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운동사랑방 후원하기

인권하루소식

"고등학생 전쟁동원" 교육부 비밀문건 폭로

주간 <교육희망> 입수…"좌경학생 격리, 좌경교사 동향파악"

교육부가 매년 3월 전국 고등학생을 '학도호국단'으로 편제하고 전시에는 방위산업체나 군 병원 등에 투입하도록 하는 비밀계획을 세웠음이 드러나 충격을 주고 있다.

비밀계획을 폭로한 <교육희망>기사. news.eduhope.net

▲ 비밀계획을 폭로한 <교육희망>기사. news.eduhope.net



이런 사실은 지난 23일 전교조가 발행하는 주간 <교육희망>이 비공개 공문 <전시 학도호국단 운영계획(2005년 충무 3200 교육시행계획, 문서번호 충남교육청 총무-5)>의 내용을 폭로하면서 밝혀졌다. 이 공문은 충남교육청이 지난 3월 8일 각 고교 교장에게 보냈고 <교육희망>이 19일 입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보도에 따르면, 교육부는 학교장에게 해마다 3월말까지 고교생 전체를 '학교고유단명+학번'으로 조합한 군번 형식의 학생단번을 부여해 서류로 편성해 두었다가, '전쟁 위협' 상황인 '충무 2종 사태'가 선포되면 학도호국단 조직을 운영하며 '전쟁 긴박' 상황인 '충무 3종 사태'에는 활동임무에 대한 교육을 실시하도록 했다.

학도호국단 최고 제대장은 학교장이 맡게 되며, 중대장급 이상 지휘관은 △교련교사 △군복무 경력 교직원 △기타 교직원 차례로 임명된다. 일반 학생은 대원으로 편성되며 '건전학생'으로 지목된 학생은 소대장급 이하 지휘자로 선임된다. 이어 학생들을 학교시설 방호와 함께 긴급복구 사업, 경계지원 등 민방위 지원활동에 동원토록 했다. 특히 실업계 학생은 "방위산업체 등 전쟁과 직접 관련 있는 산업체의 생산활동에 지원"하며 여학생은 지역별 구급활동과 군 병원 등에서 간호활동을 지원할 수 있도록 했다.

특히 공문은 '전시 좌경학생 지도 및 교원·교직단체 대책' 항목에서 "좌경학생에 대한 특별지도를 실시하고 교원 및 교직단체에 대하여는 특단의 대책을 강구한다"고 밝혔다. 또 "순화가 곤란한 학생은 관계기관과 협조하여 격리조치해야 한다"면서 △학도호국단 활동 제외 △개별 지도교사 지정 등 특별 순화지도 △학도호국단 지휘관 임명 제외 등의 방안을 내놨다.

또 "배후조종 교사는 격리차원에서 교원징계위원회에서 회부해야 한다. 학교장은 관련 교사를 '전시범죄처벌에관한임시특례법' 위반으로 수사기관에 고발해야 한다"며 좌경교사 등에 대해서는 "동향파악을 철저히 한다"고 밝혔다.

<교육희망>은 교육부 윤 아무개 비상계획담당관이 "시대변화에 따라 내용을 점차 완화해가고 있지만 전시상황에 대비한 것이기 때문에 문제될 것이 없다"면서 "우리나라가 처해 있는 입장이 휴전 상태이므로 학도호국단 편성은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해 교육부가 문서 작성 사실을 시인했다고 보도했다.

이에 대해 인권운동사랑방 박래군 상임활동가는 "전시라는 단서가 달려 있지만 전시에도 보장되어야 하는 사상·표현의 자유를 '좌경'이라는 자의적인 규정으로 억누르려는 비밀계획을 만들고 관리하고 있었다는 것은 반인권적이고 반교육적인 작태"라고 질타했다. 또 "교육부는 이 계획을 수정할 것이 아니라 당장 폐기시켜야 하며, 무엇을 근거로 해서 만든 것인지 해명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편 교육부는 23일 "보도된 자료는 외부에 유출될 수 없는 문서이므로 보도 자제를 요청"한다는 짤막한 해명자료를 냈다. 이에 대해 교육부 관계자는 "대외비로 분류되어 있으니 보도를 자제해달라는 것일 뿐 해당 기자를 수사기관에 고발한다든지 하는 구체적인 대응은 정해진 바 없다"며 "학도호국단 운영계획의 문제점으로 지적된 내용에 대한 교육부 입장도 정해지지 않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