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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명/논평

파면 넘어 윤석열들 없는 세상으로 나아가자

윤석열 파면 헌법재판소 선고에 부쳐

오늘 헌법재판소는 만장일치로 대통령 윤석열의 파면을 선고하였다. 12.3 비상계엄이 선포되었을 때 이미 예고되었던 결과다. 자신의 뜻대로 되지 않는다고 군대를 동원해 국회를 진압하려고 하고 시민을 향한 총부리를 겨누었던 윤석열이다. 이런 이가 대통령일 수 없다는 것은 자명한 사실이었으나 헌법의 이름으로 확인하기까지 너무 오래 걸렸다.

비상계엄은 헌정질서를 파괴하는 시도였지만, 이는 갑자기 등장한 사건이 아니었다는 것을 기억한다. 억압에 맞서 인간의 존엄을 지키는 저항 속에서 헌법에 우리 사회의 원칙, 인간의 존엄과 권리를 새겨왔다. 이를 부정하며, 차별과 적대를 통치의 수단으로 삼고 인권을 무너뜨려온 과정 속에서 비상계엄도 선포할 수 있었던 것이다.

오늘의 파면 선고로 위기가 사라지지 않는다는 것도 우리는 분명히 알고 있다. 민주주의를 파괴한 공범들은 지금도 권력자의 자리에서 직무를 이어가며 윤석열 체제를 승계하고 있다. 사법권력은 오직 윤석열만을 위한 법 해석과 적용으로 내란수괴 윤석열을 풀어줬다. 거대양당으로 양분된 정치권력은 어떠한가. 탄핵의 정당성을 흠집 내는 데 여념 없던 국민의힘은 정치적 생명을 연장하기 위해 부정선거를 주장하고 가짜뉴스를 퍼뜨리며 혐오와 폭력으로 사회를 위협하는 극우세력의 대변인이 되었다. 차기 정권을 잡는 것이 우선인 더불어민주당은 민주주의 위기를 수습하는 것이 아닌 노동자와 가난한 사람들에게 위기를 전가하는 정책 드라이브를 걸며 지지율을 높이는 데만 골몰해왔다.

경제위기는 계엄 이후 더 위태롭게 드러나고 있다. 자영업 폐업률과 임금 체불액이 급증하고 대출액과 연체액은 역대 최대 수치를 찍는 등 노동자, 시민들은 심각한 생존의 위기에 내몰리고 있다. 사적 이해로 움직일 뿐인 공권력에 의해 민주적 질서가 작동하지 않고, 평범한 사람들의 삶과 괴리된 채 권력의 우위를 점하는 데만 혈안인 정치의 결과다. 오늘의 윤석열 파면은 우리의 존재와 일상을 위태롭게 내몰아온 지난 시간들과 단절하는 출발이어야 한다.

앞으로의 시간을 어떻게 채워가야 할지 윤석열 퇴진 투쟁 광장에서 만난 우리는 광장을 지켜온 서로를 통해 배웠다. 여성, 성소수자, 장애인, 청소년, 이주민, 노동자, 농민, '쉬었음' 청년, 프리랜서, 자영업자인 우리들은 자신의 존재와 삶으로 광장에 선 동료시민들의 이야기에 귀 기울여왔다. 자본의 이윤을 위해 존엄을 무너뜨리는 체제의 문제, 차별과 혐오를 부추기며 평등을 외면하는 정치의 실패로 이르게 된 윤석열들의 나라를 근본적·구조적으로 바꾸자는 제안들이 광장에서 넘실대었다.우리가 새롭게 써가자고 한 민주주의는 집권정당만 달라지는 대선으로 결코 귀결될 수 없다.

윤석열 파면은 계엄 이전의 질서를 복구하는 ‘끝’이 아닌, 존엄과 평등의 사회를 만드는 ‘시작’이다. 다시 써나갈 세계에 누구도 예외로 남겨두거나 배제되게 두지 않겠다는 다짐을 새긴다. 기성정치가 대리할 수 없는 새로운 민주주의의 열망을 광장에서 함께 품고 키워온 서로를 기억하며, 윤석열만 바꾸는 데 그치지 않고 세상을 바꾸는 데 우리의 이야기와 걸음을 계속 이어갈 것이다. 서로의 존재와 권리를 우리가 지키겠다는 약속을 더욱 단단하게 만들어가면서 새로운 날들로 나아가자.

2025년 4월 4일
인권운동사랑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