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사용자의 정보공유 권리를 과도하게 제약하는 저작권법 개악안이 국회 통과 일보직전에 있다. 국회 문화관광위원회(위원장 이미경, 아래 문광위)는 6일 전체회의를 열고 전날 법안심사소위를 통과한 저작권법 전부개정안(문광위대안)을 의결했다.
문광위대안 제104조는 "다른 사람들 상호간에 컴퓨터 등을 이용하여 저작물등을 복제·전송하도록 하는 것을 주된 목적으로 하는 온라인서비스제공자"에게 불법 복제·전송 방지를 위한 '기술적 보호조치'를 "대통령령이 정한 바에 따라" 취하도록 했다. 또 온라인서비스제공자가 "해당 서비스가 불법이라는 사실을 알고서 이에 접근하도록 설비, 장치 또는 서비스를 제공"할 경우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거나 이를 병과할 수 있도록 하는 등 피투피(P2P)를 과녁으로 하는 내용이 새롭게 신설됐다.
김정우 정보공유연대 IPLeft 사무국장은 "조항 자체가 모호하고 포괄적으로 해석될 수 있어 단순히 피투피만 규제하는 조항이 아니라 메신저 서비스와 이메일, 게시판 등 의사소통을 하는 모든 서비스에 적용될 수 있고 그 대상도 영상·음악뿐만 아니라 글·사진 등 대단히 광범위하다"며 "이런 모든 서비스에 '기술적 보호조치'를 도입하라는 얘기인데 중소규모의 웹사이트가 그 비용을 감당할 수 있겠는가"라고 지적했다.
한편 공유할 의사가 있는 저작권자가 올린 파일인데도 온라인서비스제공자가 이것을 내려받을 수 없도록 '기술적 보호조치'를 취한다면 다른 사람이 가져갈 수 없다는 지적도 나왔다. 김 사무국장은 "어떤 파일이 합법적인 의사소통인지 저작권을 침해하는 불법파일인지 (정확하게) 구분할 수 있는 기술적 조치란 없다"며 "정보 소통이라는 인터넷의 기반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문광위대안이 '기술적 보호조치'의 구체적 내용을 대통령령에 위임한 것도 과도하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문광위대안 제140조는 영리를 위해 저작재산권 등을 반복적으로 침해할 경우 권리자의 고소 없이도 형사처벌이 가능하도록 했다. 김 사무국장은 "저작권이라는 것 자체가 권리자의 의사를 존중하는 성격이 강한 법으로 저작권자의 의사는 다양할 수 있다"며 "저작물을 대가없이 공유하려는 저작권자도 있을 수 있는데 수사기관이 나서서 저작권자의 의사와 무관하게 처벌하려는 것은 과도한 권력남용"이라고 지적했다. 또 "인터넷에서 영리와 비영리를 명확하게 구분할 수 있는 잣대는 없다"며 "대부분의 경우를 영리적인 것으로 해석해 처벌대상으로 삼을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문광위대안 제133조는 문화관광부장관이 "복제물의 전송 등으로 인하여 저작권등의 이용질서를 심각하게 훼손한다고 판단되는 경우…저작권위원회의 심의를 거쳐…복제·전송자 또는 온라인서비스제공자에게 이를 삭제 또는 중단하도록 명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명령을 이행하지 않을 경우 5천만원 이하의 과태료에 처하도록 했다.
김 사무국장은 "법원 판결을 거치지 않는 행정부의 자의적인 판단만으로도 게시물 삭제 명령이 가능해 정치적으로 악용될 소지가 많다"고 비판했다. 예를 들어 패러디물은 저작권 논란이 많을 수 있는데, 정부를 비판하는 정치적 패러디의 삭제 권한을 정부에 주는 셈이 된다.
이번 문광부대안은 올해 6월 이광철 의원(열린우리당)이 대표발의한 전부개정안을 기본으로 열린우리당 정성호·윤원호·우상호 의원이 각각 대표발의한 일부개정안을 수정·통합한 것이다. 현재 문광부대안에서 문제로 지적되고 있는 내용은 모두 우 의원이 발의한 법안에 포함되어 있지만 우 의원안은 지난달 18일 문광위 공청회에서 안건으로도 오르지 않아 절차를 제대로 지키지 않았다는 비판도 나왔다. 김 사무국장은 "공청회에 정보공유연대가 의견진술인으로 참석했는데 당시 공문에는 이 의원안과 윤 의원안만이 논의대상이었다"고 지적했다. 우 의원은 문광위 법안소위 위원장이기도 하다.
이제 문광위대안은 법제사법위의 자구심사와 본회의 통과만을 앞두고 있다. 김 사무국장은 "이번 개정안이 많이 알려져 있지 않아 사회적으로 공론화시키는 작업이 시급하다"며 "네티즌들에게 각 의원실과 상임위 게시판에 글을 올리는 항의행동을 제안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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