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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발언대] 하루빨리 국가인권위원을 사퇴하세요

-“반인권적 인권위원” 김양원 목사님께 드리는 편지

<편집자 주> 이명박 대통령이 국가인권위원으로 임명한 김양원 목사는 대형 사회복지시설 설립자로 비리와 인권유린의 의혹을 사고 있습니다. 이에 인권활동가들은 지난 10월 13일 김양원 목사의 사퇴를 요구하는 직접행동을 전개했습니다. 여기에 참여한 한 인권활동가의 글을 게재합니다.


김양원 목사님께.

저는 10월 13일 월요일, 목사님께서 참석하셨던 국가인권위원회 전원위원회 회의실 앞에서 “반인권적 인권위원, 김양원은 사퇴하라”고 크게 외치고 있던 인권활동가입니다.
편지를 시작하면서 “목사”라는 호칭을 붙일지, “인권위원”이라는 호칭을 붙일지, “씨”라는 호칭을 붙일지 한참 고민했습니다. 그러다가 문득 그제 목사님께서 남기신 어록이 생각났습니다. “나는 하나님으로부터 세 가지 미션을 부여받았습니다. 하나는 목회자가 되는 것, 두 번째는 사회복지사업을 하는 것, 마지막으로 한 가지는 인권위원이 되는 것입니다.” 역시 ‘목사님’은 다르셨습니다. 목사님의 말씀을 듣는 순간 저도 신을 찾았습니다. “오 마이 갓~!”
위에서 말씀드린 것처럼 저는 목사님께서 ‘인권위원’으로서 자격이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입니다. 그 이유를 차근차근 말씀 드릴 테니 잘 들어주시면 좋겠습니다.

지난 10월 13일 국가인권위원회 전원위원회에 참석한 김양원 목사

▲ 지난 10월 13일 국가인권위원회 전원위원회에 참석한 김양원 목사



하나님에게 부여받은 미션?

먼저 한 사회복지시설의 최고책임자가 인권위원이 되는 것은 적합하지 않습니다. 저희는 그동안 꽤 많은 사회복지시설의 조사를 다녔습니다. 지적장애 아동들에게 한글공부를 시킨다며 신문들을 벽에 붙여놓고 멍하게 벽만 바라보게 하는 시설도 있었고, 숙소 등의 잠금장치를 바깥에서 잠그게 하여 시설 생활인이 자유롭게 출입할 수 없도록 하고, 어차피 뱃속에 들어가면 다 섞인다며 밥과 반찬을 다 섞어서 ‘개밥’만도 못한 밥을 제공하는 시설, 조금이라도 시설 관계자들에게 밉보이면 양동이 하나가 놓아진 좁은 방에 갇혀 짐승만도 못한 삶을 살게 하는 시설들이 수두룩하였습니다. 아이러니하게도 이런 시설들의 책임자중 많은 수가 종교인입니다. 인권단체에서 시설 안에서의 이런 문제제기를 하면 “오고 갈 곳도 없는 사람들 거두어서 살게 해줬으면 감사해야지, 무슨 인권침해냐”며 오히려 거친 항의를 합니다.

‘인권’은 ‘복지’와 다른 개념입니다. 목사님께서는 사회복지시설을 운영을 해 오신 것을 장애인의 ‘인권’을 위해 살아왔다, 라고 생각하시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그건 ‘아니다’라고 말씀드리고 싶네요. 국가인권위원회는 사회복지의 시선이 아니라 ‘인권’의 눈으로 세상을 바라봐야 합니다. 소수자에 대한 동정이나 시혜가 아니라, 장애인이든 동성애자든 이주노동자든 청소년이든 그 누구든 간에 한 삶을 살아가는 ‘인간’으로서 그 주체성을 인정받고 기본권을 보장받으며 살아갈 수 있도록 긴장하고 감시해야 하는 기관이 바로 국가인권위원회입니다. 위에 예시를 든 것처럼 사회복지시설에서의 인권침해에 대하여 한 사회복시시설의 최고책임자로 수십 년을 몸담고 있던 사람이 감시를 한다는 것, 그것 자체가 모순입니다. 이런 경우를 두고 이런 속담이 있습니다. “고양이 보고 반찬가게 지켜 달란다.”

사회복지시설 운영은 인권과 거리 멀어

두 번째로 목사님께서는 지난 총선 때 한나라당에 공천신청을 하였다가 탈락하신 경력입니다. 목사님께서는 눈치 빠르게도 국가인권위원회 비상임위원으로 임명되기 바로 앞 주에 한나라당의 당적을 버리셨습니다. 목사님 바로 전에 임명된 최윤희 교수가 한나라당 윤리위원인 것이 문제가 된 것을 보고 판단하신 거겠지요. 국가인권위원회는 ‘독립성’을 생명으로 합니다. ‘독립성’이 없는 혹은 훼손된 국가인권위원회는 더 이상 존재할 필요가 없지요. ‘인권’을 정치적으로 이용하려는 사람들의 손아귀에 든 인권위원회는 ‘무기’가 될 수 있기에 독립성이 생명입니다. 그런데 목사님의 행적은 너무나 정치적으로 편향되어 있습니다. 아무리 생각해도 목사님께서 정치계로 진출하려는 발판으로 국가인권위원회를 선택하신 게 아닌가 하는 의구심을 도무지 지울 수가 없습니다. 0.1%라도 이런 생각이 있었다면 지금 당장 사퇴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세 번째로 목사님께서 설립자로 있는 재단 산하의 시설에서 벌어진 비리에 대한 부분입니다. 많은 사회복지시설에서는 비슷한 형태의 비리가 일어납니다. 정부보조금 횡령은 물론이고 시설에서 생활하는 장애인에게 지급되는 수당까지도 시설장들이 가로채 자신의 재산을 부풀리곤 합니다. 그 중에는 시설생활인들은 한 겨울에도 다 해진 옷들을 입고 있는데 시설장의 자녀들은 해외 유학길에 올라 있는 경우도 보았습니다. 그리고 이 비리들이 탄로 나면 변명도 하나 같이 똑같습니다. “시설에 있는 장애인들이 돈을 관리할 능력이 없어서 내가 대신 관리해준 것이다”, “다른 부지를 구입해서 장애인들에게 더 좋은 환경을 제공하기 위함이다”, “횡령이 아니고 다른 곳에 쓴 것이다.” 등입니다. 목사님께서도 지난 13일 “신망애 재활원에서의 정부보조금 횡령 혐의는 횡령이 아니고, ‘전용’이다”라는 또 하나의 어록을 남기시며 전형적인 시설장의 변명을 해주셨습니다. 이런 비리를 저지르신 분이 어떻게 시설을 감독하십니까. 아, 또 한 말씀드리자면 “기소유예”는 죄가 ‘없다’는 것이 아닙니다. 목사님께서 한 언론 인터뷰에서 “인권위에는 감옥에 갔다 온 사람도 있는데 기소유예가 큰 문제냐”라고 하신 걸 보았습니다. 인권단체들은 기본적으로 전과에 의한 차별을 반대합니다. 하지만 목사님의 경우는 다릅니다. 국가인권위는 목사님과 같은 비리를 저지른 사회복지시설에 대한 감시를 철저히 해야 합니다. 복지시설의 ‘비리’는 반드시 ‘인권침해’와 길을 같이 합니다. 헌데 비리를 저질렀던 분이 이걸 감시해야 하는 기구의 중요보직에 앉게 되신다니, 저희가 어떻게 반대를 안 할 수 있겠습니까.

김양원 목사의 국가인권위원 사퇴를 요구하는 인권활동가들의 직접행동

▲ 김양원 목사의 국가인권위원 사퇴를 요구하는 인권활동가들의 직접행동



인권을 우롱 말고 사퇴하라

네 번째로 위와 같은 시설에서 벌어진 인권침해에 대한 부분입니다. 동 시설에서 불임수술을 조건으로 결혼을 허락하였고, 불임수술이 잘못 되어 임신하게 되자 낙태를 종용하였다는 증언이 바로 그것입니다. 목사님께서는 이 문제에 대해 “낙태는, 부모가 용서를 구하며 (낙태를) 하겠다고 한 것이다”고 해명하셨지요. 저는 여기서 ‘낙태’가 아니라 ‘용서를 구하다’에 초점을 맞춰보고자 합니다. 왜 부모가 시설 측에 용서를 구하였을까요. ‘용서를 빈다’란, 지은 죄나 잘못한 일에 대해 상대방에게 이해를 구하는 행위입니다. 임신을 하게 된 것이 ‘잘못’입니까? 왜 시설 생활인들은 결혼을 하기 위해 시설장의 허락을 받아야 합니까. 왜 시설 생활인들은 불임수술을 조건으로 걸어야 합니까? 장애인이 아이를 낳으면 안 되는 겁니까? 불임수술을 조건으로 한 것이 단순히 시설 측과 당사자들에게 부담이 된다는 것이 이유입니까? 아무리 머리를 요리조리 굴려보아도 이런 시설의 책임자로 있었다는 목사님께서 ‘인권위원’이 되는 건 ‘인권’을 우롱하는 것 같습니다.

간곡히 부탁드립니다. 하루빨리 국가인권위원직에서 사퇴하십시오. 더 이상 과거의 잘못은 없었던 일인냥, 넘어가려 하지 마십시오. 이 땅의 장애인과 인권을 우롱하지 말아주십시오. 목사님께서 국가인권위원직에서 사퇴하여 주시는 것이 이 땅에 인권이 바로 세우기 위함이라는 것 알아주십시오. 지난 13일 목사님께서는 인권단체들과의 면담에서 “자신을 지켜 봐달라”고 하셨지만, 계속해서 사퇴를 거부하신다면 저희는 더 이상 지켜보고만 있지 않겠습니다. 더 큰 목소리로 “반인권적 인권위원, 김양원은 사퇴하라!!”고 외칠 것입니다.

<자유발언대>를 빌려 드립니다.

자유발언대는 열려 있습니다. 자신의 주장을 맘껏 펼치십시오.
* 원고 마감: 매주 화요일 오후 3시
* 원고 분량: A4 용지 2매 전후
* 이메일: humanrights@sarangbang.or.kr
덧붙임

* 배여진 님은 '천주교인권위원회' 활동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