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15일 한국일보 장재구 회장은 용역을 동원해 기자들을 쫓아내고 편집국을 봉쇄하였다. 이후 사측은 사내 전산 시스템을 폐쇄하고, 기자들에게 ‘사규를 준수하고 회사에서 임명한 편집국장 및 부서장의 지휘에 따라 근로를 제공한다’는 내용이 담긴 ‘근로제공 확약서’에 서명하기를 요구하였다.
편집국 봉쇄 조치는 한국일보 노조에서 장재구 회장을 업무상 배임혐의로 고발한 후 2달 만에 이루어졌다. 장재구 회장은 배임혐의로 고발된 이후 편집국장을 경질 및 해임하고, 편집국 간부에 대한 인사 보복을 통해 노조를 탄압해왔다.
사측에 의해 편집국 봉쇄가 이루어진 후, 언론노조를 비롯한 시민·사회단체에서는 성명을 통해 편집국 봉쇄는 언론의 자유 침해이며 신문은 사주의 독점물이 아니라 발표하였다. 또한 정치권에서도 이와 같은 입장을 발표하고 언론자유 보장을 요구하였다. MB정부 5년간 싸워온 언론의 자유가 박근혜 정부 첫 해에 다시 이야기 된 것이다.
자본에 의한 언론의 자유 침해에 주목해야
MB 정부의 공영방송 장악 시도는 MBC 파업, KBS 파업, YTN 파업 등 국가에 의한 언론의 자유 침해에 맞선 투쟁을 불러 일으켰다. 국가에 의한 언론 자유 침해는 공영방송의 정치적 독립성을 훼손시켰고, 방송의 신뢰성은 추락하였다. 그리고 많은 사람들이 다시 언론의 자유를 이야기 하게 만들었다.
신문의 경우, 조금 다른 형태로 나타났다. MB 정부 이전에는 조․중․동의 편향·왜곡기사로 인해 취재거부와 구독거부 운동이 진행되었으며, MB정부에서는 조․중․동의 종편 진출을 위한 미디어악법에 대한 반대 투쟁이 진행되었다. 이 과정에서 신문사의 소유구조에 대한 문제제기는 있었으나, 국가에 의한 침해와 달리 자본에 의한 언론의 자유 침해는 쉽게 이야기 되지 못했다.
신문의 공공적인 성격에도 불구하고 신문사의 소유구조는 회장 일가가 독점하고 있거나, 기업의 공동소유, 국민주, 우리사주 등 주식회사의 형태였다. 소유구조의 형태에 따라 신문의 정치적 성향은 좌우되었고, 조·중·동의 정치적 보수성과 매일경제 등의 ‘친시장’, ‘친기업’ 성향은 노골적으로 드러났다.
기업이나 사주에 의해 소유되지 않은 언론 또한 자본의 논리 속에 영향을 받았다. 최근 한겨레와 경향신문에서는 보수기독교의 주장이 그대로 들어간 성소수자에 대한 차별광고를 전면광고로 실었다. 이 과정에서 광고 담당자들의 해명은 광고에 의존하는 수입구조를 가지고 있는 언론을, 자본이 어떻게 통제하는지 보여 준다. 한겨레 광고담당자는 돈벌이가 잘 되었다면 이런 광고를 실지 않았을 것이라는 이야기를 했으며, 경향신문 편집국 관계자 또한 광고사정과 실적 때문이라 이야기를 하였다. 수입구조가 발생해야 하는 언론 구조에서 특정한 집단 대한 차별과 혐오를 노골적으로 드러낸 차별적 광고조차 쉽게 포기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와 같은 모습은 언론 자유의 침해가 국가에 의한 노골적 방송장악 뿐만 아니라 자본에 의해 훼손됨을 보여준다. 자본의 논리 속에 언론의 자유 침해는 언론이 어떤 기사를 쓰고 나서만 발생하는 것이 아닌, 기사를 쓰기 시작할 때 또는 기사를 쓰기도 전에 ‘무엇을’ 눈치를 보는지부터 시작되는 것이다.
자본의 언론장악, 소수자와 사회적 약자의 이야기는 잊혀져
한국일보 사태는 자본의 논리 속에 언론의 자유가 어떤 식으로 침해되는지를 극단적으로 보여준다. 사주의 노조 탄압, 편집국장 등 노조원 해고 및 사측의 말을 잘 드는 기자들만 편집국으로 복귀할 수 있다는 ‘근로제공 확약서’는 그간 한국일보 사측이 끊임없이 기자들에 대해 부당한 압력을 가했을 것임을 보여준다. 비단 이는 한국일보뿐만 아니라 자본의 논리 속에 위치한 대다수 언론의 모습이라 생각된다.
80여 년간 언론인으로 살았던 조지 셀더스는 언론의 자유와 독립성을 이야기하며 정치권력의 압력보다 자본의 언론지배를 더 중요하게 보았다. 그는 인터뷰에서 언론이 상업화되며 소유주나 주주들의 이익 말고는 다른 어떤 동기로도 운영되지 않는다고 이야기 했다. 또한 거대 언론은 광고 없이는 단 하루도 존재할 수 없으며 광고는 대기업으로부터의 돈을 의미한다고 이야기 했다.
우리가 언론의 자유를 제대로 확보하려면 자본의 언론장악을 이야기해야 한다. 언론사의 소유구조 뿐만 아닌 언론이 ‘어디’ 눈치를 보는지, 눈치를 보게 하는 것들이 ‘무엇’인지 직시해야 한다. 언론의 자유가 자본에 의해 침해될 때 언론은 소수자와 사회적 약자의 이야기를 전할 수 없다. 따라서 언론의 자유는 언론인들만의 문제만이 아닌 소수자와 사회적 약자가의 권리와 연결된 문제로 우리 모두의 문제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