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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하루소식

노동복지 사각지대에 갇힌 영세사업장 노동자들

성수동 인근 실태조사 결과…주당 51.7시간 노동에 월급은 142만원

50인 미만 영세사업장 노동자들의 주당 평균 노동시간은 51.7시간이나 되지만 수당·상여금까지 포함한 월평균임금은 약 142만원에 불과하다는 실태조사 결과가 나왔다. 또 30.8%가 최근 1년 이내에 일자리를 옮긴 경험이 있고, 이 가운데 사업장 폐업 등 비자발적 이직이 32.7%에 이르러 구조적 고용불안에 시달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5일 국회 헌정기념관에서 열린 실태조사결과 발표회

▲ 5일 국회 헌정기념관에서 열린 실태조사결과 발표회



5일 '영세사업장 노동자 노동복지 공동실태조사단'(아래 조사단)은 영세사업장 밀집지역인 서울 성수동 일대에 대한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하고 "전체 노동자 10명 중 7명이 50인 미만 사업체에서 종사"하지만 "구조적인 고용불안과 노동복지의 사각지대에 처해있"다며 대책마련을 촉구했다.


"출근시각은 있지만 퇴근시각은 없다"

조사자료에 따르면 주40시간 노동이 단계적으로 실현되고 있는 상황임에도 토요일 퇴근시간이 오후3시∼5시로 평일보다 약간 일찍 퇴근하는 비율이 42.7%에 이르렀고, 아예 토요일을 평일과 똑같이 일하는 비율도 33.1%에 달했다. 이런데도 18%의 노동자만이 연차휴가를, 24%의 노동자만이 월차휴가를 사용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54%의 노동자들은 연장근로수당을 전혀 받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조사단은 "수당을 지급받는 경우에도 '야근 한번에 일만원 혹은 이만원'하는 식의 '웃돈' 개념으로 법정 수당보다 적게 지급하는 것이 현실"이라고 설명했다. 또 여성응답자 가운데 생리휴가와 출산휴가를 사용할 수 있다는 응답은 각각 14%에 불과했다.

한편 이들 내부에서도 기업 규모와 고용형태, 성별에 따른 임금차이가 컸다. 20인∼50인 규모 기업의 경우 월평균임금이 155만4천원인데 비해 5인미만 기업은 134만7천원에 불과했다. 또 정규직은 151만8천원인데 비해 파견직은 97만5천원, 시간제는 74만5천원을 받고 있다. 남성의 경우 163만8천원을 받는데 비해 여성은 104만5천원을 받아 현저한 차이를 보였다.


"사업주 요구로 사회보험 가입 못해"

이처럼 '기업복지'가 취약한 영세사업장이 사회보험 등 '사회복지'에서도 사각지대에 처해있다는 것이 조사단의 지적이다. 고용보험·산재보험 미가입자는 각각 28.2%, 27.8%에 이르렀고 국민연금·건강보험 직장 가입자는 각각 56.2%, 55.4%에 불과했다. 사회보험 미가입 사유로는 사업주 요구(28.3%)와 금액부담(15.7%)을 들었다. 하지만 복지문제 해결방안으로 이들은 사업주에 대한 감독강화(15.5%) 보다는 영세사업의 불가피성(12.2%)과 중앙정부와 지자체의 지원(47.6%)이 필요하다고 답해 개별 사업체별로는 해결방안이 없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조사단은 "소위 기업의 지불능력에 한계가 있는 영세사업장 노동자들에게 있어서는 가장 기본적이며 최소한의 사회보장제도에 포함되는 것조차 힘겨운 현실을 나타내고 있다"고 지적했다.

조사단은 사업장 내 노동조건 개선을 위해 표준근로계약서 작성을 강제적으로 이행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 마련과 근로감독관 증원을 통한 근로기준법 이행 감독 강화 등을 요구했다. 또 정부와 지자체가 기존 영세제조업 밀집지역을 중심으로 단지를 조성해 낮은 비용으로 안정적 생산이 가능하도록 하고, 상습 임금체불 사업주 등은 입주를 제한하는 등의 제도적 장치를 제시했다. 이를 위해 지역별로 지자체와 노사대표로 구성되는 산업정책 협의기구를 구성해 이해 당사자의 참여를 보장할 것을 제안했다.


병원에 갈 시간 없어

작업환경과 건강문제 또한 매우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분진(60.9%), 소음(58.2%), 반복작업(63.2%) 등 절반 이상의 노동자가 건강상 유해인자가 많은 작업장에서 일하고 있지만 일하다 다쳤을 때 산재보험을 적용받았다는 응답자는 23.3%에 불과했다. 또 지난 2주간 아파서 치료받은 경험이 있다고 답한 노동자는 14%에 달했지만, "병원에 갈 시간이 없어서"(43.2%), "치료비가 부담돼서"(33.3%) 병의원 이용에 어려움을 느끼고 있다고 답했다.

조사단은 일반 보건의료와 산업보건 서비스를 총괄하는 '공공적 지역보건센터'를 설립해 △정기적 건강검진 △작업환경측정 △공장 방문 진료 △일상적 건강상담 등을 맡도록 하자고 제안했다.

이번 조사는 서울 성수동 인근 50인 미만 사업장 가운데 △금속 △인쇄 △의류 △제화 △건설 등의 업종 노동자 478명을 대상으로 지난 6∼7월 진행됐다. 조사단은 사업주 72명과 실업자 58명에 대해서도 실태조사를 진행했고 따로 7명에 대한 심층면접조사도 병행했다. 조사단에는 민주노총 서울본부 동부지구협의회, 노동건강연대, 언론노조 서울경인지역인쇄지부, 민주노동당 단병호 의원실 등이 참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