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기관 업무에 종사하는 비정규직 여성 가운데 74.6%가 자신의 업무는 "상시적으로 필요한 일이지만 재계약을 반복해가며 비정규직을 사용하고 있다"고 응답하는 등 공공기관에서도 민간부문과 다름없이 정규직 업무에까지 비정규직을 남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8일 민주노동당이 발표한 '공공기관 여성 비정규직 실태조사 설문결과'에 따르면, 전체 응답자 413명 중 57%는 자신과 유사하거나 동일한 업무를 수행하는 비정규직이 있다고 답했다. 정규직과 비교했을 때 차별받고 있다고 느끼는 항목은 금전적 보상(89.3%), 고용조정 및 해고(40%) 등이었다. 하지만 응답자의 81.4%는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것이 '거의 불가능하다'고 응답해, 비정규직 일자리를 정규직으로 가는 중간 단계가 아니라 비정규직에 고착되는 구조적인 덫으로 인식하고 있었다.
전체 응답자 중 다수는 현재 받고 있는 임금이 부족하다고 대답했다. 임금 수준이 '필수적인 의식주만 겨우 해결하는 수준'이라는 응답이 48.2%, '매월 적자를 보는 수준'이라는 응답이 25.2%였다. 특히 40대 이상 응답자의 90% 이상은 매월 적자를 보는 수준으로 생계비 이하의 생활을 영위하고 있다고 답했다.
이에 더해 전형적인 엠(M)자형 분포를 보이는 연령별 분포에서도 일반사무 및 연구직은 20-30대, 단순노무직종은 40대 이상이 절대다수를 차지하는 '분단현상'이 나타나고 있었다. 특히 40대 이상 응답자는 청소, 시설관리 등 단순노무직종이 절대다수를 차지해 40대 이후 노동시장에 재진입하는 여성이 종사할 수 있는 직업군은 매우 한정되어 있음이 나타났다.
설문결과를 볼 때 2003년 8월 근로기준법 개악으로 생리휴가 관련 법규정이 개정되면서 비정규직에게는 사실상 생리휴가 이용권이 박탈된 것이나 마찬가지임이 드러났다. 주5일제와 함께 생리휴가가 무급화된 결과, 생리휴가가 곧 임금삭감을 의미하게 되어 저임금의 여성 비정규직노동자들은 생리휴가를 사용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해졌다. 응답자의 73.1%가 임금삭감(34.8%)이나 상사의 눈치 및 업무의 공백(26.3%) 때문에 생리 휴가를 전혀 사용하지 않으며, 근무 중 임신·출산 경험자 가운데 97.8%가 육아휴직을 사용하지 못했다고 답했다. 또한 출산 계획이 없는 응답자는 그 주된 이유로 현재의 소득으로 자녀 양육이 부담스러워서(33.6%), 출산을 하게 되면 직장을 유지하기 힘들 것 같아서(25%)를 들었다.
최순영 의원(민주노동당)은 이날 조사결과를 발표하면서 △초과 근무 수당 미지급, 주휴 미부여 등의 법 위반은 절대로 있어서는 안되고 △임금 수준 향상 등 기본적인 삶을 보장해야 하며 △산전후 휴가와 육아휴직을 보장하는 등 여성으로서의 권리를 보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상시적 업무를 담당하는 비정규직 노동자의 정규직 전환 등 고용 안정을 위한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번 조사는 경찰청·조달청을 비롯한 13개 공공기관의 여성 비정규직 노동자를 방문면접해 이루어졌다. 조사 대상자는 여성 비정규직의 절대다수를 차지하는 직종인 △연구전문직 종사자 △비서 등 사무종사자 △전화 상담원 등 고객서비스 종사자 △조리원·은행원 등 서비스 종사자 △청소·시설관리 등 단순노무 종사자였다. 민주노동당은 지난달 1일 중앙행정기관을 비롯한 1003개 공공기관이 제출한 자료를 바탕으로 비정규직 실태 1차 조사결과를 발표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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