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덧 인권운동사랑방 20년이라고 합니다. 지나온 그 길 언제부턴가 제 삶과 만난 인권운동사랑방이, 9월 28일 대한문에서 ‘회동’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사람이 사람답게 산다는 것, 너무도 당연한 것처럼 얘기되어도 막상 부닥치는 현실에서는 거리가 먼 이야기처럼 느껴질 때가 많지요. 하고 싶은 것보다 해야 하는 것을 선택하는 게 제대로 된 것 마냥 여겨지면서 ‘난 잘 살고 있는 걸까’ 불안하기도 하고, 돈과 권력이 모든 것을 압도해버리는 것 같아 무력감에 빠지기도 하고요.
누구나 사람답게 사는 삶, 그런 세상을 향해 내딛어온 한 걸음 한 걸음이 쌓여 인권운동사랑방이 지난 20년을 온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지난 20년을 돌아보면서, 지금 인권운동사랑방이 마주하고 있는 현실의 조건들을 헤아려보면서, 앞으로 다시 내딛는 걸음들이 어떤 방향으로 어떻게 힘 있게 향하면 좋을지 고민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사람답게 살고 싶은 바람을 흔들고 조각내려는 견고한 체제에 맞서려면, 아니 뛰어넘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결국 마주해야 하는 질문은 이것이었던 것 같아요. 그 바람을 품고 사는 사람들을 만나면서 우리의 바람으로 만드는 것이 인권운동의 몫이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정답이 따로 있는 것도 아니고, 다시금 마주한 몫이라는 게 전혀 새삼스러울 것이 없는 것이긴 하지만, 지난 20년의 걸음에 함께 해주셨던 분들, 앞으로도 길동무가 되어주실 분들과 함께 만나 이야기를 나누고 싶었습니다.
저마다의 자리에서 움직여 함께 모일 때의 든든함, 그렇게 모여 함께 움직일 때 가지는 힘. 그러한 순간들이 많아지고 겹치고 쌓이면서 다른 세상을 향한 꿈이 좀 더 현실과 가까워지는 거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우리가 바라는 세상을 향해서 함께 모여서 움직이자는 이야기를 드리고 싶어서 ‘회동’이란 이름으로 자리를 준비하게 되었습니다.
우리의 회동장소는 서울 대한문 앞입니다. 누구에게도 제한 없는 거리에서 우리의 바람을 더 많은 분들과 나누고 싶었어요. 모여서 움직일 때의 힘이 가장 잘 펼쳐지는 장소도 바로 거리라고 생각했고요. 그래서 ‘함께살자! 농성촌’부터 “평등예감_‘을’들의 이어말하기”까지 다채롭고도 끈끈한 연결고리가 생긴 대한문 앞 거리에서 하기로 했습니다.
회동을 포털 싸이트에 쳐보면 정치인들만 잔뜩 나옵니다. 저들의 정치가 아닌 우리의 정치를 위해 함께 모이고 움직이는 자리들이 더 많아지고 힘 있게 펼쳐지길 바라면서 9월 28일 우리의 ‘회동’을 제안 드립니다. 가을정취가 무르익어갈 9월의 끝자락 대한문에서 뵙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