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2일 경찰청이 발표한 '공권력 확립 종합대책'은 경찰의 저급한 인권의식이 그대로 반영된 것으로 매우 우려스럽다.
불심검문 불응자에게 과태료를 부과하겠다는 발상에는 불특정 국민들을 잠재적인 범죄자로 간주하고, 영장주의를 비롯한 형사법 원리를 부정하고 있다. 나아가 지금까지 관행적으로 해오던 불법 불심검문 방법인 주민등록증 제시 요구와 주민등록번호 조회를 경찰관직무집행법을 개정하여 합법화하겠다고 한다. 압수수색영장 없이 소지품 검사를 강제하겠다는 것이나 자동차 검문 규정을 신설하겠다는 것도 그렇다. 여기에는 경찰의 권한 강화 외에 국민의 기본권은 전혀 고려의 대상이 아님을 확인하게 한다.
애매모호한 법 규정을 추가하여 총기 규제 완화를 추진한다는 대책 부분에서는 기본적인 매뉴얼이나 훈련도 없이 인질범이나 흉악범들을 대처해왔음을 경찰이 스스로 고백하는 한심한 작태도 보여주고 있다. 이제라도 문제를 깨달았으니 다행이라고 해야 할까. 총기는 다른 장비와는 달리 인명을 살상할 수 있기 때문에 애매모호한 규정으로 완화시켜서는 안 된다. 그 요건이나 절차를 구체화하고, 최후의 수단으로만 사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총에 의존하여 범인을 제압하겠다는 발상부터가 비현실적인 것이 아닌가.
이번 종합대책 중에는 언론에서 언급조차 하지 않는 중요한 문제들도 있다. 사생활의 광범위한 침해를 야기하고 있는 CCTV 설치를 아무런 제한 규정도 없이 무한정 확대하겠다는 것은 CCTV를 통해 전 국민 감시체제를 구축하겠다는 발상에 다름 아니다. 또 공무집행방해 사범이 증가하고 있는 통계를 제시하면서 이를 강력히 처벌하겠다는 의지를 피력한 것도 그렇다. 그 동안 경찰이 시민들의 정당한 항의에도 공무방해죄를 적용하는 등 남용되어온 점은 간과된 채 강력한 처벌 의지만을 앞세우고 있어 앞으로 공무집행방해죄에 의한 구속자가 양산되지 않을까 걱정이 앞선다.
이처럼 경찰청이 제시한 종합대책에는 인권은 무시되고, 경찰력 강화에만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 이 나라가 경찰국가로 가야 한다면 몰라도 민주화된 사회에서 인권에 기반하지 않은 경찰력 강화를 통한 공권력의 확립은 번지수가 한참이나 빗나간 것이다. 그러기에 경찰의 종합대책은 당장 폐기되어야 한다.
- 2636호
- 2004-08-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