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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하루소식

'탈시설'만이 인권보장 앞당길 것


시설에서 일어나는 온갖 인권유린사건들과 부도덕한 시설장들의 횡령 등 복지시설 문제가 끊이지 않고 언론의 도마에 올라 안타까움을 주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시설문제'를 근본적으로 풀어가기 위한 토론회가 8일 '조건부신고복지시설 생활자인권확보를 위한 공동대책위원회(준)' 주최로 열렸다.

우선 수용시설의 '존재' 자체가 반인권적이라는 것이 이날 토론회 참석자들의 한결같은 지적이다. 토론자로 참석한 장봉혜림원 임성만 원장은 "시설이란 사람들을 '특수한' 환경 속에 구조화시키는 것"으로 "어떤 목적의 시설이든 '관리'가 전제될 수밖에 없다"고 분석했다. 강성준 인권운동사랑방 상임활동가 역시 "시설 수용자의 인권확보는 시설의 존재 자체를 문제삼지 않고는 해결될 수 없는 문제"라며 "'격리'가 아닌 사회 속에서 자연스럽게 살 수 있도록 사회적 관심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토론회 주 발제를 맡은 '아름다운재단 공익변호사그룹 공감' 염형국 변호사는 "기존의 법률이 문제가 된 시설에 대한 처벌이나 인권침해 피해자들의 처우문제에 대해 실질적인 해결책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하며 '(가칭)시설생활자 인권보장법'(아래 인권보장법) 제정의 필요성을 제기했다.

염 변호사는 "정신보건법(제25조)·노인복지법(제28조)·아동복지법(제10조)이 행정기관에 의한 강제입소를 허용하는 반면, 시설 운영자 측에는 점차로 시설운영기준을 완화해주는 방향으로 가고있는 것" 등을 문제점으로 지적하며 '시설생활자 인권보장법제정' 논의의 타당성을 역설했다. 이에 따라 새로운 법안에서 강조해야 할 항목으로 △시설입퇴소권의 보장 △시설운영자 자격 제한 △시설운영위원회의 활성화 △시설종사자에 대한 국가적 차원의 지원 △민관 합동 실태조사와 공정한 법집행을 들었다. 20여 년 동안 시설에서 생활한 경험이 있는 우선미(뇌병변1급 장애인) 씨는 "시설에서는 중증 장애인은 마치 인격도 중증 장애를 가진 것처럼 대우한다"며 '인권보장법' 제정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시설생활자들의 인권유린이 기존 법률의 한계에 기인한다는 현실 인식에는 대체적으로 한 목소리가 모아졌지만 문제해결의 접근방법에 있어서는 다양한 시각차를 보였다. 임 원장은 "시설은 특수한 목적에 의해서만 운영되어야 한다"며 시급한 것은 인권보장법이 아니라 시설자체의 기능에 대한 논의와 정부의 시설정책 재고임을 강조했다. 현도사회복지대 이태수 교수는 "우리 사회의 사회복지정책 및 제도의 수준이 기본적인 생존권마저 보장하지 못하는 현실에서 시설관련자 자격관리 강화와 감독·운영의 투명성 확보를 최우선 과제로 접근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날 토론회를 지켜본 한국뇌성마비장애인연합 김주현 씨는 "사회 각계의 여론이 '탈시설화' 방향으로 모아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정작 보건복지부는 이러한 여론에 귀기울이지 않은 채 '시설화'로 역행하고 있다"고 비판하며 "(장애인 등에 대한)연금제도·주택지원사업 등의 사회복지정책 마련이 더욱 시급하다"는 의견을 내놓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