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에 휘둘리는 언론은 가라
"대부분의 언론은 사회적 약자의 표현의 자유는 외면하고 있지만 '언론의 자유'가 아닌 '언론사의 자유'는 지나치게 남용하고 있다." 최민희 언론개혁국민행동(아래 국민행동) 공동집행위원장은 현재 언론에서 드러나는 표현의 자유를 이같이 진단한다. 특히 시민단체를 '홍위병'이라고 몰아세우고, 노동자들의 정당한 단체행동을 공격하고 있는 족벌 신문들의 오만함은 도를 지나쳤다고 지적한다.
민주주의의 시금석이라 할 수 있는 '언론의 자유'를 일궈내기 위해 시민사회는 지난 20년 동안 부단히 투쟁해 왔다. 최 위원장은 84년 '월간 말' 창간을 시작으로 지금까지 '언론의 사회적 역할'을 바로세우는 투쟁의 현장을 지켜왔다. 국민행동이 지난 9월 21일 입법청원한 신문법의 핵심은 먼저 '정론기능의 정상화'라고 최 위원장은 말한다. "대부분의 신문은 진실보다는 사적 이익을 위해 글을 쓴다"고 단언하는 그녀는 이를 '농단'이라 이름 붙인다. 기사의 진실성을 농락한다는 것. '서교장 자살사건', '옷로비 사건' 등이 농단의 예로 볼 수 있다. 기간제 여교사에 대한 인권침해가 문제의 핵심이었으나 언론은 이를 교장 자살 논쟁으로 둔갑시키고 전교조를 마녀사냥했다는 것이다. '옷로비 사건'도 대기업 외화밀반출이라는 '기업의 도덕성'에 관련된 사회적 의제인데 이를 '고가옷 로비'문제로 변질시켰다.
이렇듯 신문이 여론을 호도할 수 있는 것은 족벌적 소유구조 즉 1인 사주의 영향력 때문이라고 그녀는 풀이한다. 따라서 사주의 주식소유지분을 제한해 '편집의 독립성'을 확보해야만 신문이 정론으로서 제 기능을 다할 수 있다는 것이 신문법 개정의 취지이다. 하지만 열린우리당의 개정안은 '소유지분제한'을 아예 삭제해 버려 아무 쓸모가 없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신문시장의 불공정 거래도 언론운동이 말하는 개혁의 과제이다. '조 중 동'으로 대표되는 보수언론의 신문시장 점유율은 80% 이상이다. 최 위원장은 이 신문들이 정론으로 경쟁해 독자를 확보하는 것이 아니라 '무가지'나 '경품'으로 독자를 유지하는 것이라고 비판한다.
현재 신문고시는 유료대금의 20%로 경품 등을 제한하고 있지만 3개 신문의 준수율은 2-3%에 그친다고 한다. 국민행동은 이를 방지하기 위해 '신고포상금제'를 제안했고 현재 국회 해당 상임위를 통과한 상태라고 한다.
방송의 사회적 공익성을 확보하는 것이 방송법 개정의 핵심이다. 이를 위해서는 자본으로부터 독립이 시급하다고 한다. "현재 한나라당이 방송의 독립을 말하고 있는데 이는 과거 앵무새처럼 정권을 대변하던 때를 그리워하는 것"이라고 비판하고 '권력'으로부터의 독립을 말하자면 행정부보다는 오히려 국회와 거리를 두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한 최 위원장은 현재 방송의 논조가 지나치게 기계주의적 중립성을 보이고 있어 문제라고 한다. "사립학교법 개정의 경우를 보더라도 찬·반을 동일한 분량의 시간으로 다루는 것이 지금 공영방송의 태도"라고 지적하며 사회적 의제를 공공의 이익에 맞게 적극적으로 다루지 않는 이같은 태도는 공영방송의 직무유기에 해당한다고 지적한다.
언론운동은 민주화운동의 견인차 구실을 하기도 하는데 최 위원장은 87년 '말의 보도지침 폭로'를 한 예로 든다. 당시 문화공보부에서 각 신문사에 기사 제목과 크기까지 지시한 보도지침에 대한 국민들의 분노는 6월 항쟁의 기폭제가 되었다는 것이다. 6월 항쟁 후 언론을 억압해 온 '언론기본법'은 폐지된다. 언론운동은 92년 대선 이후 조선일보의 정파적 경향에 눈뜨기 시작한다. "안티조선운동은 밤의 대통령이라 불릴 정도로 전횡을 일삼은 조선일보가 일개 신문사를 넘어 수구의 신념체계를 생산하는 공장"이라는 인식을 확산시켰다고 최 위원장은 말한다. 안티조선운동과 함께 언론관련법의 제 개정 그리고 신문 정상화 투쟁이 현재 언론운동의 핵심 이슈라고 최 위원장은 정리하고 있다. 국민행동은 현재 국회 앞 철야농성과 함께 서울, 경인, 충북 등 전국적으로 언론현업자들이 참여하는 국회 압박 운동도 전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