대두되었다.

일본에서 온 콘도 야스오 씨는 "식량주권을 생산, 유통, 소비의 영역에서 작동하는 포괄적인 개념으로 다시 해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비아 캄페시나'는 포르투 알레그레에서 열렸던 세계사회포럼에서 식량주권을 "초국적 자본과 농산물 수출국들의 식량독점 침탈에 맞서 농민, 민중, 각 나라가 자신들의 농업과 식량 정책을 규정할 수 있는 권리"로 정의한 바 있다. 즉 '시장'을 상정하여 상업용 단일 작물들에 막대한 비료를 살포하는 녹색혁명, 어업과 낙농업의 산업화를 지칭하는 청색혁명과 백색혁명을 주도하는 다국적 기업의 술수에 맞서 자생적인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비아 캄페시나' 회원 인두라 루비스 씨는 "녹색혁명은 인도네시아 농업을 '수출 산업'으로만 몰아가고, 작은 가정 단위의 토지를 없애는 것에 초점을 두었다"며 폐해를 지적했다. 더불어 "식량주권은 단지 식량 자체만을 다루는 것이 아니라, 안전한 식량 공급을 위해 토지, 물, 종자까지 아우른다"고 밝혔다. 몬샌토·칼젠 등 생명공학회사가 주범인 유전자조작농산물의 문제나 종자의 확산을 저지시키려는 식량 독점의 시도 역시 식량주권의 문제에 포함된다는 것이다. 일본의 '유전자 조작식품 반대'에서 온 활동가는 "몬샌토 회사에서 유전자 조작 밀가루를 유통하려고 했었는데, 투쟁을 통해 유전자 조작 밀가루에 대한 연구를 중지하겠다는 발표를 사측으로부터 얻어냈다"며 그 성과를 나누었다.

한편 이날 토론회를 주관한 '전농'은 오는 9월 10일 고 이경해 열사 1주기를 맞아, '고 이경해 열사 추모제 및 WTO반대 세계 식량주권 쟁취 국제 행동의 날'을 개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