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를 극화한 드라마 <미생>에서 마부장이 신입사원 안영이를 ‘분냄새’라는 말로 비하하고 모욕하는 장면이다. 부장이라는 지위로 여성비하적인 막말을 하는 사람과 신입사원이기에 꾹 참는 사람의 모습이 실감있게 그려졌다. 현실은 더 하면 더 하지 덜하지는 않다.
2014년 ‘땅콩회항’이라는 말을 탄생시킨 대한항공 조현아 부사장의 부하직원 괴롭힘은 단연 톱이다. 부사장은 승무원이 땅콩을 뜯지 않고 쟁반에 올려 제공했다고 “매뉴얼을 가져오라”, “사무장을 불러오라”며 폭언과 폭행을 했다. 사무장에게도 같은 대우를 하며 비행기에서 내리라고 했다. 그로 인해 비행기는 회항했다. 직장 내 괴롭힘의 결과가 피해노동자만이 아니라 승객들에게도 미친 셈이다. 2015년 말에는 몽고식품 김만식 회장이 운전기사를 상습적으로 폭행하고 욕을 해서 사회적 공분을 산 적이 있다. 운전기사는 이유 없이 회장에게 수시로 정강이와 허벅지를 걷어차였고, 회장 지시로 권고사직을 당했다.
직장 내 괴롭힘은 2014년과 2015년을 강타한 주요한 인권의제다. 직장 내 괴롭힘은 직장에서 권력관계(힘)의 우위를 바탕으로 벌어지는 폭력이고 차별이며 인권침해다. 가시적인 신체적 폭력만이 아니라 따돌림, 업무 배제, 정보 배제와 같은 다양한 유형의 괴롭힘으로 드러난다.
인권운동사랑방을 비롯해 여러사회단체들이 2014년 <KT 직장 내 괴롭힘 조사연구>에 이어 2015년 <사무금융노동자 직장 내 괴롭힘 조사연구>를 했다. 비슷하면서도 주목해야 할 다른 결과들이 나왔다. 키워드를 담은 보고서의 제목이 이를 보여준다. KT의 경우 <괴롭혀서 제 발로 나가라고? 제발 이제 그만!>이었고, 사무금융노동자의 경우 <전략적 성과관리? 전략적 괴롭힘!>이었다. 두 번의 조사연구 모두 회사가 의도적이고 조직적으로 노동자들을 괴롭히고 있었다. KT는 구조조정을 달성하기 위해, 사무금융노동자는 전략적 성과관리라는 이름으로 직장 내 괴롭힘을 경영전략으로 사용하고 있었다.
그러나 조사대상이 다르기에 짚어볼 만한 결과들이 더 있다. 사무금융노동자는 전국사무금융서비스 노동조합 3만 명의 조합원을 대상으로 했고, KT는 조사대상이 괴롭힘을 당한 피해자들을 대상으로 했다. KT는 명예퇴직을 당하거나 CFT(Cross Function Team, 명예퇴직을 거부한 노동자들을 모아 놓은 신설 조직)에서 괴롭힘을 당한 사람들을 대상으로 했다. 대상의 차이에 따른 결과의 차이만 있는 건 아니다. 두 번의 조사연구 과정에서 직장 내 괴롭힘에 대한 사회적 공론화도 있었고, 여러 고민들이 벼려졌기 때문이다.
절반 가까이 괴롭힘을 경험
전국사무금융노조와 함께 진행한 실태조사는 양적 설문조사와 심층면접조사의 방법으로 했다. 설문조사에는 조합원 중 3,065명이 참여했고, 심층면접은 11개 사업장의 간부와 조합원이 참여했다.
양적조사 결과, 괴롭힘을 경험한 노동자는 48.75%였다. 조사단은 참여자가 괴롭힘이라고 주관적으로 인식하는 경험 외에도 괴롭힘 행위를 경험했는지를 질문하였다. 노동자가 일상적으로 경험하지만 괴롭힘으로 인지하지 못하는 것을 포착하기 위해서였다. 객관식으로 괴롭힘 행위 20개에 대해 물었는데 참여자들은 평균 2.8개 정도의 상황을 경험했다고 답했다.
사무금융노동자가 경험한 괴롭힘 유형은 언어폭력과 업무 관련 괴롭힘이 신체적 괴롭힘이나 위협에 비해 높게 나왔다. 증권회사에 다니는 한 심층면접 참여자는 상사로부터 공개적인 자리에서 “식충이”라는 모욕적인 말을 들었다고 한다. 또 주목할 것은 직장 내 위계 관계를 바탕으로 한 성적 괴롭힘이 상존하고 있었다는 점이다.
직장 내 권력관계를 바탕으로 괴롭힘이 이뤄지기에 가해자는 임원 및 경영진 4.85%, 상사가 27.23%로 가장 많았다. 그런데 특이한 점은 ‘고객 또는 거래처’가 6.53%로 임원 및 경영진에 의한 괴롭힘보다 높았다. 이는 금융서비스노동자들의 업무특성상 고객들을 자주 만나기 때문이다. 고객에 의한 괴롭힘은 두 가지 측면에서 바라보아야 한다. 하나는 ‘손님은 왕'이라는 프레임으로 판매실적만을 강요하는 기업문화가 고객에 의한 괴롭힘을 허용하는 경우다. 다른 하나는 불완전판매와 같은 경영방침으로 고객의 항의가 발생하는 경우다. 실적을 올리라는 경영방침 때문에 금융상품에 대한 정확한 설명을 하지 않은 채 상품을 판매하여 손님이 항의할 경우, 노동자는 회사와 손님의 가운데 끼여서 더 힘들어질 수밖에 없다. 기업의 잘못된 경영방침이 사회로까지 악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이러한 괴롭힘으로 노동자들은 건강한 상태를 유지하기 어려웠다. ‘언어폭력’ 및 ‘신체위협(폭력)’, ‘성희롱(폭력)’을 당한 적이 있다고 응답한 노동자의 경우 상담을 필요로 하는 우울증상 호소가 높게 나타났다. 직․간접적인 폭력을 경험한 노동자는 우울증상이 심리상담이 필요할 정도인 경우가 40%가 넘었다. 또 서비스직과 영업직 노동자는 사무지원직 종사자보다 높은 우울증상을 보였다. 서비스직과 영업직이 고객과 접촉하기 때문에 감정노동에 노출되고, 단기·장기성과 압박을 받는 일이 많기 때문으로 보인다. 자살을 생각해본적 있다고 응답한 노동자가 180명이었으며 이들을 분석한 결과, ‘여성, 20대, 영업직, 사원 직급’에 해당하는 사람들이 ‘자살생각’의 빈도가 약간 더 높았다.
구조조정과 성과주의는 괴롭힘을 증가시켜
이번 조사에서는 직장생활과 근무환경 변화에 대해서도 질문했기에 노동자들이 경험하는 괴롭힘의 경험 변화나 노동자들의 인식 변화도 교차 분석해볼 수 있었다. 먼저 구조조정, 비정규직 고용 증가, 경쟁과 성과주의 증가 등과 같은 환경 변화는 괴롭힘을 부추기고 있었다. 노동환경, 고용불안이 괴롭힘을 부추기고, 경쟁과 성과주의로 경영이 이루어질 때 괴롭힘이 증가한다는 것을 추론할 수 있다. 경쟁과 성과주의가 증가했다고 응답한 사람이 겪는 괴롭힘의 경험 빈도는 변화가 없다고 응답한 사람의 2배 가까이 됐다.
주목할 것 중 하나는 근무시간이 긴 사람일수록 괴롭힘을 경험한 개수가 많았다는 것이다. 또 괴롭힘 경험이 많은 사람들은 대부분 주당 근무시간이 50시간을 초과하고 있었다. 심층면접 조사 결과 직원 개개인이 담당해야 할 업무량이 증가하고 그로 인해 정신적․육체적 스트레스도 증가하고 있었다. 과다한 업무는 장시간 노동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따라서 일본에서 진행된 것처럼 한국에서도 과로사와 괴롭힘의 연관성에 대한 연구가 필요하다고 본다.
그리고 ‘구조조정’, ‘비정규직 고용’, ‘경쟁과 성과주의’, ‘근무시간 및 강도 변화’가 증가했다고 답변한 경우 우울증상이 증가했다. 특히 경쟁과 성과주의, 근무시간 및 강도가 증가했다고 응답한 경우 그 경향성은 더욱 뚜렷했다.
괴롭힘에 대한 노동자들의 인식
심층면접에 참여한 노조 간부들은 괴롭힘이 일상적으로 발생하고 있지만, 노동자들이 이를 받아들이는 태도에 차이가 있다고 보았다. 노동자들 중에는 실적 압박을 괴롭힘으로 보지 않는 경우도 있었으며 “집에 가라”, “발령 내겠다”는 압박을 괴롭힘으로 여기지 않는 경우도 있었다. 구조조정이나 성과주의가 괴롭힘 경험에 영향을 주었으나, 노동자들은 이를 명확히 인식하지는 않은 것으로 보였다. 회사의 경영방침이나 성과 위주의 정책이 바뀌어야 괴롭힘이 사라질 것이라고 답하면서도 괴롭힘의 원인을 가해자의 개인적 특성으로 보는 경우가 40%를 넘는다는 점이 이를 말해준다. 아직 괴롭힘을 구조적인 것으로 바라보기보다는 개인적인 것으로 바라보는 경향이 여전히 존재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구조조정과 성과주의에 대한 내면화는 괴롭힘에 대한 인식을 가로막는 것이기도 하다. 일상적인 구조조정과 성과주의를 경험한 노동자들은 그것을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인다.
“어찌됐든 잘리는 게 현실인데 어렵다는 거죠. … 밑에 있는 애들에겐 ‘저 사람이 좀 나가줘야 내가 높은 사람 되지’ 하는 거예요. 우리 부서원이 30명이인데, 50세 넘었을 때 싹, 그렇게 간 사람 하면 나머지는 잔치 아닙니까. 싹, 진급하고 싹, 소장 되고. 남의 불행과 행복이 그렇게 되더라고요.”
괴롭힘의 일상성이 괴롭힘에 대한 인식과 인지를 어렵게 한다. 그외에도 같은 직장에서 일하는 노동자 고용형태의 다양화와 고용불안정은 괴롭힘을 인식하기 어렵게 하고 있었다. 정규직 노동자들은 비정규직에 비해 상대적으로 낫다는 생각을 하게 되고, 그러다보니 괴롭힘에 대한 인식이 무뎌지기도 했다. “나보다 괴롭힘을 더 당하는 사람이 있으면 나는 괴롭힘을 안 당하는 걸로 생각하죠.”라는 참여자의 얘기는 이미 직장에서 괴롭힘이 일상적이고 지속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렇게 직장 내 괴롭힘에 대한 인식이 없고, 경쟁과 성과주의를 내면화한 상태에서는 노동자들이 괴롭힘에 동참할 가능성이 높다. 집단 따돌림의 경우 동료노동자들의 참여가 없인 불가능하다. 자신의 행위가 괴롭힘인지 의식하지 못한 채, 또는 살기 위해서, 또는 회사의 경영전략을 내면화하여, 회사의 지침에 따라 괴롭힘에 동참하거나 방조하게 된다. 노조를 만들었다는 이유로, 상사의 눈 밖에 났다는 이유로 눈 밖에 나지 않기 위해 상사의 지시가 있으면 동료들은 괴롭힘에 동참한다.
그러하기에 직장 내 괴롭힘에 대한 교육과 사회적 제재방안이 논의돼야 한다. 단지 가해자 한 명을 처벌하는 것을 넘어 기업의 경영전략과 조직문화를 바꾸어야 재발을 막을 수 있다. 현재 스웨덴, 캐나다, 프랑스 등 많은 나라에 직장 내 괴롭힘을 규제하는 법률이 있다. 해당 나라들은 사업주가 괴롭힘이 용인되지 않도록 해야 할 의무가 있음을 강조한다. 예방만이 아니라 사후 조치의 의무까지 부여하고 있다. ILO가 1998년 낸 [노동에서의 폭력] 보고서에서 ‘노동에서의 괴롭힘’을 폭력의 새로운 얼굴로 보았는데 이러한 인식이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전략적 성과 관리는 제도를 통한 조직적 모욕
심층면접 결과, 전략적 성과관리는 직원들의 역량강화와는 관련이 없었다. 대신증권의 경우, 2012년 5월 직원 역량강화를 위해 ‘전략적 성과관리 프로그램’을 가동했다. 성과관리 프로그램인 ODS(Out Door Sales)는 영업부진자들을 한데 모아 책상 하나만 주고 외부로 돌아다니게 하는 영업형태다. 회사가 의뢰했던 노무관리업체 창조컨설팅의 용역보고서를 보면 ‘전략적 성과관리’의 목표가 무엇인지 잘 드러난다. 보고서에는 노골적으로 “(성과 관리) 설계는 육성이나 목표는 퇴출, 단계별 급여삭감과 신분변동을 통한 교육/업무부여를 통해 잔류 욕구를 상실, 3단계 프로그램 후 자연퇴직 가능하도록” 한다고 밝히고 있다. 괴롭혀서 내보내겠다는 점은 KT 때와 같았다.
또한 일상적인 해고를 종용하기 위한 찍퇴가 나오는 맥락은 괴롭힘이다. 퇴직을 종용하기 위한 면담을 회사는 반복했고 그 결과, 많은 노동자들이 퇴사하거나 건강이 악화됐다. 증권회사에 다녔던 인터뷰 참여자는 면담 강요와 찍퇴가 결합된 괴롭힘을 당하는 선배와 동료를 보며 힘들었다고 했다.
“처음에 입사하셔서 열심히 하셨던 분들이거나 못하는 분들이거나 다 면담을 하셨고. 찍퇴하시는 분들은 더 강하게 면담을 하셨고. … 면담을 너무 많이 하니까 스트레스를 받으셔서 면담 도중에 쓰러지는 그런 분이 계셨어요. 응급차로 가시고.”
그뿐만이 아니었다. ‘저성과자 역량향상 교육’이라는 이름 아래 본부장이 실적이 부족한 지점의 지점장들을 주말마다 소환해 산행을 하거나 회의를 했다. 회의내용도 성과 향상을 위한 건설적인 내용이 아닌 실적부진에 대한 지적과 반성, 다음 달 목표치에 대한 강요였다. 증권회사에 다니는 한 인터뷰 참여자는 “주식을 사고파는 스킬에 대한 교육이기는 하지만, 본질은 거기에 있지 않다. 어쨌든 괴롭고 귀찮게 하는 것이 목적이다.”라고 이야기했다. 어떤 증권회사의 경우, 농군학교에 보내는 것을 교육프로그램으로 넣기도 했다.
교육은 퇴출을 목적으로 한 ‘전략적 성과체계’의 부분일 뿐이다. 창조컨설팅의 보고서에도 잘 드러나는데, 거기에는 “외부적으로는 저성과자의 역량프로그램으로 설계하되, 내부적으로는 어려운 과제를 부여해 잔류의지를 없앤다”고 명시돼있다. 실제 한 증권회사에서는 ‘명함 받아오기’, ‘우편물 분류하기’ 등 모멸감을 안겨주는 교육내용으로 교육대상자 139명 중 37명이 회사를 떠나기도 했다.
이러한 현실이지만 괴롭힘을 당해도 다른 조치 없이 참고 지나갔다는 응답이 34.73%였다. 가해자에게 직접 문제를 제기한 경우는 단 82건 뿐이었다. 왜 아무런 대응을 하지 않았냐는 질문에 대해 노동자들은 ‘알려도 개선되지 않을 것 같아서’(41.18%), ‘직장 내 관계가 어려워질 것 같아서’(27.56%)라고 답했다. 변하지 않을 것 같은 현실, 노동자의 괴롭힘에 대한 아무런 구제장치도 없는 사회에서 노동자들은 무력하게 포기하는 쪽을 택할 수밖에 없었다.
직장 내 괴롭힘을 강화할 일반해고제 도입
현실이 이렇다보니 전략적 성과관리라는 이름으로 노동자들을 괴롭히는 일은 전 사회, 전 분야로 확산되고 있다. 의사들의 능력은 ‘환자를 몇 명 봤냐’로 체크되기에 진료를 빨리 많이 하려 한다. 교수들의 성과는 ‘학생들 성적관리와 상담을 얼마나 했냐’로 평가받는다. 말도 안 되는 내용과 계산으로 상담수를 늘리거나 진료를 소홀히 한다. 제조업 노동자들은 화장실도 못 가고 일하고 판매노동자들은 영업실적을 올리기 위해 자기 판매를 한다. 이렇게 모든 손실이 노동자에게 가고 있는 현실이지만, 기업주들은 그것을 회사의 성장으로만 표현하고 사회는 이익으로 이를 읽는다. 노동자들이 겪는 괴롭힘은 부수적 손실일 뿐이다. 아니 부수적 손실도 되지 못한다.
사무금융노동자들에 대한 괴롭힘 조사 결과, 영업직을 포함해 사무금융노동자에 대한 직장에서의 평가는 계량화된 평가(정량평가)만이 아닌 정성평가 등 다면평가를 하고 있었다. 그렇다보니 평가과정 전체에 상사의 주관적 개입, 기업의 경영방침이 모두 관철되는 구조였다. 평가과정은 노동자들에게 실적 압박과 맞닿았으며, 부당한 기업방침에 문제제기를 하는 노조간부를 저성과자로 만들었다. 대부분 ‘저성과자’라는 딱지는 매우 불합리하고 객관적이지 않았다.
그런데도 정부는 전략적 성과관리라는 이름의 전략적 괴롭힘을 감독하고 규제할 정책과 법제도를 세우지 않고 있다. 오히려 전략적 괴롭힘을 강화하는 일반해고제를 도입하겠다고 한다. 저성과자라는 이유 자체로 해고할 수 없는 현재의 법제도를 바꾸겠다고 한다. 저성과자들을 단절적이고 열악해진 노동환경에서 일하게 하는 등의 방법으로 괴롭혀서 스스로 퇴사하게 만들었던 것을 합법으로 만들겠다고 한다. 문제 해결이 아닌, 문제를 ‘문제’라고도 말하지 못하게 하려는 것이다. 정부가 추진하는 일반해고제가 도입되면 노동자는 해고되는 것도 서러운데 ‘저성과자’라는 낙인까지 짊어지게 된다.
직장 내 괴롭힘의 확산을 막기 위해
아직 한국에서는 직장 내 괴롭힘을 규율할 법 제도가 없다. 헌법에 보장된 노동자의 인격과 정신적․신체적 건강이 침해당하지 않도록 해야 하는 것은 국가의 의무다. 직장 내 괴롭힘에 대한 정부정책이 필요한 것이다. 소송을 통해 부당노동행위나 산재신청을 인정받기는 하지만, 여전히 기업은 ‘괴롭혀서 노동자들을 내보내는 일’에 혈안이 되어 있다. 괴롭힘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노동법을 개정하거나 특별법을 만들어야 한다는 제안들이 시민사회에서 나오고 있다.
당장 법 제정이 아니더라도 정부가 해야 하고 또 할 수 있는 일은 많다. 가이드라인, 모범단체협약안 배포, 지자체 지침 등 괴롭힘을 방지하기 위한 방안은 다양하다. 핀란드의 경우, 건강과 안전 조사관이 괴롭힘에 대한 기업의 책임을 감독하고 있다. 조사관은 기업에게 ‘반(反)괴롭힘에 대한 서면화된 정책이 있는가’를 질문하고 감독한다. 기업이 괴롭힘을 명시적으로 반대한다고 천명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고 필요한 일이다. 그래야 노동자들이 괴롭힘을 당할 경우에 그에 대한 대응을 하고, 괴롭힘을 예방할 교육과 기업문화가 개선될 수 있는 근거가 되기 때문이다. 정부는 직장 내 괴롭힘에 대해 방임해서는 안 되며 괴롭힘에 대한 기업의 책임을 강조하고 기업을 제대로 관리․감독해야 한다.
직장 내 괴롭힘이 직장 내 권력관계의 우위를 바탕으로 하여 기업의 경영전략으로 강화되고 있음에도 여전히 정부는 기업의 편에 선 정책만을 펼치고 있다. 정부의 거꾸로 가는 정책 때문에 직장 내 괴롭힘은 잦아들기 어렵고 괴롭힘은 확산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덧붙임
명숙 님은 인권운동사랑방 상임활동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