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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하루소식

장기구금·사회격리는 해답 아니다

[분석] 사회보호법 관련 당정협의안

16일 정부와 열린우리당은 당정협의를 개최하고 사회보호법 상 보호감호제를 폐지하기로 한 지난해 10월 당정협의 결과를 재확인했다. 이날 당정은 △보호감호제 폐지에 대한 대안으로 필요적 보호관찰을 부과하는 집행유예를 도입하고 △특정강력범죄 처벌법을 개정해 형법상의 강간죄를 특정강력범죄에 포함하고 상습절도에 대한 법정형을 강화하기로 협의했다. 하지만 이미 보호감호를 선고받은 사람들을 어떻게 처리할 것인가에 대해서는 결론을 내지 못했다.

청송보호감호소 정문 <출처> 사회보호법 폐지를 위한 공동대책위원회

▲ 청송보호감호소 정문 <출처> 사회보호법 폐지를 위한 공동대책위원회



당정협의 결과에 대해 사회보호법 폐지를 위한 공대위는 "사회보호법 폐지는 매우 반가운 일이지만 형벌강화를 골자로 하는 대체입법 논의와 현 집행자들에 대해 명확한 입장을 정리하지 못한 것은 매우 유감스럽다"고 밝혔다.

당정이 합의한 필요적 보호관찰 및 집행유예제도는, 보호감호 범죄에 대해 실형과는 별도로 보호관찰을 받는 집행유예 기간을 추가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이 안에 따르면 상습범 등에게 징역 10년을 선고할 경우 7년은 실형 기간으로, 나머지 3년은 보호관찰을 전제로 한 집행유예 기간으로 할 수 있다. 이렇게 되면 7년 형을 마친 뒤 3년 동안은 집행유예 상태에서 보호관찰을 받게 되며, 이 기간에 보호관찰 준수사항을 지키지 않으면 집행유예가 취소된다. 집행유예 취소자는 다시 수감돼 3년 형을 추가로 복역해야 한다. 보호관찰을 조건으로 하는 집행유예 기간은 전체 선고형의 3분의 1 범위에서 최고 3∼5년까지다. "형의 일부를 집행유예 기간으로 둬 보호관찰을 받도록 함으로써 현 보호감호제에 따른 이중처벌 논란의 여지를 없애고, 중형 선고에 따른 법관의 부담감도 줄일 수 있다"는 것이 이 안을 법무부가 제안하고 당정이 협의한 이유다.

하지만 공대위는 "보호감호제의 가장 큰 문제는 이중처벌과 현 집행에서 드러난 감호자의 인권침해보다도 장기구금 위주의 형벌 정책"이라고 지적한다. 즉 장기간의 구금을 통한 사회격리가 범죄 예방정책에 기여하기 보다는 오히려 범죄인을 사회로부터 더욱 격리시켜 버림으로써 이들의 사회복귀를 차단하고 있는데 당정이 본질적인 문제를 간과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호중 (외대법대) 교수는 "보호감호제도의 폐지가 공론화되고 현재의 과정에 이르게 된 것은 보호감호제도가 필요없을 정도로 범죄사정이 좋아졌기 때문이 아니다. 보호감호제가 이중처벌, 인권침해의 문제 이외에도 범죄인의 사회복귀에 도움은 커녕 장애가 되고 있기 때문"이라고 비판한다. 이 교수는 "지금 필요한 것은 형벌강화나 대체입법이 아니라 현실적인 제도부터 잘 활용하는 것이다. 예를 들자면 실효성 있는 직업훈련 프로그램의 운영, 가석방과 귀휴제도의 활성화, 작업상여금의 현실화와 외부통근제도의 확대, 출소 후의 사회복귀를 위한 대폭적인 지원강화 등이 선행되야한다"고 밝혔다.

더구나 이 대체입법의 경우 가석방의 활용가능성을 원칙적으로 차단할 수 있다. 현행법에 따르면 가석방은 형기의 1/3이상을 복역하면 가능하지만, 보호관찰을 전제로 한 집행유예를 선고받게 되는 자의 경우 가석방 대상자에게 제외될 가능성이 매우 크다.

보호감호제 폐지에 합의한 상황에서 현 보호감호 부과 및 집행자에 대해서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있는 것 역시 문제다.

법무부는 "보호감호제도를 폐지하되, 경과규정을 두어 이미 보호감호를 선고받은 자는 종전대로 집행"하겠다는 입장이다. 또한 이는 지난 10월 당정협의 결과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열린우리당은 "이들의 처리에 대해 논의한 바 없지만 모두를 일시에 풀어주는 것은 문제가 있기 때문에 순차적으로 석방하거나 다른 대안을 찾자"는 움직임이다.

하지만 반인권적인 제도이기때문에 보호감호를 폐지하겠다고 하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앞으로도 상당기간 동안 보호감호를 집행하겠다는 것은 설득력은 물론 정당성이 없다. 법무부의 논리에 따르면, 2005년 법원에서 징역 10년과 보호감호를 함께 부과받은 사람이 있다고 상정할 경우 앞으로도 최대 17년동안 보호감호제도는 존속하게 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2003년 1600명에 달하던 감호자 수는 현재 200여명으로 대폭 줄었다. 그러나 지난 2년동안 천여명이 넘는 감호자들이 석방됐지만 사회적 위험이 증가했다는 수치는 어디서도 찾아볼 수 없다.

따라서 지금 필요한 것은 이들의 발목을 잡는 것이 아니라 조속한 석방과 동시에 범죄를 저지르지 않고 사회생활을 영위할 수 있는 사회복귀 프로그램 등의 마련이다.

공대위는 "보호감호의 폐지가 단지 보호감호라는 하나의 잘못된 제도의 철폐에 그쳐서는 안되며, 범죄인을 오로지 구금하고 사회로부터 격리하는데 골몰했던 국가의 책임을 성찰하고 사회적 인식을 바꾸는 계기가 되어야한다"고 주장한다. 그렇지 않으면 제2, 제3의 사회보호법은 언제든지 또 다시 제정될 수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