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공공부문비정규노조연대회의(준)는 민주노총 공공연맹, 민주노동당 비정규철폐운동본부와 함께 국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가 비정규직 보호, 사회양극화 해소 운운하기 전에 스스로 고용하고 있는 노동자들의 열악한 처지부터 파악해보라고 권하고 싶다"며 "기만적인 비정규직보호법안을 분쇄하고 권리입법을 쟁취하기 위해 선도적으로 투쟁할 것"이라고 밝혔다.
공공기관 비정규직 남용·차별 극심
민주노동당 정책위원회(의장 주대환)가 중앙행정기관·공기업·교육기관 등 1003개 공공기관으로부터 제출받은 국정감사 자료를 분석해 지난 6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건설교통부(23.7%) △외교통상부(24%) △행정자치부(20.3%) △국방부(20%) 등에서 비정규직 비율이 높았고 심지어 노동부는 46.9%를 기록했다. 또 △농촌진흥청(58%) △질병관리본부(64%) △문예진흥원(56.5%) 등은 비정규직 비율이 절반을 넘어섰다. 분석대상 13개 중앙부처 가운데 3년 이상 장기근속자의 비율은 평균 37.2%에 달했고 건설교통부는 70.3%로 1위를 기록하는 등 사실상 상시적 업무에 비정규직을 계속 고용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수당과 상여금을 포함한 월 평균 임금총액은 123만9천원으로 계산됐다. 하지만 △법무부(90만1천원) △통일부(93만2천원) △해양수산부(86만5천원) 등에서는 100만원을 넘지 않았다. 민주노동당은 "대상기관 중 상당수가…상대적으로 저임금인 간접고용에 대한 현황을 기재하지 않거나 파견·용역업체에 지급하는 금액으로 기재"해 "실제 임금액보다 평균 임금액이 높아지는 현상이 발생"했다고 지적했다.
비정규직의 여성화는 공공기관이라고 피해가지 않았다. 정규직 가운데 여성 비율은 13.7%에 불과하지만 비정규직의 경우 58.2%에 이르렀다. △국세청(98%) △기획예산처(89.1%) △국가청렴위원회(86%)가 특히 높고 특허청은 아예 비정규직 전부가 여성으로 나타났다. 또 동종·유사 업무에 종사하는 정규직 임금을 100으로 놓았을 때 여성 비정규직의 임금은 42에 불과했다. 지난 7개월 동안 생리휴가 사용비율도 국립의료원·질병관리본부·국립암센터 등에서 0%를 기록했다. 심지어는 여성가족부와 양성평등교육진흥원도 0%를 기록했다.
불법파견과 부당노동행위 사례도 다수 발견됐다. 한국방송(KBS)과 문화방송(MBC)은 파견허용업무가 아닌 '방송국 견학안내원'을 두고 있었고 한국천문원과 과학기술정보연구원도 해당분야 연구인력을 '컴퓨터전문가' 명목으로 채용하고 있었다. 세관 조리원으로 주44시간 일하는 김 아무개 씨는 최저임금에 못 미치는 월 50만원을 받고 있다. 국립수의과학연구원은 식당직원 4명의 퇴직금을 지급하지 않기 위해 식당운영위원회를 별도의 사업주로 위장하기도 했다. 부산지방경찰청 일용직 김 아무개 씨의 고용계약서에는 "2일 이상 무단결근할 때 해고할 수 있다"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는 등 부당한 고용계약 사례도 발견됐다.
민주노동당은 "조사대상 기관 중 일부는 정규인력을 감축하고 외주용역화하면서 해당 비정규직에 대해서 간접고용을 이유로 아예 집계에서 제외하고 있거나 현황파악조차 하지 않고 있었다"며 "비정규직 비중은 집계된 수치보다 더 높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총파업 앞장선다"
기자회견 참가자들은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비정규직 보호입법'이라는 것이 정부 스스로의 비정규직 남용과 차별로 인해서 말장난에 불과하다는 것이 밝혀진 만큼 입법추진을 즉각 중단하고 노동계와 민주노동당이 제안한 비정규직 권리보장 입법을 수용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또 △기간제 사유제한과 직접고용 원칙화 △불법파견 노동자 전원 직접고용 △동일노동 동일임금 원칙 준수 등을 요구했다.
공공부문 비정규직 노조들은 11월 1일부터 시작되는 민주노총의 '비정규 권리보장 입법쟁취 총파업' 찬반투표에 앞서 10월 셋째주부터 찬반투표에 돌입할 계획이다. 참여 노조는 근로복지공단비정규직노조 등 노동부 산하 사업장 4개 노조를 비롯해 전국학교비정규직노조, 서울지역통신산업비정규직노조, 전국문화예술노조 세종문화회관지부 등 12개 노조 1600여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