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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하루소식

[논평] '불온'한 것을 말하고 실천하게 하라

최근 경찰청이 사상·양심·표현의 자유에 대한 마녀사냥을 다시 시작했다. 강정구 교수가 얼마전 한 인터넷 언론에 기고한 글에 대해 사법처리 의지를 밝히며 그의 소환조사를 시도하고 있는 것이다. 강 교수의 글은 논쟁이 되고 있는 맥아더의 동상을 철거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그 이유를 밝히고 있다. 글에 따르면 미군이 한국전쟁에 개입함으로써 희생자의 규모가 급격하게 늘어났는데 이는 맥아더의 확전 의지가 강하게 작용한 탓이라는 것이다. 경찰이 문제삼는 것은 강 교수가 한국전쟁을 '북한 지도부가 시도한 통일 전쟁'라고 규정한 것이다. 그의 주장이 옳든 그르든 경찰이 보인 태도는 매카시적 국가 폭력일 따름이다.

정부는 해방 60년을 맞아 자축 분위기에 들떠 있지만, 해방 60년은 사상과 표현의 자유를 질식당한 60년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특히 강 교수와 같은 이성적 주장을 '자유 민주주의 기본 질서'를 위배하는 '불온한 사상'이라고 낙인 찍고 억압해왔다. 이같은 불온한 사상으로 집단학살된 대표적인 것이 바로 사회주의 사상이다. 사회주의 사상에 대한 국가 폭력은 한국 현대사에 치유하기 힘든 상처로 남아 있다. 해방 정국과 이어진 한국전쟁에서 벌어진 끔찍한 민간인 학살은 좌익 동조자에 대한 광범위하고 무차별적이며 조직적인 국가 폭력이었다. 좌익 동조자는 물론이고 그 마을까지 모두 불태워지는 상황에서 민중들에게 가해진 공포는 이후 전사회적으로 사회주의에 대한 공포와 적대로 강화되었다. 분단과 함께 이번에 강 교수가 분석한 한국전쟁은 역대 정권들에게 안보를 빌미로 사상의 자유를 착취하는 허울 좋은 명분으로 작용해 왔다. 자신의 사상을 배반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수십 년을 옥에 갇혀 전향 공작을 온몸으로 버텨야 했던 장기수들이 매카시적 국가폭력의 가장 끔찍한 희생자들이였다면, 반공캠페인 덕분에 '괴물 공산당'을 만나는 악몽으로 유년을 보내야 했던 대다수의 국민들 역시 매카시적 국가폭력의 희생자들이다.

경찰이 이번에 보여준 사법처리 의지는 국가폭력이 결코 지난 과거가 아님을 상기시켜 준다. 북의 관료들이 국립현충원에 참배하는 '화해와 교류'의 시대에도 국가는 사상 통제의 욕망을 여전히 숨기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정부는 국외 사회주의자들인 북정부와는 화해와 교류의 포옹을 즐기면서도 강 교수와 같은 '불온한 사상을 잡아들이려는' 시도는 멈추지 않는 것이다. 사상·양심·표현의 자유는 생각하고 말하는 자유뿐 아니라 그것을 '실천하는 자유'까지 포함된다. 국가에 의해 '불온'하게 낙인 찍힌 사상을 생각하고 말하고 실천하게 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