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청이 지난달 15일 농민대회에서 자행된 경찰폭력에 대해 일부 사례를 인정하며 현장 지취핵임자인 이종우 기동단장을 직위해제한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시위대의 폭력에 책임을 돌리며 허준영 경찰청장 등 관련자 파면 요구는 언급하지 않아 책임추궁을 모면하기 위한 미봉책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14일 경찰청은 "과격시위에 대해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장구 사용이 제한되어 있어 방패나 몸으로 막을 수밖에 없는 경우가 빈번해지면서 시위대로부터 폭행을 당한 일부 기동대원들이 방패로 시위대를 타격하는 사례가 있었"다며 "자체수사 결과는 물론 관계기관의 조사결과에 따라 불법사실이 확인된 행위자에 대해서는 엄중한 법적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인권과 안전'을 최우선시 해야 할 경찰로서, 집회에 참석했던 농민이 사망하고 다수 부상자가 발생한데 대해 깊은 유감을 표명"했다.

경찰청은 고 전용철 농민에 대해 "집회 현장에 있었던 사실이 확인되었고, '정지된 물체에 후두부가 충격을 받아 사망'한 것이라는 부검결과가 있어 후두부 손상 과정에서의 외부충격 가능성을 포함하여 다각도로 조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 원광대병원에 입원중인 홍덕표 농민에 대해 "집회 현장에서 진압경찰로부터 가격을 당하여 부상했을 가능성이 현저하므로, 당시 구체적 상황 등 관련수사를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경찰청은 재발방지를 위해 "비록 화염병과 쇠파이프가 등장한 격렬한 시위현장에서 발생하였지만, '인권과 안전'에 관한 교육을 강화하고, 관계 전문가들과 함께 폭력시위에 대한 효과적인 대응책을 강구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발표에 대해 '농업의 근본적 회생과 고 전용철농민 살해 규탄 범국민대책위원회'(아래 전용철범대위)는 이날 논평을 내 "돌부처가 웃다 허리 끊어질 궤변에 불과하다"며 "한낮 현장 지휘자에 불과한 기동단장에게 모든 책임을 전가하여 직위해제 할 것이라는…발표는 또다시 공권력에 의한 폭력살인을 축소 은폐하고자 하는 더러운 술책"이라고 비판했다.

전용철범대위는 "진심으로 이번 사건에 대해 사과할 의지가 있다면 고 전용철농민의 빈소에 속죄의 마음으로 조문부터 해야 한다"며 "이번 사건의 몸통인 허준영청장 자신이 국민앞에 공식 사과하고 스스로 물러나는 결단을 보여주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대통령의 책임있는 사과와 행자부장관·허준영청장을 비롯한 관련자의 파면·구속 등을 요구했다. 전용철범대위는 경찰발표를 규탄하는 긴급기자회견을 15일 오전 11시 경찰청 앞에서 열 예정이다.

인권단체 경찰대응팀인 원불교인권위 김치성 정책부장은 "이번 기회에 집회현장에서의 경찰폭력을 철저하게 막을 수 있는 개혁안을 경찰이 내놓지 않는다면 눈가리고 아웅하는 것"이라며 현장 지휘관 전체가 책임을 질 것과 경찰기동대 해체를 요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