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 학생은 바른 인성과 생활습관을 기르기 위한 생활 일기 쓰기를 잘하여 이 상장을 주어 칭찬합니다"
이것은 모두 어느 상장의 글귀랍니다. 어떤 상일까요?!
일기는 하루 중 있었던 일이나 그 일에 대한 나의 생각, 느낌 등을 솔직하게 적는 것입니다. 우리는 일기에 기쁨을 담기도 하고 화를 담을 수도 있어요. 때로는 슬픔을 담을 수 있고요, 들키고 싶지 않은 비밀을 담기도 하고 말이지요. 그런데 누군가가, 나의 생활이 궁금하다고 일기를 검사한다면 어떨까요? 또는 글씨는 틀리지 않고 바르게 썼는지 확인한다고 일기를 검사해도 될까요? 그렇다면 일기는, 어느새 내 생각을 솔직하게 담은 '진짜' 일기가 되지 못할 거예요.
참 오랫동안 우리의 일기는 '선생님이나 부모님은 당연히 봐도 되는 것'으로 여겨졌습니다. 심지어 일기를 잘 쓴 사람에게는 위의 글귀가 적힌 상을 주기도 하고요. 도대체 잘 쓴 일기가 어떤 것이고, 과연 골라낼 수 있는 것인지 의문이 듭니다.
어떤 일기가 '진짜' 일기?
하지만 얼마 전(4월 7일) 국가인권위원회(*)라는 곳에서 교육인적자원부(**) 장관에게, 일기 검사는 잘못되었고 바른 일기교육 방법을 마련하라고, 이야기했답니다. 아까도 이야기했듯이 어른들이 일기를 검사하고 우리에게 일기를 억지로 쓰게 하는 것은, 오히려 '진짜' 일기를 쓰지 못하게 하고 우리 마음을 검사할 수 있다는 것이지요.
물론 일기는 하루를 되돌아볼 수 있게 하기도 합니다. 그리고 나의 생활(삶)에 대한 소중한 기록이자 보물이 되기도 하고요. 그래서 일기 쓰기는 매우 좋은 습관이라고 하지요. 어떤 어른은 우리가 일기를 안 쓰는 게 안타까워서, 우리가 일기를 꼬박꼬박 쓰길 바라는 마음에, 우리 일기를 보고 편지를 보내기도 합니다.
하지만 아무리 좋은 이유에서라도 다른 이가 언제든지 볼 수 있는 일기라면? 맞아요, 내 소중한 보물이 될 만큼 '진짜' 일기를 쓸 수 없을 거예요.
사람은 누구나, 나만의 생활을 누릴 수 있고 나만의 세상을 가질 수 있습니다. 다른 이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다면 말이지요. 특히 일기는 나만의 생활을 담을 수 있기도 하고 나만의 세상이 되기도 합니다. 내가 원하지 않는다면 누구도 들여다볼 수 없고 억지로 쓰게 할 수 없는 것임을 잊지 말자고요!
(*) 국가인권위원회 : 누구나 가지고 있는 권리를 보호하며, 한 사람 한 사람 행복하게 살 수 있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라는 뜻으로 나라에서 만든 기구
(**) 교육인적자원부 : 배우고 가르치는 것과 관련된 일을 하는, 나라에서 만든 기구
[생각해봅시다] 그러면 동무나 선생님과 함께 번갈아 쓰는 교환일기나 모둠일기 등은 어떻게 여겨야 할까요?
교환일기는 말 그대로 번갈아 쓰는 일기를 뜻하고 모둠일기는 말 그대로 모둠끼리 쓰는 일기를 뜻하는 것이겠지요?! 만약 동무 또는 선생님과 교환일기를 쓰기로 했다면, 그건 동무나 선생님과 그렇게 하기로 합의한 것이니 나쁘지만은 않은 것 같아요. 서로 마음을 나누기 위해 쓰는 것이라면요. 모둠일기도 마찬가지고요. 하지만 여기서 말하는 '합의'의 뜻을 잘 생각해야 합니다. "이런 저런 점이 좋으니 우리 모두 이렇게 하자!" 라는 건 합의가 아니에요. 동무 한 사람 한 사람의 의견을 모아 듣고, 모두가 그렇게 하기로 약속하는 것이 합의이지요. 한 사람이라도 원하지 않는다면 그 동무의 의견에도 귀를 기울이고 좀더 많은 이야기를 나누는 게 필요합니다. 그래서 모인 뜻이 합의랍니다.
합의를 통한 교환일기와 모둠일기는 마음을 나누는 데 큰 힘이 됩니다. 하지만 그렇지 않을 때에는 강제로 쓰는 잘못된 일기와 마찬가지라는 점을 잊지 마세요.
합의를 통한 교환일기와 모둠일기는 마음을 나누는 데 큰 힘이 됩니다. 하지만 그렇지 않을 때에는 강제로 쓰는 잘못된 일기와 마찬가지라는 점을 잊지 마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