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당 군의관 '진료기록 조작' 고백
하지만 3일 담당 군의관을 만난 한 유가족은 "위암 말기라는 얘기를 듣고 너무 두려워 나중에 '위암 의증'이라고 써넣었다고 군의관이 털어놨다"고 전했다. 지난 7월 7일 노 씨가 위암 말기 판정을 받자 노 씨의 아버지 노춘석 씨가 같은달 27일 국군광주병원에 들러 외래진료기록지와 내시경검사 소견서를 복사했다. 당시 담당 군의관은 7월 중순경 노춘석 씨가 찾아온다는 소식을 듣고 '위암 의증' 부분을 추가한 것.
4일 <오마이뉴스>는 외래진료기록지를 중앙인영필적감정원에 감정의뢰한 결과 "감정대상 필적(위암의증 부분)은 여백, 접수인과 교차 및 필적의 기울기 특징을 볼 때 본문과 동시에 일괄 기재되지 않은 것으로 사료된다"는 감정서를 3일 받았다고 보도했다.
진료기록 조작이 드러남에 따라 조작 과정에 상부의 개입이 있었는지 여부가 관심사로 떠올랐다. <오마이뉴스> 보도에 따르면 국군광주병원장은 지난달 말 국방부의 군의관 조사 이후에야 조작사실을 보고 받았다고 밝혀 상부의 개입을 부인했다.
천주교인권위 김덕진 사무국장은 "조직적으로 상부에서 지시했는지, 군의관 개인이 면피용으로 조작했는지는 민관합동의 객관적인 조사를 통해 밝혀내야 한다"며 "오진은 형사처벌하기 어렵지만 오진 사실을 은폐·조작한 것은 다른 문제"라고 말했다.
김 사무국장은 "모든 책임을 군의관 한 명에게 돌리는 것은 안 된다"며 "진료기록 조작과 사건의 진짜 문제점은 별개"라고 선을 그었다. 또 "군의관을 포함한 군 의료체계가 사병의 생명과 건강을 얼마나 허술하게 다루는지가 문제"라며 "의료접근권이 보장되도록 군 의료시스템의 환부를 도려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다른 유가족은 전화통화를 통해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경각심을 일깨우는 차원에서 국방부든 정부든 책임 주체를 찾아서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하겠다"고 말했다. 또 "(조작사실이 밝혀졌는데도) 국방부나 군 병원 등 어디서도 사과 전화 한 통 없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장례식 엄수, 대전 현충원에 안치
한편 노 씨의 장례식이 사망 9일째인 4일 서울의료원에서 엄수됐다. 이어 국방부 앞에서 열린 노제에서 노춘석 씨는 "가슴이 무너지고 천지가 무너지는 느낌이지만 아무리 비통해도 가는 자식이 돌아올 수는 없다"며 "살려보려고 백방으로 노력했지만 아들의 생명을 건지지 못했다"고 울먹였다.
천주교인권위 변연식 위원장은 추도사를 통해 "군 의료체계 뿐만 아니라 본질인 군 개혁을 이뤄야 한다"며 "군대가 인권을 그 무엇보다 중요하게 생각하는 조직으로 바뀔 때까지 끈질기면서도 신속한 대응을 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노제 막바지에 고인의 어머니와 아버지가 관을 부여안고 "내 아들아, 잠자다가 일어나듯 벌떡 일어나라"며 오열해 주위를 숙연케 했다. 노 씨의 시신은 이날 수원 연화장에서 화장돼 대전 현충원에 안치됐다. 장례식에 국방부 관계자는 참석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