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오전 11시 40분경 건물 602호 인권보호센터 사무실을 점거한 이들은 사무실 창문 밖으로 △경찰청 기동단 전의경 해체하라 △민중생존권 짓밟는 노무현정권 퇴진하라 △농민집회 살인진압 허준영 사퇴하라라고 쓴 3개의 현수막을 내걸었다. 이어 "인권경찰 기만이다, 기동단을 해체하라", "살인진압 책임지고 경찰청장 사법처리하라", "민중생존권 압살하는 노무현정권 퇴진하라"는 등의 구호를 외쳤다. 또 12시 20분경 회의용 탁자에 고 전용철 농민의 영정과 촛불, 향로를 놓아 분향소를 만들고 분향한 후 창문턱에 앉아 무기한 점거농성에 돌입했다.
한 농성자는 "이곳은 경찰이 물고문으로 박종철 열사를 죽인 곳"이라며 "인권경찰을 표방한 경찰이 스스로 변하겠다고 표방한지 얼마 되지도 않아 농민을 때려죽였다"고 비판했다. 이어 "한달 사이에 한명이 죽고 또 한명이 사경을 헤매고 있는데 경찰은 반성하기는커녕 현장 지휘관을 직위해제하는 선에서 마무리지으려 한다"며 울분을 터뜨렸다.
인권활동가들은 점거 현장에서 발표한 성명서를 통해 "인권이 자신들의 반인권적인 역사와 본질을 가리기 위한 치장물에 불과했음이 지난 11월 15일 여의도 농민대회 진압과정에서 드러난 것"이라며 "경찰이 국민을 때려 죽여 놓고 현장 지휘 책임자 한 명에게 모든 책임을 뒤집어씌우려는 얄팍한 술책에 우리는 그 진정성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고 밝혔다.
이들은 경찰에 대해 △전용철·홍덕표 농민에 관한 자료공개와 국가인권위 조사에 성실히 응하고 △현장 책임자와 가해 전의경을 색출해 엄벌에 처하며 △경찰기동단의 폭력진압 훈련 내용을 공개하고 기동단을 전격 해체하며 △전용철 농민 사인에 대한 조작·은폐과정을 명백히 밝히고 그 책임을 묻고 △사태의 모든 책임을 지고 허준영 경찰청장이 사퇴할 것 등을 요구했다. 이들은 "요구가 관철될 때까지 기만적인 인권경찰의 상징인 이곳 남영동 대공분실을 떠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당황한 사무실 직원들은 분향소를 만드는데 쓸 검은 천을 빼앗고 "이곳은 공무원이 일하는 사무실이다. 자진해서 나와달라. 자진해산하지 않으면 강제로 끌어낼 수밖에 없다"고 소리를 질렀다. 또 정문을 봉쇄하고 진압병력을 배치하는 한편 건물 마당에 매트리스를 설치하고 강제진압을 준비했다.
인권보호센터장 안재경 총경은 농성자들을 지지방문한 김덕진 천주교인권위 사무국장, 박래군 인권운동사랑방 상임활동가와 면담한 자리에서 "사전에 폭력시위가 계획되어서는 안된다는 것이 경찰의 입장"이라며 "합법적인 집회·시위는 보장하되 불법 폭력적인 시위는 엄정하게 관리해야 한다"고 선을 그었다. 안 총경은 "아무리 폭력시위가 있다 하더라도 지켜야 할 한계가 있는건데 지키지 못한 점이 있어 경찰이 책임지려는 것"이라며 "다른 경찰관서와는 달리 인권보호센터에서는 강제진압은 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면담 후 안 총경은 고 전용철 농민의 영정 앞에서 분향하고 묵념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한편 '농업의 근본적 회생과 고 전용철 농민 살해 규탄 범국민대책위원회'(아래 전용철범대위)도 이날 경찰청 앞에서 규탄 기자회견을 열고 "살인진압의 책임을 일개 현장책임자인 기동단장에게 모두 전가하여 직위해제 한다는 발표를 한 것"이라며 "전체 국민의 분노가 높아가는 사태를 회피하고 모면해보려는 그 어떤 진정성도 없는 미봉책에 불과"하다고 비판했다. 전용철범대위는 노무현 대통령의 책임있는 사과와 경찰청장 파면, 살인진압 책임자의 구속처벌을 요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