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노사문화대상 기업으로 KT 선정
상생(相生) : 함께 잘 살기 위해서는 노동자들이 희생해야 한다. 정말 '함께' 잘 살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노사불이(勞使不二) : 노동자와 회사는 하나다. 만약 노동자들이 노조를 만들어 회사에 대항한다면, 탄압을 해서라도 '하나'로 만든다.
무분규상태 : 회사가 노조를 무력화시키는 데 성공한 상태, 혹은 노동자의 이익이 아니라 회사의 이익만을 대변하는 어용노조가 들어선 상태.
'다음 단어에 대한 정의를 내리라'는 시험지에 위와 같이 답을 했을 때, 노동부가 채점을 했다면 점수는 100점이다.
16일 노동부는 '노사갈등을 넘어서 신뢰와 협력으로'라는 구호를 전면에 내걸고 '2004년 신노사문화대상' 최우수상 기업으로 '노동자 인권침해 왕국'인 KT(케이티)를 선정했다. 노동부는 "KT가 '노사불이'의 정신으로 '상생'의 노사관계를 모색해 노사협력관계 구축에 노력한 결과, 2001년 이후 '무분규상태'를 유지해 노사화합의 대표적인 사례"라고 선정이유를 밝혔다.
그러나 KT의 사례는 '신노사문화'라는 것이 노동자들에게 얼마나 허구적인가를 여과 없이 보여준다. 2003년 KT는 구조조정 과정에서 5천5백여 명에 이르는 노동자를 명예퇴직시켰다. 인권단체연석회의가 KT 노동자들을 대상으로 지난 7월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명예퇴직을 강요받은 노동자는 96%에 달했고 그 과정에서 갖가지 협박을 당한 노동자도 90%를 넘었다. 98%가 차별로 고통받고 있다고 대답했고, 85%가 항상 감시당하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와 한국노동안전보건소가 상품판매팀 노동자들에게 실시한 다면성인성검사에서는 45%의 노동자가 "시급한 정신과 치료를 받아야 한다"는 충격적인 결과가 나왔다.<본지 2004년 12월 15일자 참조> 민영화 이후 KT가 노동자들을 대상으로 자행한 인권침해 보고서인 『KT 상품판매전담팀 인권백서』를 발행한 바 있는 인권단체연석회의는 "KT가 신노사문화대상에서 최우수상을 수상한 것은 어이없는 일"이라며 강력하게 반발했다.
이에 대해 KT는 "회사의 업무 방침에 따른 정상적인 조치"라고 극구 주장해왔다. 노동부 역시 "인권침해 사실을 몰랐을 뿐 아니라 이러한 인권침해가 확정된 것이 아닌 만큼 대통령상 수상기업을 재검토할 계획이 없다"며 발뺌만 하고 있다. 하지만 노동부 산하단체인 근로복지공단은 지난 7월과 10월 두 명의 KT 노동자에 대해 "회사측의 감시활동으로 인한 우울증 등 정신적 피해가 인정된다"며 산재판정을 내린 바 있다. 그런데도 노동부는 이러한 사실을 굳이 모르는 체 하며 "KT는 90년대부터 민주노총이 선도하던 대표적인 노사갈등 사업장이었으나…대립적 노사관계를 협력적 노사관계로 전환시킨 대표적인 모델케이스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현재 KT가 노동자들을 대상으로 자행하고 있는 수많은 인권침해가 노동부가 지향하는 '대표적인 모델케이스'라면 인권단체연석회의가 성명서에서 발표한 것처럼 "노동부가 사용자의 이익만을 대변하고, 노동조합을 무력화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는 것을 만방에 알리는 것"이나 다름없다.
인권단체연석회의는 "노동부는 KT의 신노사문화대상 수상 결정을 즉각 철회할 뿐만 아니라 허구적인 신노사문화대상을 폐지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