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외국인이주노동자대책협의회(아래 외노협)는 한남동 주한 말레이시아 대사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번 단속은 경찰이나 출입국관리소와 같은 법집행기구 뿐 아니라 시민자발대에 지원한 민간인까지 동원, 권총 등과 같은 무기 휴대를 허용"했고 "단속된 미등록 이주노동자들은 추방에 앞서 기소, 투옥되고 전근대적 형벌인 태형을 당하고 있다"고 고발했다.
외노협에 따르면 말레이시아에서는 지난해 6월 아즈미 칼리드 내무부 장관이 2005년 말까지 100만명에 달하는 말레이시아 내 '불법체류자'들을 추방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고, 이어 같은해 8월 나지브 라작 수상이 체포된 '불법체류자'들을 이민법에 따라 기소해 투옥하거나 태형에 처하겠다는 계획을 밝힌 바 있다. 이어 올해 3월 1일 말레이시아 정부는 30만명의 경찰, 출입국관리국 직원들과 자원한 시민으로 구성된 '시민자발대'를 발족해 대규모 체포작전에 돌입했다. 또 여기에 참여한 민간인에게는 총기를 허용했으며 한명 체포마다 80링깃(한화 약 21,120원)의 포상금을 주겠다고 밝혔다.
아시아이주노동자포럼(Migrant Forum in Asia)에 따르면 최근까지 단속된 이들은 기소되어 2달에서 1년까지의 징역과 태형을 선고받았다. 김미선 외노협 공동대표는 "민간인에게 단속권한을 부여하고 총기까지 허용하는 것은 '불법체류자'라면 살상해도 좋다는 선전포고"라고 규탄했다. 이어 포상금 제도에 대해서도 "당당하게 노동하며 살아가는 시민인 이주노동자와 시민들 사이를 돈으로 이간질하는 셈"이라며 어이없어 했다. 그는 "한국을 포함한 아시아 국가들이 미등록 이주노동자에 대해 단속·추방으로만 일관하고 있어 각국의 이주노동자 합법화 투쟁은 같은 목표를 가지고 있다"며 연대의 필요성을 지적했다.
버마 출신 이주노동자 뚜라 씨는 "한국과 마찬가지로 말레이시아에도 버마 출신 이주노동자들이 많다"며 "말레이시아 정부는 미등록 이주노동자들을 탄압하는 것은 물론 버마 군사정권의 탄압을 피해 난민신청한 버마 사람들의 난민신청도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고 규탄했다.
기자회견에 이어 참석자들은 말레이시아 대사관에 항의서한을 전달하고 말레이시아 정부에 대해 △민간인들의 단속참여 중지 △강제추방 중단 △미등록 이주노동자 합법화 △유엔 이주노동자 협약 비준 등을 요구했다.
말레이시아 정부에 대한 항의는 아시아이주노동자포럼의 제안에 따라 이달 초부터 필리핀, 인도네시아, 홍콩, 방글라데시 등 아시아 각국의 말레이시아 대사관 앞에서 연이어 진행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