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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하루소식

[뛰어보자 폴짝] 평택 아이들의 작은 목소리

평택을 밝힌 작은 평화 반딧불

지난 9월10일 경기도 평택 대추리의 대추초등학교에서는 '반딧불'이라는 시끌벅적한 행사가 열렸어요. 그날 무슨 일이 있었냐구요? 평택의 동무들은 함께 전쟁에 대한 영화와 '여섯 사람'이라는 빛그림 동화를 보면서 전쟁은 왜 일어나는지, 전쟁이 일어나면 얼마나 무서운 일이 생기는지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답니다. 그래서 동무들이 대추리에서 평화롭게 살려면 어떻게 해야할지에 대해 생각해 보고, '평화마을' 지도를 만들었어요. 그리고 동네주민들과 함께 평택어린이들의 목소리를 담은 영화인 <평택 아이들의 작은 목소리>를 보았답니다.

대추리는 무기를 보관하고 미국 군대가 머무르면서 훈련을 하는 미군 기지를 옆에 끼고 농사를 지으면서 사는 마을이에요. 그런데 정부는 그곳에 살고 있던 주민들에게는 물어보지도 않고 갑자기 땅을 비우고 떠나라고 했어요. 주민들이 농사지어온 땅을 미군기지로 바꾸기로 한국과 미국정부 마음대로 결정한 것이에요. 그러나 주민들은 오랜 세월 농사를 지으며 소중하게 가꿔온 땅을 군대의 기지로 내어 줄 수 없기에, 땅을 지켜내기 위해서 함께 마음과 힘을 모으고 있습니다. 평택의 동무들은 이런 마을의 모습을 바라보며 요즘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요? 영화 속에서 하림이는 "땅을 빼앗겨 동네 친구들, 언니들과 헤어지게 될까봐 걱정이 돼요. 그리고 아빠가 땅을 지키기 위해 집회를 하다가 경찰에 잡혀갔을 때 너무 슬프고 걱정이 되었어요. 왜 경찰은 미국의 편을 드는 걸까요?"라고 말했어요. 영호는 "지금 마을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어른들은 설명해 주지 않지만, 우리도 걱정이 되고 알고 싶어요"라고 했지요. 아이들은 난생 처음 자기 얼굴이 영화로 상영되는 것을 보며 "우와∼"하고 신기해했고, 동네 어른들은 "그 녀석들 마냥 어린 줄만 알았는데, 속이 꽉 찼네"하시며 흐뭇해 하셨답니다.


평화마을을 만들어요

평택에 살고 있는 어린이들에게 마을은 소중한 기억이 참 많은 곳이에요. 어린이들은 평택을 찾아오는 사람들에게 지금 자신이 살고 있는 집이 어디인지, 마을에서 소중하게 생각하고 자랑하고 싶은 곳은 어디인지 마을 지도를 그려서 알려주기로 했답니다. 뛰어놀 수 있는 운동장이 있는 대추초등학교, 동무들과 함께 책을 볼 수 있는 솔부엉이 도서관, 학교에 가거나 동무네 놀러갈 때 자전거를 타고 씽씽 달리는 길, 그 길을 따라 오순도순 모여 있는 현주네, 경란이네, 정헌이네, 푸름이네 집. 그런데 지도를 그리고 보니 이미 마을에 널따랗게 땅을 차지하고 있는 미군기지가 나타났어요. 동무들은 지도를 그리면서 마을이 평화로워지기 위해 없어져야 할 것들은 없나 함께 생각해 보았어요. 동무들이 없어지기를 바라는 것은 싸움, 총, 전쟁, 윙윙 시끄러운 소리에 잠을 깨게 만드는 헬리콥터, 철조망으로 둘러싸여 진 채 그려진 커다란 미군기지. 그리고 대통령이나 정부가 자기 마음대로 결정하는 것도 없어져야 한다고 말했어요. 동무들은 평화로운 마을을 만들기 위해 필요한 것은 총을 든 군인과 미군기지가 아니라, 서로 손잡고 친구처럼 지내야 한다고 이야기했답니다.


우리도 할 말 있어요!

어린이들도 자신들이 살고 있는 땅을 위해 하고 싶은 말들이 있어요. 아이들도 대추리 땅을 사랑하고 평화를 진정으로 바라는데, 왜 이런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잘 몰라서 답답해했지요. 어른들은 "어리니까 몰라도 돼"라면서 좋은 일만 보여 주려하지 말고, 아이들이 자신들한테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이해할 수 있게 설명해 주어야 해요. 아이들도 평택에 사는 주민이니까요. 자전거 타기를 좋아하는 승민이는 마을을 위해 필요한 것은 '평화, 전쟁은 NO' 라고 말했어요. 수줍음이 많은 경란이는 '사랑하는 마음'이라고 했고, 평택 시내에서 대추리까지 동무들을 만나러 온 지하는 대추리 마을 사람들이 항상 웃었으면 좋겠다고 했습니다. 그날 평택의 아이들은 이런 마음들을 담아 여러 가지 빛깔의 종이 비행기를 접었습니다. 그리고 평택 어린이들의 이야기를 담은 '평택 아이들의 작은 목소리'를 아이들과 어른들이 함께 보면서 이 땅은 모두에게, 우리 모두의 평화를 위해 정말 소중한 곳이라고 생각했답니다.

[생각해 봅시다] 군대가 늘어나면 평화가 지켜질까요?

평택 아이들과 함께 읽은 동화 '여섯 사람'에서는, 군대가 늘어난다고 평화가 지켜지는 것이 아니라고 말합니다. 여섯 사람의 이야기에 대해 말해 줄게요. 평화롭게 살 땅을 찾아다니던 여섯 사람은 좋은 땅을 찾았지만 도둑이 찾아올까 두려워 군대를 만듭니다. 하지만 군대가 생기자 여섯 사람은 그 힘으로 옆 마을의 땅을 빼앗아 더 큰 땅을 차지하고 싶어졌고, 결국 주위 농가를 쳐들어가게 돼요. 그러자 그 땅에서 평화롭게 살고 있던 사람들은 쫓겨나야 했어요. 도둑을 지키려고 군대를 만들었던 여섯 사람이 오히려 남의 땅을 빼앗는 도둑이 된 셈이지요. 쫓겨난 사람들도 여섯 사람이 쳐들어올까 두려워 군대를 만들어 감시하기 시작했고, 어느날 작은 오해로 두 마을간에 전쟁이 일어나자 결국 살아남은 것은 여섯 사람뿐이었다고 해요. 그래서 그 여섯 사람은, 다시 평화롭게 살 수 있을 땅을 찾아서 떠날 수밖에 없었대요.

정부와 미국은 전쟁을 막기 위해 군대가 필요한 거라고, 그래서 평택 땅에 더 많은 미군이 모일 수 있게 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하지만 평화롭게 살고 있던 사람들을 내쫓고 군대가 들어온다면, 그 땅에 살고 있던 사람들의 평화는 이미 깨진 거예요. 또, 한 나라가 큰 군대를 가지게 되면 주위 나라들도 언제 쳐들어올지 몰라 잔뜩 긴장하게 되어 걱정과 공포 속에 평화롭게 살 수 없게 되고, 더 큰 전쟁을 부를 수도 있어요. 전쟁이 일어나지 않아야만 평화가 지켜지는 것이 아니라, 오순도순 함께 살아가는 것이야말로 진짜 평화입니다. 군대와 무기가 가진 힘이 아닌, '평화롭게 살고자 하는 사람들의 마음'이 평화를 가져올 수 있는 것이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