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5일 서울대병원노조(아래 노조)는 기자회견을 열고 지난 5월부터 6월까지 실시한 근골격계 질환 실태와 유해요인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번 조사에는 원진노동환경건강연구소, 인천대 노동과학연구소, 건강한노동세상이 함께 참여했다.
미국 국립산업안전보건연구원(NIOSH)에서 개발한 설문지를 기초로 원진노동환경건강연구소가 서울대병원 본원과 보라매병원 노동자 1,064명을 대상으로 5월 18일부터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83.4%가 근골격계질환 호소자이고, 75.2%가 통증이 1주일 이상 지속되거나 혹은 1달에 1번 이상 통증이 있다고 답했다. 또 응답자 가운데 통증의 정도가 '중간' 이상인 노동자가 32.8%이며, 통증의 정도가 '심함' 이상이라고 답한 경우도 27.3%에 이르렀다. 이 수치는 2003년 민주노총 조사에서 밝혀진 금속 제조업 노동자들의 질환 의심자 비율 18.1% 보다 10% 가까이 높은 수치다.
금속 제조업보다 높은 근골격계 질환 비율
한편 인천대 노동과학연구소가 간호·급식·중앙공급실 등 서울대병원의 대표적 업무를 반영하는 30개 작업에 대한 근골격계질환 관련 유해정도를 종합적으로 평가한 결과에 따르면, 30개 업무 중 40%의 업무가 근골격계 질환 유해정도가 '아주 높은' 작업으로 분류돼 '즉각적인' 작업환경 및 조건의 개선이 요구됐다. 또한 유해정도가 '높은' 작업으로 분류돼 '빠른' 작업환경개선이 요구되는 업무도 40%에 이르렀으며 나머지 20%의 업무도 '지속적인' 작업환경 개선 및 관리가 필요한 작업으로 분석됐다. 유해수준이 낮은 업무는 하나도 없었다.
기자회견에 참석한 김철홍 인천대 노동과학연구소장은 "서울대병원에서 조사된 30개 작업 중 80%가 즉각적, 또는 빠른 작업조건 및 작업환경의 개선이 요구되는 근골격계질환 발생의 위험이 높은 작업으로 평가되어 서울대병원의 근골격계질환 관련 위험수준이 아주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김 소장은 조사결과 서울대병원의 개선 사항으로 △작업장, 작업대, 장비 및 도구의 구조개선 △적정 인력 충원·지원에 따른 노동강도 완화 △장기적으로 전반적인 작업장 개선 및 노동 강도 분석에 따른 적정 인력의 산출 △좌식작업의 경우 인간공학적 전용작업대로의 구조개선 및 의자 교체 △근무시간 중 충분하고 자율적인 휴식의 보장을 제시했다.
사측, 노조 참여 없이 유해요인조사…결과 공개안해
2004년 서울대 병원 사측은 산업안전보건위원회(아래 산안위) 실무회의에서 백도명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에게 유해요인조사를 의뢰하기로 노조와 합의했으나, 같은해 6월 산안위 합의를 일방적으로 파기하고 서울대 공대 교수에게 이 조사를 의뢰한 바 있다. 노조에 따르면 결과보고서를 2005년 2월에 요청했지만 병원 측은 내부자료라는 이유로 분석결과를 공개하지 않고 있다.
김애란 노조 근골대책위원장은 "산업보건기준에관한규칙 제143조(유해요인조사) 3항에 따라 사업주는 유해요인조사에 근로자 대표 또는 당해 작업 근로자를 참여시켜야 한다"며 노동조합의 동의를 얻지 않은 조사의 허구성을 지적했다.
노사 공동의 근골격계 질환 유해요인 조사 촉구
조사결과에 따라 노조는 사측에 대해 △부족 인력 확충과 사무환경 개선 등 근골격계 질환 해결을 위한 10대 요구를 즉각 수용할 것 △노동조합의 참여 없이 이루어진 근골격계 유해요인조사 결과를 폐기하고 제대로 된 근골격계 유해요인 조사를 노사 공동으로 실시할 것 △서울대병원 노동자 전체를 대상으로 근골격계질환 발병 여부에 대한 정확한 조사를 실시할 것 △유해요인조사 및 의학적 검진결과 개선이 필요한 부분에 대해 즉각적인 조치를 취할 것 △근골격계 질환으로 진단된 노동자 모두에게 산재를 인정하고 치료받을 권리를 보장할 것 등을 요구했다.
김진경 노조위원장은 "전문가와 함께 한 현장평가와 증상 설문조사를 근거로 구체적인 개선 요구안을 제출했으나 병원은 정당한 요구를 외면하고 있다"며 노사 공동의 근골격계 질환 유해요인 조사를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