ㅎㅊ
20대의 연애는 풋풋하기도, 사람의 마음에 대해 잘 이해하지 못하기도 했지만, 지극히 가난하기도 했다. 물론 매일같이 자취방에서 마셔대던 술값 때문일지도 모르지만 정말 돈이 없었다. 어느 날 크게 싸운 날 그때의 애인 집 앞에 찾아 간적이 있었다. 그러다 더 크게 상대방이 마음이 상해 날 그냥 두고 집으로 가버렸다. 한겨울에 수중에 딱 1천 원이 있었다. 지하철이야 교통카드가 있지만, 영등포에서 인천으로 가는 막차를 타고 간 그곳에서 몇 시간을 멍때려야 했다. 정말 너무 추워 아파트 경비실에 싹싹 빌고 빌붙어 있었다. 기차는 달리고 싶다라고 했는데... 정말 기차가 제발 달려주기만 기다렸던 겨울 새벽이었다.
세주
서울에서 사람을 만나고 집으로 가기 전 헤어지는 게 아쉽고 조금 더 같이 있고 싶어 늑장을 부리다가 기차 놓칠 뻔한 적이 있다. 얼마나 마음이 급했던지... 공연 보러왔다가 공연이 늦어지는 바람에 헐레벌떡 달려간 적도 있고.. 그런데 중요한건 막차라도 놓치진 않았다는 거다. 잘된 걸까? ㅋㅋ 놓쳐도 문제는 없었을 텐데... 내 진정한 막차는 어디에??
ㅁ
일산에서 사는 게 좋았던 이유 중 가장 큰 게 막차가 늦게까지 있다는 거였다. 광화문에서 새벽 2시까지 다니는 버스 덕을 종종 봤는데, 문제는 늘 막차를 이용할 때는 술을 얼큰히 마신 터라 한참을 지나쳐 내릴 때가 많다는 것이었다. 그렇게 해서 탄 택시비도 만만치 않았다. 잠에 취해 있다가 기사님의 부르심으로 깨는 지경에까지 이르렀을 때 도저히 이러면 안 되겠다 싶어 이제는 막차를 탈 경우엔 무조건 알람 설정을 해놓는다.
유성
내 인생의 막차는 지나가버린 것이 아닌가, 긴 시간 불안으로 꼼작 못했다. 아아, 이젠 더 이상 그 찌질한 시간들의 나를 미워하지 않는다. 막차 시간에 연연하지 않고 계속 앞으로 걸어갈 일만 남았다, 내 힘닿는 데까지. 하지만 여기까지, 내 힘만으로 가능하진 않았다. 그 점에 감사한다.
정록
작년인가 노숙인추모제 뒤풀이 끝나고 막차는 끊기고 연말이라 택시 잡는 건 불가능해 서울역에서 노량진 집까지 눈 내리는 데 걸어갔던 기억이... 한강대교를 눈 맞으며 걸었던 게 그리 나쁘지만은 않았다.
승은
막차란, 하루 일과를 정리한 후 집으로 나를 실어다주는 대중교통수단. 주로 버스를 이용한다.
곤혹스런 막차란, 막차를 놓친 것도 모르고 40분 동안 버스를 기다리다가 결국 끊긴 것을 알고 택시비가 없어서 발을 동동 거렸던 경험.(한 두 번이 아니다.) 어떻게 집에 갔나고? 결국 택시를 애용했다. 다행히 좋은 택시 기사님을 만나 집에 가서 돈을 가져올 동안 기다려주셨다. 다시는 이런 일이 반복되지 않기를!
막차를 타고 갈 때 느낌, 택시비를 아꼈다는 안도감. ㅎㅎ. 막차 시간까지 일을 했다는 뿌듯함. ㅋ ㅋ
초코파이
내가 안산에 사는 것이 조금 불편하다고 느낄 때가 바로 막차 시간이다. 인천이나 다른 지역은 새벽까지 막차가 있는데 안산은 평일 전철도 11시 반을 넘기면 간당간당하다. 만약 서울에서 막차를 놓치면 4만 원 정도 택시비를 내야 한다. 20주년 회동 준비 때도 세 번이나 택시를 이용했다는 ㅠㅠ.
그래도 간당간당하게 막차를 탔을 때 드는 느낌은 무거운 삶의 무게감이 느껴지는 짐칸에 탄 기분... 분명 자리는 여유가 있는데 듬성듬성 앉은 사람들의 모습에서 고단함을 넘은 슬픔마저 느껴지곤 한다. 그래서 이 말을 왠지 꼭 해주고 싶어지는.
‘수고했어요! 오늘 이 하루도’