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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하루소식

[논평] 자본과 결탁한 국가폭력에 경고한다

그들은 '폭도'도 '불온세력'도 아니었다. 그들의 요구는 단지 '인간답게 살고 싶다'는 것, 그것뿐이었다. 정유탑 안에서 고공농성을 벌이던 울산건설플랜트노조 노동자들은 "십수 년을 먼지 구덩이 현장에서 빗물에 쇳가루 섞인 밥을 먹으며 살아왔던 현실, 발디딜 틈도 없이 더러운 화장실에서 모멸감을 씹어왔던 현실을 바꿔보고자 노조를 결성했지만 돌아온 것은 체포영장과 구속, 폭력연행뿐이었다"고 울부짖었다.

사측과의 협상을 요구한 노조의 제안이 계속해서 거부돼 온 상황에서 지난 17일 영남지역 노동자대회 당시 발생한 경찰과의 충돌은 어쩌면 이미 '예고된' 것이나 다름없었다. 그런데도 언론과 정부는 노동자들의 '폭력'만을 호들갑스럽게 문제삼으며 또다시 '노동자 때리기'에 나섰다. '인권경찰'은 17일 집회 후 파업에 참가한 건설플랜트노조원 대부분을 사법처리 대상으로 삼고, 노조의 다른 집회조차 금지하며 민주노총 울산본부에 압수수색영장까지 발부해 노조탄압의 고삐를 죄고 있는 형편이다.

하지만 '폭력'은 항상 상대적인 것으로 존재해왔다. 한 사회에서 지배계층은 가지지 못한 자들의 폭력을 문제삼지만, 가지지 못한 자들에 대한 사회적 폭력은 오히려 일상적이다. 비인간적인 노동조건에서 노동을 해야 하는 사람들, 돈이 없어서 집에서 쫓겨나는 사람들, 국적과 인종이 다르다는 이유로 '인간선언'조차 무시되는 사람들 등 이들에게 가해지는 사회적 폭력은 매순간 끔찍하다. 그동안 건설플랜트 노동자들에게 가해진 사용자측의 폭력 역시 믿기 힘들 정도지만 그러한 폭력은 암묵적으로 용인돼왔다. 이런 상황에서 노동자들의 폭력만을 문제삼는 정부의 태도가 편파적이라는 비판을 피하기 힘든 건 당연하다.

뿐만 아니라 우리는 정부와 재계가 이번 일을 통해 노동운동을 탄압하는 계기로 삼으려고 하는 것에 대해 강력한 우려를 표한다. 비정규직 문제가 전국민적인 문제가 되면서 노동법 개악에 반대하는 목소리들이 높아지고 있고 최저임금제도 역시 '빈곤양산제도'라는 비웃음을 들으며 800만에 달하는 빈곤층의 반발을 사고 있다. 그런데도 '노사정 논의'는 아무 것도 바꿔내지 못했다. 게다가 재계는 "정규직의 지나친 고용 경직성을 완화하는 방안도 동시에 검토돼야 한다"며 비정규직 입법 재논의 불가 입장을 선언하고 '노사정 논의'에서 사실상 탈퇴했다. 이로써 재계는 '정규직의 비정규직화'를 주장함과 동시에 '비정규직 보호법안'이 실제로는 '비정규직 확대법안'이라는 본심을 결국 드러내고 말았다. 이어 재계는 곧바로 개별 사업장별로 고소, 고발을 비롯한 사법 대응에 나설 것과 정부에게 법과 원칙에 따라 단호히 대응할 것을 주문했다. 그리고 기다렸다는 듯 정부는 건설플랜트노조의 집회에 경찰력을 투입해 '강경대응'을 실천했다. 이러한 일련의 과정에 대해 27일 울산에서 진행될 전국노동자대회와 6월 임단투의 여파를 사전에 차단하려는 의도라는 우려가 존재한다. 다시 한번 확인컨대 노동운동은 탄압의 대상이 아니다. 정부와 재계의 탄압은 노동자들의 더 큰 반발만 불러일으킬 뿐임을 명심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