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복지시설 생활인 인권확보를 위한 연대회의
수 신 : 각 언론사 사회부
제 목 : 「김포시 사랑의 집 장애인 사망 사건에 대한 입장」성명서 3p
발 신 : 사회복지시설 생활인 인권확보를 위한 연대회의
문 의 :
여준민 (사회복지시설 생활인 인권확보를 위한 연대회의 활동가)
016-218-7044, T.02-777-0362 F.02-775-6267
서울시 중구 저동 1가 27-2 1층 (우편번호 100-031)
발 신 일 : 2006년 5월 24일(수)
성 · 명 · 서
‘시설장 처벌’로 끝날 문제가 아니다
되풀이 되는 시설 안에서의 인권침해 해결을 위해 보건복지부는
시설중심의 정책에서 자립생활정책으로 방향을 전환하라!
- 김포시 「사랑의 집」 장애인 사망 사건에 대한 입장 -
또다시 장애인시설에서 생사람이 죽어나갔다.
그들은 단지 가난하고 장애가 있다는 이유로 ‘시설’에 가야만 했다. 그리고 감옥과 같이 규율과 통제만이 존재하는 ‘시설’에서, 그 시설을 운영한다는 시설장의 폭력과 감금, 그리고 강제적 약물투여에 의해 소리도 없이 살해되었다.
일시적인 ‘사건’으로 끝나버리는 비참한 죽음이어서는 안된다
5월 23일 언론에 보도된 김포시 사랑의 집 장애인 살해사건은 우리 사회에 큰 충격을 주고 있다. 지난 5년간 6명의 장애인이 죽어나갔고, 여성장애인 성폭행은 물론 뇌변병장애를 갖고 있는 아들과 결혼한 며느리(정신장애인)를 상습적으로 성폭행해 왔다는 사실이, 담당 형사의 말대로 꼭 소설 같기 때문이다. 게다가 장애인의 장애수당과 그들을 볼모로 후원금을 받아 챙긴 돈이 4억 8천여원에 이르고, 목사 신분을 이용해 천사 같은 얼굴로 가장해 ‘사랑의 정신’ 운운하며 달콤한 혀로 사람들의 감성을 자극했을 터이니, 그야말로 파렴치한 ‘두 얼굴의 사나이’가 언론을 자극하기에는 충분했을 줄로 보인다. 그러나 그 뿐이었다.
사건이 알려진 23일에는 사무실 전화통에 불이 날 정도로 언론의 문의가 쇄도 하더니, 하루가 지난 오늘 이 사건을 다시 심층 보도한 언론은 없으며, 정부도 시민도 마찬가지로 침묵하고 있다.
굳이 반응을 살펴보자면, 단지 정신이 이상한 사이비 목사가 불쌍한 장애인들 데려다 놓고 나쁜 짓했다는 식의 접근일 뿐이다. 목사 개인의 문제고 책임이며, 그래서 “그런 놈은 사형에 처해야 해!”라는 감정적인 말만 되풀이 토로하고 만다.
여기서 사람들은 왜 장애가 있고 가난하다고 해서, 자유를 거세당한 채 ‘시설’에 쳐박혀 살아가야 하는지에 대한 의문은 전혀 갖지 못한다. 그저 장애인 개인의 운명이고 가족의 짐이며, 운 나쁘게 못된 놈 만나 그렇게 죽었다고 ‘쯧쯧’하고 말 뿐이다.
복지국가 운운하고, 장애인들을 청와대로 초청해 ‘맨발의 기붕이’를 함께 본 노무현 대통령이 “획기적인 장애인복지 대책이 있을 것”이라고 미소 띤 얼굴로 호언장담 했어도, 1,200여개(2005년기준)가 넘는 미신고시설에서 살고 있는 2만여 명의 ‘시설생활인’들에게는 감옥에서 감옥 바깥세상의 소리를 듣는 것과 다름없다.
관리의 대상이며 운영자 개인 재산 축적의 수단으로 전락한 시설생활인들은 자유를 억압당하고 어떤 의지와 미래에 대한 설계 없이, 그렇게 인간답게 살고자 하는 의욕마저 꺾인 채 살아가고 있다. 이것이 바로 2006년 한국 사회를 살아가는 시설생활인들의 모습이다.
개인 처벌보다 왜 이런 일이 발생했는가에 주목하자
따라서 우리 시설인권연대는, 23일 김포시 장애인시설에서 시설장 J 목사가 저지른 범죄 사실에 대해서는 강도 높은 처벌을 요구하지만, 비단 이 문제가 한 사람의 개인을 처벌하는 문제로 끝나는 것이 아님을 명확히 밝히며, ‘왜 이러한 일이 발생 하는가’에 주목하고자 한다.
시설 비리와 시설 내 인권침해 문제가 1차적으로는 가해당사자에게 있겠지만 ‘시설’은 필연적으로 인권침해 상황이 도래할 수밖에 없는 구조적 모순이 늘 존재하기 때문이다.
특히 이 같은 비리와 인권침해 사건이 수 십 년 동안 되풀이 되어온 장애인시설의 고질적인문제라면, 이제는 그 근본 원인부터 파헤치고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한 개인의 문제, 한 시설의 문제, 가여운 장애인들의 문제로만 바라보면, 언제든 제2, 제3의 시설 비리와 인권침해 문제는 누군가의 제보가 있어야만 하고, 단순 가해자 처벌로 일단락 날 뿐이다.
시설정책 딜레마에 빠진 복지부
그러나 이렇게 쉽게 문제가 끝나버리고 잊혀져서는 결코 안 될 것이다. 이번 사건의 뒷배경에는 무책임과 무능함으로 일관한 지자체와 보건복지부가 있기 때문이다.
지난 해 보건복지부는 미신고시설양성화정책을 발표하면서 법 테두리 밖에 있는 미신고시설들에 대해 일정한 기준을 갖춰 신고시설로 전환할 것을 통보한 바 있다. 이 때 J 목사는 “우리는 장애인시설이 아니다. 종교시설인 기도원이다”라고 주장하며 끝내 장애인시설이 아님을 주장했었다. 예산 지원도 불투명한 현실에서 지자체의 관리감독은 받지 않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J 목사는 “오갈 데 없는 불쌍한 장애인을 사랑으로 보살펴야 한다”며 장애인을 앞세워 공개적으로 후원금을 모금했고, 건물에는 버젓이 ‘사랑의 집’이라는 간판도 걸려있다.
이는 아무리 본인이 부정한다하더라도 명백한 사회복지시설로 정의할 수 있다. 그러나 김포시는 시설장의 이야기만 듣고 개선명령이나 민관합동조사 등 신고시설로 전환하기 위한 일련이 조치들을 취하지 않았다. 복지부 또한 ‘기도원이냐 사회복지시설이냐를 판단할 때 참고사항’이란 지침을 통해 “종교시설에서 사회복지시설 기능을 수행하지 않도록 ‘안내’만 하고, 불법 사회복지시설 운영 시 형사처벌을 받을 수 있다고 이 역시 ‘안내’만 하라”고 지시했다. 불법임을 뻔히 알면서도 폐쇄명령이나 고발 등 적극적 조치를 취하는 것이 아니라, 그냥 눈감고 모른 척 하라고 국가가 지시한 것이다. 김포시, 보건복지부의 명백한 직무유기가 결국 시설생활인들을 죽음으로 내 몬 것이다.
그럼에도 여전히 현재 해당 면사무소 담당자는 이 시설의 문제가 국가의 지원과 관리감독 체계를 따르지 않는 미신고시설이기 때문에 "모른다“고 떳떳하게 말하고 있다. 또 김포시 담당자도 ”직원이 바뀌었다“며 꼬리를 빼고 있다. 복지부 역시 지자체에 책임이 있다며, 단지 ”기도원시설에 대한 성격 규명에 대해 고민하겠다“는 수준에서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
그렇다면, 이 억울한 장애인들의 죽음은 누구에게 책임이 있다는 것인가.
누가 시설이 필요하다고 말하는가
우리는 이번 사건을 통해, 시설 비리와 인권침해가 어떻게 외부에 드러나지 않고 지속적으로 가능했는가를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었다.
그것은 바로, “장애 있는 가족을 부양하기 어려우면 시설에 가야지”가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장애인을 돌보는 시설장은 당연히 훌륭한 사람”이라는 인식이 어느새 우리 사회 보편적 상식이 되었기 때문이다.
여기에는 언론의 취재방식도 한 몫을 한다. 깊이 있고 구조적 모순까지 들춰낼 수 있는 탐사보도나 집중 취재가 아닌 일시적 사건·사고로의 접근은 사람들로 하여금 “시설은 당연히 있어야 하는 것”이라고 무비판적으로 받아들이게 한다.
따라서 복지부는 이번 사건을 통해 시설이 갖고 있는 한계와 모순을 직시해야 한다. 억울하게 죽어간 수많은 시설장애인의 넋을 기리는 길은, 시설중심에서 자립생활 중심으로 정책을 전환해 다시는 장애와 가난을 이유로 비인간적인 시설에서 생을 마감하지 않게 하는 것이다.
이에 우리 시설인권연대는 이 사건이 단지 6명이 죽어간 사건으로 잊혀지지 않기 위해 자체 진상조사단을 꾸리고 범사회계에 공동으로 대처해나갈 것을 제안하는 등 「시설 밖으로! 지역사회로!」를 지속적으로 실천해 나갈 것을 밝히는 바이다.
우리의 요구
1. 김포시 ‘사랑의 집’에서 생활하던 장애인 6명의 죽음은 목사 한 사람의 책임이 아니다.
시설을 외면하고 사람의 죽음을 방치한 김포시와 보건복지부는 즉각 사과하라!
2. 시설중심의 정책에서 자립생활 중심의 정책으로, 사회복지정책의 방향을 전환하라!
3. 여전히 남아있는(양성화정책 이후에도) 500여개의 시설에 대해 전면 실태조사를 실시하라!
4. 시설 관리와 운영 중심의 실태조사가 아닌 시설생활인 인권 중심의 실태조사를 실시하라!
사회복지시설생활인 인권확보를 위한 연대회의(시설인권연대)
경기복지시민연대, 경기장애인연맹, 노들장애인야학, 대한정신보건가족협회, 섬김과나눔회장애인봉사대, 안산노동인권센터, 인권운동사랑방,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인천여성의전화,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장애인교육권연대, 장애인이동권쟁취를위한연대회의, 장애인고용촉진공단공무원노조, 전국공무원노동조합, 전주중증장애인지역생활지원센터, 좋은집, 천주교인권위원회, 피노키오자립생활센터, 한국뇌성마비장애인연합, 한국산재노동자협회, 한국장애인단체총연합회, 행동하는의사회, CMHV(한국지역사회정신건강자원봉사단) (이상 23개 단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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