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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하루소식

<논평> 농성장을 민중소환의 장으로


열린우리당이 개혁에 대한 국민의 열망을 배신하기 시작했다. 이부영 열우당 의장은 국가보안법 폐지 등 개혁입법안을 두고 "산이 높으면 돌아가고 물이 깊으면 얕은 곳을 찾아야 한다"는 문자를 써가며 개혁 속도를 늦추겠다고 선언했다. 수구세력들의 반대를 '국민의 뜻'으로 오독하고 있는 열우당으로 인해 우리 사회의 민주주의는 안개 속을 더듬고 있는 형국이다.

그는 '북 핵 위기'와 '서민경제 침체'를 이유로 들어 '개혁입법안들의 조속한 처리'라는 민중의 열망에 찬물을 끼얹었다. 그간 우리는 민주주의와 인권의 원칙을 세우기 위해서는 국보법의 폐지가 가장 시급하다고 목이 쉬도록 주장해 왔다. 국민의 인권을 옥죄고 있는 국보법의 폐지를 '북 핵 위기'라는 국제정치와 연결시키는 것은 궁색한 변명에 불과하다. '서민경제 침체'라는 이유도 "가뭄에 웬 파업이냐"는 억지 주장처럼 공허할 뿐이다. 정말 서민경제에 관심이 있다면 비정규직노동법의 개악을 당장 중지하고, 노동자들의 정당한 파업권부터 보장해야 한다.

비정규노동법은 이미 '모든 노동자의 비정규직화'라는 파괴력을 가진 악법으로 평가받았다. 저임금과 고용불안에 시달리고 있는 비정규직 노동자가 이미 전체 노동자의 60%를 넘어서고 있다. 민주노총에서 파업을 통해 개악을 저지하려는 이유도 더 이상 노동자들의 삶의 질이 추락해서는 안된다는 절박함 때문이다. 열우당이 걱정하는 '서민경제'의 주인공은 바로 '비정규노동자들'이며, 그들의 살림살이를 걱정한다면 '비정규노동법'의 개악 따위는 지금 당장 집어치워야 한다. 부도덕한 사업주로 인해 45개월 동안 한 번도 제대로 임금을 받지 못한 충북 우진교통 노동자들, 부당해고로 인해 지난 2001년부터 사투를 벌이고 있는 시그네틱스 노동자 등 현재 전국적으로 60곳 이상의 사업장에서 장기투쟁이 진행되고 있다. 이들의 국회에 대한 원망은 비정규직 철폐를 외치며 분신한 이용석 열사와 같지 않다고 누가 감히 말할 수 있겠는가.

열우당은 국회를 한 발짝만이라도 벗어나 보라. 그러면 거기서 '진정한 민의'를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국회 앞에 비바람을 맞으며 늘어서 있는 농성 천막은 '철거'해야 할 대상이 아니라 두려워해야 할 대상이다. 정략적 목적으로 민중의 열망을 팔아먹는다면 우리는 반드시 그런 국회의원들을 민중의 방식으로 소환할 것이며, 농성 천막은 바로 민중 소환의 상징적 장소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