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이툰부대의 이라크 파병 상황에 대한 국방부의 '보도자제 요청'이 '실질적인 보도금지 조치'라는 비난이 일고 있다.
<오마이뉴스>에 따르면, 자이툰부대가 이라크로 떠나기 전날인 2일 국방부는 각 언론사 편집국장 앞으로 남대연 대변인 명의의 서한을 보냈다. 국방부는 서한에서 "자이툰부대 장병들이 목적지에 안착해서 성공적으로 임무를 수행할 수 있도록 부대이동에 따른 제반사항에 대해 보도를 자제해 달라"고 언론사에 요청했다. 이어 "특히 부대전개가 완료되기 전까지는 일체 언론에 비공개 된다는 점과 군 매체가 전개간 동행취재해 부대전개가 완료된 후 언론에 자료를 제공해 드릴 예정"이라며 "부대정착 후에는 파병부대의 평화재건 활동위주로 언론취재를 적극 지원할 것"이라고 밝혔다.
<서울신문>은 3일자 '사고'를 통해 "이라크에 파병되는 자이툰부대의 안전한 이동을 위해 이 부대의 움직임에 대한 보도자제를 요청한 국방부의 입장을 존중키로 했다"고 알렸다. 이 외에도 중앙일보, YTN 등 대부분의 언론들은 국방부의 요청에 협조했다.
반면 CBS는 "국방부의 보도자제 요청이 '신보도 지침' 아니냐"며 강하게 반발, 2일 자이툰부대가 비공개로 진행한 환송식을 보도했다. CBS에 따르면, 환송식 보도 이후 국방부 한 관계자는 "장병들의 안전을 위해 합의한 보도유예(엠바고) 약속을 왜 지키지 않느냐" "사고라도 일어나면 누가 책임질 거냐"라며 CBS에 항의했다고 밝혔다.
국방부가 그토록 우려하는 '사고'의 원인이 '파병' 자체에서 기인한 것인 만큼 오히려 언론들이 나서서 파병의 부당함을 알리고 파병을 저지하는 것이 사고를 방지하는 방법일 수 있다. 대다수 많은 국민들이 파병을 반대해온 상황에서 파병에 대한 사실보도는 국민의 알 권리 차원에서 중요하다.
1961년 미국의 '피그만 사태'는 전쟁보도에 있어서 언론과 정부의 관계에 대해 시사점을 던져준다. 미국은 미국 정부에 의해 훈련된 쿠바의 망명군을 쿠바 피그만에 상륙시켜 피델 카스트로 정권을 전복시키려 했다. 하지만 이 작전은 실패로 끝났고, 이후 언론과 국가이익의 관계에 대한 논쟁을 이끌어냈다. 당시 뉴욕타임스는 침공사건의 시기 등 중요한 정보를 국가의 이익에 반한다는 이유로 보도하지 않았다. 이에 대해 편집국장이던 다니엘 씨는 '미국의 쿠바침공계획에 대한 뉴욕타임스의 보도자제는 잘못된 것'이라고 결론 내렸다. 다나엘 씨는 "케네디 미 대통령도 만약 뉴욕타임스가 이 작전에 관한 사항들을 좀더 많이 보도했더라면 미국의 결정적 실수를 막을 수 있었다"라고 회고했다.
국방부의 이번 '보도자제 요청'은 자이툰부대에 대한 테러를 예방하기 위한 것이라기보다는 침략전쟁에 대한 파병강행을 비난하는 국민들의 여론을 의식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도 짙다. 더구나 "군 매체가 전개간 동행취재해 부대전개가 완료된 후 언론에 자료를 제공해 드릴 예정"이라는 국방부의 태도는 벌써부터 이라크 현지에서 발생할 수 있는 상황에 대한 언론 통제를 예상 가능하게 한다.
언론에 의해 베트남 전쟁의 추악함이 밝혀지면서, 미국 국민들은 전쟁 자체에 의문을 품게 됐고 결국 엄청난 반전운동의 기폭제가 됐다. 이후 미국정부는 전쟁이 전쟁터 외에서는 '여론전쟁'의 성격을 가진다는 것을 깨닫고 걸프전을 '컴퓨터게임'처럼 보이게 하는 데 성공함으로써 전쟁에 대한 국민들의 저항을 무마하는 데 어느 정도 성공했다.
국가가 언론을 통제함으로써 전쟁의 추악함과 부당함을 은폐해도 그것은 손바닥으로 해를 가리려는 무모한 시도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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