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기어이 침략군을 또다시 이라크로 파견했다. "이라크의 평화 재건을 위해서"라는 말만 앵무새처럼 되풀이하더니 국민들에게 쉬쉬하며 이라크에 추가 파병을 강행했다.
우리나라 젊은이들을 사지로 몰아넣지 말라며 30도를 웃도는 불볕 더위에도 전국을 걷고, 곡기를 끊고, 밤을 새우던 민중들의 간절한 외침은 묵살 당했다. 평화를 노래하는 아이들의 재잘거림과 이라크 민중들의 평화를 향해 모은 두 손은 무참히 짓밟혔다.
더욱이 이라크 민중들에게 군대는 해방의 손짓이 아니라 죽음의 그림자일 뿐이다. 이라크 침략전쟁이 시작되고 1만 명 이상의 무고한 사람들이 죽어갔다. '해방'이라는 그럴듯한 포장으로 이라크 민중들에게 고통만을 안겨준 점령군에 대한 분노와 적대감은 이제 한국에게도 돌려질 것이다.
정부는 자이툰 부대의 '안전한 임무수행을 위해서'라는 명분으로 각 언론사에 이들에 대한 보도를 자제해 줄 것을 요구했다. 그러나 국방부가, 이 나라 정부가 자이툰 부대원들의 안전을 진정으로 걱정했다면 추가 파병을 철회하는 것은 물론 앞서 파병한 서희·제마 부대까지 철수시켜야 마땅하다. 또한 이라크 저항 세력의 경고에 대한 굴복이 아니라 더 이상의 무고한 생명의 희생을 막기 위해서 파병은 철회됐어야 했다. 결국 한국 정부는 언론 통제를 통해 이번 파병이 이라크의 평화 재건을 위한 것이 아니라 미국에 빌붙어 이라크 민중의 희생으로 생기는 이익을 챙기려는 것임을 스스로 고백하고 있는 것이다.
얼마나 더 많은 이라크 민중들이 죽어야 하는가? 얼마나 우리의 젊은이들이 더 죽어 들어와야 하는가? 더 이상의 죽음을 원하지 않는다면 정부는 이제라도 평화를 염원하는 민중들의 외침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지금이라도 서희·제마 부대와 자이툰 부대를 집으로 돌아오게 해야 한다.
그것만이 장난감이 아니라 총을 들고 복수할 생각을 해야하는 이라크 아이들에게, 목숨을 걸고 집을 나서야 하는 이라크의 민중들에게 한국이 침략 국가로 기억되지 않는 길이다.
- 2628호
- 2004-08-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