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1년 치안본부가 내무부 외청인 경찰청으로 개편되면서 기존 대공분실이 명패를 바꾼 보안분실은 서울의 경우 △용산구 남영동 △서대문구 홍제동 △종로구 옥인동 △동대문구 장안동 △구로구 구로동 △양천구 신정동 등에 위치하고 있고 2002년 8월말 현재 전국에 44곳 이상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들의 직무영역은 대통령령인 '경찰청과그소속기관등직제' 등에 따라 △간첩 등 보안사범에 대한 수사 △중요좌익사범의 수사 △북한정보 수집·분석 △남북교류 관련 보안업무 △불온유인물의 수집·분석 및 관리 △북한이탈주민 관리 등 광범위하다.
기자회견 참석자들은 "그들의 업무는 '정보수집'이라는 미명하에 국민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하면서 정치적 반대자들을 좌익, 보안사범이라는 이름으로 수사까지 담당하고 있다"며 "보안분실의 업무에 대한 감시는 국회 해당 상임위에도 예산이 보고되지 않는 등 민주적 통제에서 벗어나 있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경찰청장에게 전달한 '보안 경찰 혁신에 대한 의견서'를 통해 "'북한'과 '좌익사범'을 그 대상으로 설정한 것은 구시대의 산물인 냉전적 시각에 바탕을 두고 있는 것으로…'아군 아니면 적군'이라는 매우 단순한 이분법에 불과"하다며 "사회가 점차 민주화되어 감에 따라 과거에는 죄악시되어 발언조차 봉쇄되었던 다소 좌익적인 의견도 자유로이 표현될 수 있으며, 내용의 정당성을 대중의 건전한 상식에 따라 검증받고 있"다고 밝혔다.
또 "수사와 같은 국가 활동을…공개하는 것은 국민의 알권리를 충족할 뿐만 아니라 권력의 독점이나 부당한 남용이 방지되도록 하기 위함인데, 그 누구도 접근할 수 없는 은밀한 곳에서의 수사는 경찰력의 부당한 남용을 가능하게 한다"며 ""보안분실의 폐쇄적인 구조는 그 자체로 부당한 권력의 행사"라고 지적했다. 이어 "보안분실에 대한 대안은 오직 폐쇄뿐"이라고 못박았다.
이들은 지난 7월 17일 경찰청이 남영동 보안분실을 '경찰 인권기념관'으로 바꾸겠다고 발표한데 대해 "'남영동 대공분실'의 인력을 홍제동으로 옮긴 다음 인권기념관으로 만들겠다는 경찰의 발상은 사실은 남영동 하나 내어주고 다른 보안분실은 그대로 유지하겠다는 속셈"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남영동 분실의 활용방안에 대해 "남영동을 비롯한 모든 보안분실에서 이루어졌던 경찰의 고문을 비롯한 각종 인권유린행위가 그곳에 기록되어야 하며…독재의 잔인한 인권유린의 '기억의 장소'로 원형 보존되어야 한다"며 "경찰은 진정 과거에 대한 속죄와 반성의 장으로 '남영동 대공분실'을 국민에게 넘기려 한다면 이에 대한 논의를 전면 공개해야 마땅하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우리는 과거 보안분실에서 이루어진 각종 인권유린행위를 발굴, 고발해낼 것이며, 경찰이 그토록 감추고 싶어하는 운영 실태를 폭로해내어 비밀경찰의 음울한 형태를 세상에 드러낼 것"이라며 "더 이상은 비밀경찰이 없는 민주사회, 정보기관이라도 시민감시가 가능한 제도를 만들어 낼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