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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재, "금치 중 집필 허용돼야"

교도소 내 규율위반 등으로 금치처분을 받은 수용자에 대해 전면 금지되던 집필이 허용되게 됐다. 24일 헌법재판소 전원재판부(주심 이상경 재판관)는 금치 기간 중 집필을 금지하고 있는 행형법 시행령 제145조 제2항 본문 중 "집필" 부분이 헌법에 위반된다고 결정했다.

현행 행형법 시행령 제145조 제2항은 "금치의 처분을 받은 자는 징벌실에 수용하고 그 기간 중 접견, 서신수발, 전화통화, 집필, 작업, 운동, 신문·도서열람, 라디오청취, 텔레비전시청 및 자비부담물품의 사용을 금지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에 대해 헌재는 "행형법 제46조 제2항 제5호는 징벌의 일종으로 금치를 규정하고 있으나 금치의 구체적인 효과나 집행 방법에 대해 명시적인 규정이나 하위 법령에 위임하는 규정을 두지 않았고 집필의 금지가 금치의 개념으로부터 당연히 도출된다고 볼 수 없"다며 해당 조항에 대해 "금치처분을 받은 수형자의 집필에 관한 권리를 법률의 근거나 위임없이 제한하는 것으로서 헌법 제37조 제2항 및 제75조에 위배된다"고 밝혔다.

한편 헌재는 해당 조항에 의해 "집필이 수용자의 개인적인 사유로 반드시 허용되어야 할 경우이거나 교정·교화상 도움이 되는 경우에도 집필의 가능성이 원천적으로 봉쇄되어 있다"며 "입법목적 달성을 위한 필요최소한의 제한을 벗어나 과잉금지의 원칙에 위반된다"고 밝혔다. 헌재는 "집필은 지극히 개인적인 행위로서 교도소의 질서와 안전의 유지에 어떤 위험을 줄 수 있는 행위가 아니며 수용자의 건전한 정신활동을 촉진하여 그의 교정·교화에 이바지하는 경우도 있을 수 있다"며 집필행위를 제한하고자 하는 경우에도 집필행위 자체는 허용하면서 집필시간을 축소하거나 집필의 횟수를 줄이는 방법 또는 예외적으로 집필을 허용할 수 있는 사유를 구체적으로 한정하여 집필을 제한하는 방법 등을 통해 입법목적은 충분히 달성될 수 있다고 판단했다.

헌재의 이번 판결에 대해 인권운동사랑방 유해정 상임활동가는 "그동안 징벌과정에서 집필금지 등 외부교통 차단은 징벌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교도소 측의 불법행위를 외부에 알리고 도움을 받을 수 있는 통로를 완전히 봉쇄해왔다"며 "이번 결정으로 수용자들이 자기 목소리를 외부로 전할 수 있는 통로를 얻게 된 것"이라고 환영했다.

이상희 변호사(법무법인 한결)도 "그동안의 헌재 태도로 볼 때 이번 결정은 기본권의 제한은 원칙적으로 법률로써만 가능하다는 법률유보의 원칙을 엄격하게 적용한 획기적인 판례"라며 환영했다. 이번 판결에서 헌재는 행형법 제33조의3 제1항이 집필 허가의 예외사유를 "집필의 내용이 교도소 등의 안전과 질서를 해칠 우려가 있는 경우 또는 기타 교화상 부적당한 경우"로 한정하고 있음을 지적하며 해당 조항은 "금치 처분을 받은 자에 대해 집필을 전면적으로 금지하고 있어 법률의 규정에 비해 가중된 제한을 하고 있고 법률이 규정하고 있는 집필 불허 사유와는 전혀 다른 사유로 집필을 금지하고 있다"고 판단했다. 즉 금치기간 중 집필을 금지하는 시행령 규정이 금치처분을 받은 수형자의 집필권을 법률의 근거나 위임없이 제한하고 있다고 본 것.

지난해 12월 16일 같은 시행령조항 중 '운동' 금지에 대해 헌재는 "금치 처분을 받아 외부세계와의 교통이 단절된 채 1평 남짓한 좁은 징벌실에 수용되는 수형자에 대하여, 최장 2개월 동안 일체의 운동이 금지될 경우 수형자는 신체적 건강뿐만 아니라 정신적 건강을 해칠 위험성이 현저히 높다"며 위헌 결정(2002헌마478)을 내린 바 있다. 하지만 헌재는 행형법 제24조 "소장은 대통령령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수용자에 대하여 건강유지에 필요한 운동 및 목욕을 하도록 하여야 한다"는 규정을 근거로 금치 기간 중 운동을 금지하는 시행령 규정이 "법률의 근거 없이 새로운 기본권 제한을 하고 있다고는 볼 수 없다"고 밝혔다. 같은 결정에서 헌재는 비슷한 논리로 접견, 서신수발에 대해서는 합헌 결정을 내린 바 있다.

이 변호사는 "지금까지 헌재는 금치 징벌에 따른 기본권 제한이 법률의 위임한계를 벗어났다는 점을 인식하지 않았으나 이번 판결에서는 법률의 규정에 비해 시행령 규정이 가중적이고 원천적인 제한을 하고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며 "집필 이외에 같은 시행령 규정에서 금지하고 있는 접견, 서신수발, 작업 등에 대해서도 위헌의 소지가 발생한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이번 결정이 교도소 내 집필 허가제 자체를 문제삼은 것은 아니라는 점은 아쉽다는 반응이다. 이 변호사는 "집필 자체는 폭넓게 허용해도 문제없는 일로 집필 허가제는 의미없는 제도"라며 "굳이 따지자면 집필된 문서가 외부로 나갔을 때 문제가 발생할 수 있는 것이지만 이는 이미 서신검열이 해오고 있는 일"이라고 말했다.

이번 결정의 청구인인 유아무개 씨는 징역형을 선고받고 전주교도소에 수감되어 있던 중 교도소 내 규율 위반을 이유로 금치 1월의 징벌처분을 받았다. 유 씨는 이에 불복하는 행정소송과 청원서의 작성을 위한 집필 허가를 교도소장에게 신청했다 불허되자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