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용차 노동자들이 거리를 떠돈 지 7년째. 세월이 약이라고 하지만 해고는 약이 아니라 독이다. 대법원은 회사가 회계조작을 한 것은 맞으나 그렇다고 정리해고한 것은 부당한 조치가 아니라고 했다. 희망을 법이 만들어줄 것이라 기대하지는 않았으나 이렇게 앞뒤 안 맞는 판결을 내릴지는 몰랐다. 그날 대법원 앞에서 절망했던 쌍용차 노동자들의 표정을 잊을 수 없다. 눈물을 참는 사람, 눈물을 가리려는 사람, 울음을 터뜨린 사람…. 그 옆에 있던 밀양 송전탑 반대하는 할매들도 얼마나 울었던가.
법원의 부당한 판결을 그대로 수용할 수 없어 작년 12월 13일 쌍용차 해고자 김정욱 사무국장과 이창근 기획실장이 70m 굴뚝 고공농성에 들어갔다. 그러나 쌍용자동차 26번째 희생자가 생기는 것은 막지 못했다. 그래서 쌍용차 해고노동자들이 원직복직하고 정리해고제도가 없어지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노동자 시민 인권활동가들이 함께 연초에 오체투지를 하기도 했다. 그래도 회사 측은 회사가 정상화되면 복직시킨다는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 신차 티볼리가 많이 팔려 공장가동을 위한 노동자들이 더 필요하지만 노동자들을 복직시키려 하지 않았다. 회사는 배당금을 나누는 것보다 26명 희생자에 대한 명예회복과 해고자 전원 복직이 우선이라는 점을 잊고 있었다.
이에 화가 난 사람들이 ‘314 희망행동’을 준비했다. 희망은 사람들과 손잡는 데서 비롯된다는 걸 아는 사람들이 준비했다. 더구나 이창근은 2010년 한진중공업 정리해고에 맞서 김진숙 지도위원이 크레인에 고공농성할 때 희망버스를 기획했던 이다. 그때 사람들이 희망을 모았기에 한진중공업이 정리해고를 철회한 것이 아닌가. 이번에는 한진중공업, 스타케미칼 노동자들이 자전거행진을 하며 마음을 모았다. 사랑방 활동가들도 함께 자전거를 탔다. 희망을 향한 질주를 멈추지 않는다면, 이길 때까지 싸운다면, 우리는 지지 않을 테니까.
이번 314 희망행동에서는 많은 부스가 열렸다. 먹거리 장터부터 도서전시, 벼룩시장까지. 희망행동이 있기 전 김정욱이 89일 만에 내려와 이창근 혼자 굴뚝에 있어 마음이 무거웠지만 즐겁게 싸울 때 힘이 난다는 마음으로 즐거운 ‘희망행동’을 했다. 그래서일까? 그날 굴뚝에서 사람들에게 인사하던 이창근의 목소리가 힘찼다. 그는 "모두가 서 있는 곳이 굴뚝이고 생존의 현장"이라며 끝까지 싸우겠다고 다짐했다. 187명의 해고자가 견뎌왔던 힘든 시간을 굴뚝농성이 100일이 되기 전에, 24일 쌍용차 주주총회 전에 결단하자고 촉구했다. 김득중 쌍용차지부장은 "노사 교섭으로 이창근 동지가 내려오고 해고자들이 모두 공장에 돌아가는 봄을 만나고 싶다"고 했다. 그리고 쌍용차 공장 근처에 많은 사람들은 희망을 약속하는 자물쇠를 걸었다.
그러나 아직까지 회사는 말이 없다. 이창근은 3월 23일 굴뚝에서 내려왔다. 지금 밖에는 벚꽃이 활짝 폈지만 언제 쌍용차 해고노동자들과 그의 가족들에게 봄이 올지 모르겠다. 그러나 확실히 우리가 기억해야 할 것은 희망행동 때 끝까지 함께 하겠다던 약속과 행동이 아닐까. 그래야 회사가 복직이라는 사회적 합의를 이행할 수 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